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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6월호 통권140호호 전체기사보기

청량한 공기·부드러운 황토·기암절벽 비경·맛있는 음식 오감 만족하는 행복한 길

내용

청아한 푸름이 눈을 환하게 씻겨 주는 6월. 살랑 살랑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 

폐를 부풀리는 청량한 공기. 맨발에 닿는 황토의 감칠맛. 코끝에 감기는 찔레꽃 향기. 

수풀을 헤치며 폴짝 날아오르는 딱새. 가득하게 넘실거리는 저수지. 구수한 흙냄새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길이 있다. 갈맷길 (8-1구간) ‘흙 내음 숲길’이다.

 

땅뫼산 맨발 황톳길 

▲땅뫼산 맨발 황톳길.

  

길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길을 내는 일은 흔치 않은데, 금정구 회동동 ‘동대교’에서 시작해 회동수원지 끼고 ‘오륜대’ 선동마을까지 걷는 ‘흙 내음 숲길’을 걷고 오면 길은 이미 내 안에서 굽이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동수원지 인근은 1964년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이웃동네에 살아도 볼 수 없었다. 그러다 2010년, 45년 만에 개방돼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로 자리 잡은 명품길이다. 


‘명장정수사업소 회동지소’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수변산책로는 왼쪽으로는 윤산, 오른쪽으로는 회동저수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명장정수사업소 회동지소’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수변산책로는 왼쪽으로는 윤산, 오른쪽으로는 회동저수지의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다. 

 

명장정수사업소 지나면 만나는 산책로


‘흙 내음 숲길’은 갈맷길 해피트레킹투어의 한 코스다. 갈맷길 해피트레킹투어는 부산관광공사가 부산 갈맷길을 길잡이와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bto.or.kr)나 갈맷길 700리 홈페이지(gobusan.kr)에서 투어예약을 할 수 있으며, 참가비를 내면 식사와 기념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주말 오전 10시, 트레킹 할 각양각색의 팀들이 모인 동대 버스 종점은 배낭을 멘 등산복 차림의 사람 꽃이 피어 알록알록 절정이다. 지금은 사라진 금정구 회동동 ‘동대마을’은 마을 입구에 용머리같이 생긴 바위 동산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곳이다. 지금은 아쉬운 마음을 돌에 새겨 ‘부산 8대 명소’라는 자부심을 후대에게 전하고 있다. 동대교는 버스 종점에서 수영강 쪽으로 가면 나온다. 약 1㎞ 쯤 걸어가면 명장정수사업소 회동지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하루 1만9천t의 물을 정수해 동래구·금정구·기장군 일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한다.

 

트레킹하기 적당한 6.5㎞, 약 3시간 코스.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에게 적당한 코스다. 부드러운 연둣빛 잔디들이 진군해 오는 멋진 수영강변, ‘수영강’은 천성산 범샘에서 발원한 물이 법기수원지를 돌아 법기천, 임기천, 철마천, 영천 등에서 모여 센텀시티 앞 수영만으로 흘러드는 강이다. 

 

동래장이 서는 2일과 7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동래장터로 모였다. ‘정관’과 ‘기장’ 쪽에 사는 주민들은 철마에서 쇠줄배를 타고 구곡천을 돌아 ‘아홉산’ 아래의 산길을 지나 ‘수영강’을 건너다녔다고 한다. 쇠줄배는 수원지의 양쪽에 쇠줄을 매달아 손으로 당겨 배를 움직이는 원리다.

 

강기슭에는 강태공의 졸음이 한갓지다. ‘명장정수사업소’을 지나 오붓한 산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저수지 수변 산책로로 이어진다. ‘윤산’과 ‘오륜본동’으로 갈리는 휴게마루에는 노란 창포 꽃이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왼쪽으로 윤산, 오른쪽으로는 회동저수지의 고요를 즐긴다. 물가에 기댄 수양버들의 여유가 걷는 사람들의 마음자리를 말없이 넓혀준다. 


갈맷길 해피트레킹투어 참가자들이 물가에 핀 창포꽃을 보고 있다.

▲갈맷길 해피트레킹투어 참가자들이 물가에 핀 창포꽃을 보고 있다.

 

대나무·서어나무·라일락이 반기는 회동수원지


회동수원지 댐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 건설됐다. 원래 ‘오륜동’과 ‘선동’ 일대에는 ‘등곡’ ‘새내’ ‘까막골’ ‘아랫마을’ 등이 있었는데 수몰돼 원주민들은 강제 이주 당했다. 논밭과 살던 집을 뺏긴 농민들이 생계대책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해 농민들이 항거했다고 알려져 있다. 댐 준공 테이프를 가위로 자를 때 농민들은 ‘저 가위는 우리의 창자를 잘랐고, 수원지 물은 우리의 눈물이오!’라고 절규했다. 역사의 애환이 순한 눈망울처럼 그렁거리는 곳이다. 

 

함께 동행하던 주인이 깜박 잠이 들었는데 불이 나자 주인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충성스러운 개의 전설을 품게 된 ‘개좌고개’. 저수지 주변은 온갖 여름 꽃과 하얗게 마른 갈대, 희부연 물안개로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꽃을 피운 때죽나무·노간주나무·주나무·덜꿩나무 등 귀한 나무들을 뒤로하고 라일락 군락지 다음에는 대나무 숲길이다. ‘서걱 서걱’ 대나무의 시원한 에너지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바람도 대숲에서 논다. 멋진 저수지 풍광과 귀한 서어나무가 서있는 명당에 자리한 쉼터는 원두막으로 지었다. 도란도란 모인 사람들의 웃음꽃이 핀다. 

 

“야는 뭐를 그래 많이 싸왔노?” 

“새벽부터 찌짐 꿉고 불고기 잰다고 잠을 못 잤다 아이가” 

“그라믄 내 무릎 베고 한숨 자라” 

“니가 우리 신랑이가?” 

“오늘 고마 하루 신랑이라꼬 생각해라” 

하하~호호~깔깔~ 초등학교 친구들이라고 소개한 일행의 대화와 웃음이 청명하게 노니는 새소리 만큼이나 듣기 좋다. 


‘땅뫼산 맨발 황톳길’은 맨발로 황토를 밟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땅뫼산 맨발 황톳길’은 맨발로 황토를 밟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걷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땅뫼산 맨발 황톳길’


자연을 닮아 순하고 어질게 생긴 희고 커다란 개가 푸릇푸릇한 마늘밭 위에 엎드려 있다. 비록 줄에 묶여있지만 개가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샛노란 창포 꽃밭 사이로 난 긴 나무 데크가 다음 풍경으로 이어준다. 늪에는 두꺼비가 풀쩍 풀쩍 뛴다. 몽글몽글한 한 줌의 두꺼비 알과 올챙이들이 꼬물거리는 연못에는 부들·사마귀풀·갈대·노랑어리연꽃·개구리밥·검정말·물달개비·노랑어리연꽃·붕어마름·생이가래 등 진귀한 수생식물로 가득하다.  

 

1㎞ 가량의 나무 데크가 끝나면 ‘땅뫼산 맨발 황톳길’이 시작된다. 몸에 좋은 다량의 원적외선을 발산시킨다는 황토, 항균 효과가 있다니 양말과 신발을 벗어던지고 갇혀 있는 답답한 발에게 하루 정도 호사를 베푸는 것은 어떨까.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발, 맨발로 걸으면 온몸을 마사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혈액순환 장애와 불면증에 좋다. 황톳길이 끝나는 곳에 발을 씻을 수 있는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으니 걱정 말고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걸어보자.

 

빽빽하게 도열한 편백나무가 이끄는 삼림욕장 같은 길이다. ‘와~ 저 나무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나 봐’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웃음보가 터진다. 웃음소리가 투명한 물방울처럼 통통 튀어 오른다.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걷는 시간, 산과 물이 어우러진 서정적인 흙길에 매료돼 걷다보니 어느새 갈맷길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도보인증대’ 앞이다. 부산시에서 제작해 나눠주는 ‘갈맷길 완주 인증서’ 수첩을 펼쳐 도장을 찍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은 남다르다. ‘도보인증대’는 오륜대 땅뫼산 정자 앞에 있다. 


‘부엉산’ 정상에 있는 ‘오륜대 전망대’는 오륜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이다.

▲‘부엉산’ 정상에 있는 ‘오륜대 전망대’는 오륜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이다.

 

오륜대 비경 한눈에 내려다보는 부엉산 ‘오륜대 전망대’


오륜대의 비경은 ‘부엉산’에 꼭꼭 숨어있다. 경치 좋은 커피숍, 유일한 문화 공간인 갤러리, 오리고기, 닭백숙, 산채비빔밥, 잉어찜, 장어구이, 민물고기 매운탕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모인 선동마을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오륜대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 있다. 

 

부엉이가 많이 산다고 해서 이름을 얻은 ‘부엉산’은 비록 해발 175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등산하는 재미를 쏠쏠하게 준다. 부엉이는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 함께 살아가는 텃새로 

 

‘회동수원지’를 둘러싼 기암괴석 사이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고 한다.

 

‘부엉산’ 정상에 있는 ‘오륜대 전망대’는 땀을 흘리며 찾아간 탐방객들에게 신기한 물길을 선물한다. 물길의 형태가 한반도의 지형과 흡사하다. 무릉도원이 산자락 사이에서 활짝 반겨준다. 아득한 ‘수영강’ 상류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피안의 세계가 따로 없다.

 

문산·아홉산·공덕산·장년산·개좌산 등이 감싼 ‘오륜대 저수지’ 일대는 화강암의 기암괴석이 장관을 뿜어낸다. 부산에서도 풍광이 좋기로 손꼽힌다. ‘오륜대 전망대’에서 이 모든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갈맷길의 자랑이다. 부곡동, 금사동, 회동동, 선두구동, 오륜동 등 5개 동에 걸쳐 신이 만든 멋들어진 작품이다. 

 

아름다운 풍경 …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오륜대


‘오륜대’는 바위가 기이하고 산수풍경이 아름다워 조선시대부터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옛날 이 바위 위에서 다섯 명의 노인이 지팡이를 꽂고 노닐며 구경했다고 해서 ‘오륜대’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상현’마을의 다른 이름은 ‘선동’이다. 원래 상현마을과 하현마을이 있었는데 하현마을은 회동동 댐 공사로 인해 수몰됐다. 

 

씨족의 자연마을인 선동은 예부터 ‘선돌’이 있어 한자음으로 표기하다 보니 ‘선동’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오륜대’에 신선이 머물러 신선이 사는 마을이란 뜻으로 ‘선동’이라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접근성도 좋아 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에서 마을버스 5번이나, 5-1번을 타면 회동수원지 입구인 ‘선동’마을까지 20여 분 만에 닿는다.  

 

잔잔한 회동수원지에 비치는 산 그림자 또한 일품이다. 금정체육공원까지 갈 수 있는 온천천이 연결된 회동저수지 마을 끝머리에는 학이 노닌다. 그림처럼 서 있던 학이 후르르르~

 

고전 춤처럼 날아간다. 멋진 풍경에 두 발이 얼어붙는다. 퐁당 퐁당 물수제비를 뜨는 사람마저 그림 속으로 들어와 한 점이 된다. 한쪽으로 휘어지는 일상을 감당키 어려울 땐, 혼자라도 무조건 떠나시라. 주말엔 트레킹 하는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한번 걷고 오면 꿈속에서도 걷게 되는 길, 자연이 주는 활기와 적막한 사색이 공존하는 ‘흙내음 숲길’. 이 코스는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길이다.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8-05-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6월호 통권140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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