부산에서 자란 시인, 꽃의 가상이에서 토해낸 붉은빛
중견 시인 손택수 새 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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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단에 굵직하게 이름 올리고 있는 손택수 시인은 등단 20여년 동안 네권의 시집을 상재한 중견 시인이다. 탄탄한 시세계를 펼쳐 보이는 손택수 시인이 최근 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펴냈다.
사진제공·창비
농경사회적 상상력과 민중적 삶의 풍경을 담금질해냈던 손택수는 이번 시집에서 현실의 간난신고나 일상의 먼지 같은 순간들조차 빛나게 하는 따뜻하고 살뜰한 시선을 보내는데, 단순히 세월과 연륜의 결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시적 경지를 보여준다. 여백의 아름다움, 간결함의 미학, 풍성한 시적 리듬의 실험 등 다채로운 시적 성취를 선보이면서도 현실과 시인의 삶, 혹은 삶다운 삶에 대한 궁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시정신이 돋보이는 시편으로 빛나는 시집은 그의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여전한 읽기의 행복을 선사한다.
한 시인의 시세계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겠지만, 시집을 펴낼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독자의 즐거움은 자못 크다. 손택수의 시세계는 `가족과 고향'(`호랑이 발자국') `민중적 시정과 대지의 삶'(`목련 전차') `도시적 삶의 애환'(`나무의 수사학') `삶의 안팎을 성찰하는 사유'(`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로 모아졌다. 그 여정을 거쳐, 이번 다섯번째 시집에 이른 손택수는 한결 여유롭되 넉살이 늘었고, 힘은 빼되 간결함을 더한 시편을 써내려갔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송종원은 `무구함'으로 읽어낸다. `냉이꽃 뒤엔 냉이 열매가 보인다/작은 하트 모양이다 이걸 쉰 해 만에 알다니/봄날 냉이무침이나 냉잇국만 먹을 줄 알던 나'(`냉이꽃')가 나이 쉰이 되어서 깨달은 것은 비록 하찮을지라도 그때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일 터이다.
손택수 시인은 1970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산으로 와 부산에서 초·중·고교를 다녔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부산에서 보낸 유년의 주름은 자주 그의 시에 보인다. 이번 시집에서는 `지게體'와 `붉은빛'이 그렇다.
부산진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지게 지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진시장 지게체 아이가 시 `지게體' 부분.
볼이 떨어져나갈 듯 치운 날이었어요/大口처럼 벌어진 진해만과 가덕만 사이/한류와 난류도 볼을 부비면서/살이 오르는 곳
시 `붉은빛' 부분.시인이 뼈와 근육을 키웠을 부산의 시공간을 만나는 건 어쨌든 미쁜 일이다. 그의 시 속에 살아 숨쉬는 부산의 공기와 비린내와 파도소리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시집. 창비 펴냄.손택수 시인. 사진제공·창비
김영주?funhermes@korea.kr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20-06-0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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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0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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