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 들으며 푸른 바다 위 걷는 세 가지 즐거움
부산 나들이 - 부산 스카이워크
- 내용
하늘로 내딛는 발끝이 아찔하다. 하얀 포말을 용트림하는 바다 위로 아슬아슬 뻗은 유리길, 부산의 명물 해상 스카이워크 3곳이 각각의 특징과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송도구름산책로’ ‘오륙도 스카이워크’에 이어 지난 8월 17일 개장한 ‘청사포 머릿돌 전망대’는 미포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있다. 청사포 스카이워크는 일상을 죄는 긴장의 끈을 살짝 놓고 철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가 바다의 심장을 딛는 황홀이다.
송도해수욕장 명물 ‘송도구름산책로’
‘송도구름산책로’가 있는 송도해수욕장은 부산에서 제일 먼저 개장한 해수욕장이다. 사라졌다가 29년 만에 부활한 해상케이블카, 송림공원과 분수대, 해변공원 그리고 다이빙대와 유람선, 제트스키, 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춘 거대한 해상테마파크다. 그 중 ‘송도구름산책로’는 ‘송도의 꽃’이다. 거북섬을 관통하는 구름산책로의 총 길이는 365m로 국내 최장이며, 가장 높은 구간이 바다에서 10m 높이로 짜릿한 쾌감을 더해준다. 2015년 6월에 296m을 먼저 개방하고 2016년 6월에 전 구간이 개장됐다. 송도공원 ‘송림정’에서 내려다본 구름산책로는 용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승천할 듯이 우아하고 비범한 자태다. 구름산책로 입구인 거북섬에는 어부와 인어의 사랑이야기, 바다괴물의 방해로 ‘반인반룡’이 된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옛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와~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아” 눈 앞에 펼쳐진 반짝이는 바다, 강화유리를 딛고 선 초등학생이 환호한다. 정말이지 발 아래는 몸을 뒤집는 시퍼런 바다가 있다. 깊은 바다가 훤히 보이는 매직 그레이팅(격자 모양의 철 프레임) 옆으로 겁을 먹고 살금살금 걷는 연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길, 다양한 표정들이 구름처럼 넘실거린다. 바다 위를 걷는 산책은 언제 어떤 날씨에도 ‘판타스틱’하다.
▲ 송도해수욕장 거북섬을 관통하는 구름산책로의 총 길이는 365m로 국내 최장이다. 가장 높은 구간이 바다에서 10m 높이로 짜릿한 쾌감을 더해준다.
송도해상케이블카·암남공원 … 즐길거리 가득
암남공원으로 가는 해안산책로 ‘볼레길’은 ‘볼래’와 ‘둘레’를 조합해 만든 우리말이다. 이 일대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중생대 말기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암을 뚫고 뿜어져 나온 마그마가 굳으면서 생긴 암석과 층층 단애를 통해 시기별로 형성된 지층을 관찰할 수 있는 보석 같은 명소다. 특히 암남공원 주차장 근처의 산책로 절벽은 붉은 이암과 회색 사암이 교대로 쌓여 신비로운 시간의 무늬를 보여준다. 볼레길의 화룡점정은 기암괴석을 향해 몇 세기 동안 구애를 멈추지 않는 파도의 몸짓이며, 그것은 우주의 열정이다. 해안 절벽의 철제 난간 길 사이사이 멋진 배경을 거느린 전망대, 흔들다리, 낚시터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난 6월 21일부터 운행에 들어간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초속 4.5m의 속도로 동쪽에 위치한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 구간, 최고 86m 높이의 아찔한 비행을 한다. 남항 묘박지, 대마도, 용두산공원. 황령산, 해운대 마린시티 꼭대기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뒤편으로는 남항대교, 자갈치시장, 문현금융단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여기저기 흩어진 낚시꾼들도 바다 풍경의 여유를 더한다. 어둠이 내리면 남항대교의 화려한 조명과 바다에 정박한 선박들의 불빛이 꿈처럼 펼쳐진다. 케이블카는 두 종류인데, 에어 크루즈(불투명 바닥 케빈)와 크리스탈 크루즈(투명 바닥)이며 8인승 캐빈 39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하며 주말 밤은 2시간 연장한다. 편도 소요시간은 7분이다. 요금은 대인 왕복 일반 캐빈은 1만5천원, 크리스탈 캐빈은 2만원이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송도 스카이파크 전망대의 조망 앞에서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단순 놀이와 오락에 그치지 않고 ‘케이블카 뮤지엄’을 세워 교육과 문화적 기능까지 갖춘 송도 해상테마파크에 박수를 보낸다.
· 송도구름산책로
가는 방법 : 시내버스 7·26·71·96번 송도해수욕장 하차
시내버스 6-1·16·17·61·161번 해수욕장 입구 하차
관람 요금 : 무료
개방 시간 : 오전 6시 ~ 오후 11시
발밑은 해안절벽 … 눈앞은 오륙도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비경 중에 비경이다. 2013년 10월 부산에서 제일 먼저 개장한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하늘 위를 걷는다’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지었다. 35m의 아득한 해안 절벽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굽형으로 이어 붙인 U자형으로 길이는 15m다. 바닥유리는 12㎜의 유리판 4장에 방탄필름을 붙여 특수 제작한 55.49㎜의 두께다. 다리위에서 보면 시시각각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절경에 숨이 멎는 듯하다. 낭떠러지로부터 바다 쪽으로 튀어 나와 어떤 스카이워크보다 스릴있다.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세워진 자리의 옛 지명은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승두말’이다.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인 이곳은 파도가 세다. 여기 오래 산 주민들은 간혹 ‘잘록개’라 부르기도 한다. 바다를 연모하는 승두말이 오륙도 여섯 섬을 차례대로 순산한 뒤 불룩했던 배가 잘록하게 들어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걷는 시민 모습.
바다·꽃 일상 속 여유 ‘오륙도 해맞이 공원’
오륙도 섬 중에 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 방패섬과 솔섬이다. 다음은 수리섬, 송곳섬, 굴섬이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등대섬은 멀찍이 떨어져 있다. 등대섬은 평평하다고 해서 ‘밭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로 보이는 시각적 오묘함 때문에 신비의 섬으로 불리는 오륙도는 부산의 상징이다. 맑은 날은 해운대와 동백섬 일대를 조망할 수 있으며 스카이워크 옆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즐기는 꽃과 바다의 사랑스런 하모니는 코끝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해풍과 궁합이 잘 맞다. 바다에 황금가루를 뿌리며 떠오르는 일출은 묵직한 감동을 준다. 매순간 다채로운 색상으로 변하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이곳은 시야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를 볼 수 있어 사진촬영의 명소로 입소문을 탔다.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처음 선보였을 때의 놀라움이 그대로다. 명품길인 이기대 산책로는 갈맷길 코스로 아름다운 해안을 휘돌아 간다. 코스는 동생말~못난이 골짜기~목너머~이기대~장바위~남끝~처마 바위~박골새~농바위~산태골~용호동 포진지~오륙도 해맞이 공원이다. 어울 마당 쪽으로 가다보면 거북이 등 같은 나직한 돌무더기가 나오는데, 그곳이 해녀들이 어구를 보관하거나 조업 중 쉼터로 이용하는 해녀막사다. 그뿐 아니라 구름다리와 영화 ‘해운대’ 촬영장소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 오륙도 스카이워크
가는 방법 : 시내버스 27번·131번 오륙도SK뷰후문 정류장 하차
관람 요금 : 무료
개방 시간 : 오전 9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50분)
※단 기상상황에 따라 이용 제한
푸른 용 설화 담은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지난 8월 17일 개장한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는 부산 스카이워크의 막내다. 다자인은 푸른 용이 청사포를 지켰다는 설화를 담았다. 그래서 다리 색상도 푸른색이다.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하얀 파도 너머로 푸른 용이 불쑥 튀어나온 것 같다. ‘다릿돌’은 전망대 바로 앞에서부터 해상등대까지 가지런한 5개의 암초가 개울을 건너려고 띄엄띄엄 놓은 돌을 닮았다고 해서 따온 이름이다. 다리 끝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암초를 찾아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청사포 공영주차장에서 송정방면으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400m 지점에 자리 잡았다. 멀리서 보면 유선형의 다리 생김새가 한 마리 물고기가 바다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헤엄쳐 들어가는 것 같다. 해수면으로부터 20m의 높이가 위풍당당하다. 폭 3∼11.5m, 길이 72.5m으로 바닥은 가운데에 투명한 강화유리를 설치했다. 깊은 바다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반달모양의 디자인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의 오른쪽은 오륙도, 왼쪽은 송정이며 수려한 청사포 해안과 그 위에 펼쳐지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를 보고 난 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에 갔다가 벽화마을을 잠시 둘러봐도 좋다. 모카사진관에서 위쪽으로 당산제를 지내던 청사포 당산나무가 있다. 위로 올라가다가 선글라스를 쓴 개를 그린 그림을 만나면 그때부터 벽화마을이다. 인어공주가 셀카봉을 들고 나르시즘에 빠져 셀카를 찍는 기발한 벽화도 보이고, 벽에 늘어진 구불구불한 배수관을 이용한 잠수부 그림도 참신하다. 출출해 지면 기호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조개구이 집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산물을 즐겨도 좋다.
▲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를 걷는 시민 모습.
▲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에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오륙도, 왼쪽으로는 송정이 보인다. 수려한 청사포 해안과 그 위에 펼쳐지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부산 해녀 ‘숨비소리’ 들리는 청사포
청사포에서는 운이 좋으면 물질하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얀 등대 가기 전 방파제에는 해녀들이 사용한 장비들이 널려 있다. 물옷, 물안경, 오리발, 그물이 달린 부표등이 그곳이 해녀들의 작업장임을 말해준다. 맞은편으로 컨테이너로 된 건물이 바로 ‘해녀마켓’이다. 이곳에서는 그날 잡은 전복·멍게·해삼·성게 등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일기가 나쁘면 물질을 할 수 없어 문을 닫기도 한다. 헛걸음일망정 해녀들의 일터를 구경하는 것도 뜻깊다. 일상의 꿈들이 바다를 향해 달린다. 스카이워크가 있는 바다는 눈 닿는 곳마다 감동이다. 바위틈에 고개를 내민 갯메꽃의 수줍음, 온힘을 다해 뭍으로 달려오는 파도의 끈기, 이런 모든 현상들을 발 아래 두고 유리다리 위에 올려둔 내 발자국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깊은 사색에 빠져 보는 여행, 세 군데 스카이워크를 모두 다녀오면 생각지 못한 파도가 덮쳐도 세상을 향해 꿋꿋하게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 자연의 경외심이 삶의 충만을 부풀리는 이색적인 스카이워크 여행을 권해 드린다.
·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가는 방법 : 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7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2번,
청사포 종점에 하차
관람 요금 : 무료
개방 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6~8월은 1시간 연장)
- 작성자
- 이영옥
- 작성일자
- 2017-09-0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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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2017년 9월호 통권 131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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