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사이 거닐며 건축의 매력에 빠지다
I♥Busan / 부산 나들이 / 건축투어-센텀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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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 지은 왕국. 해운대 센텀시티(Centum City)는 부산을 대표하는 마천루다. 센텀건축의 매력은 도시적인 차갑고 세련된 감각 뿐 아니라 따뜻한 감성을 책임지는 아름답고 특별한 건물이 빌딩숲 사이사이 꽃처럼 피어있다는 점이다.
(사)부산국제건축문화제조직위원회는 건축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건축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건축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10인 이상의 단체를 모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홈페이지(biacf.org)에서 신청하면 된다. 일정과 투어코스는 신청 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오늘은 첨단 산업단지로 변신한 센텀시티를 이우환공간→부산시립미술관→신세계몰→영화의전당→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디오임플란트 순서로 돌아본다.
작가의 철학 고스란히 스며든 ‘이우환공간’
‘부산시립미술관’과 ‘이우환공간’은 미술과 공간이 하나의 작품으로 빛난다. 본관인 시립미술관은 지하2층, 지상3층 건물로 16개의 전시실과 강당, 도서실, 부산 미술정보센터 외에 야외조각공원이 있다. ‘이우환공간’은 전면은 유리, 나머지는 콘크리트로 된 직육면체의 간결한 2층 건물로 전시 공간은 1층과 2층으로 구분된다. ‘이우환공간’의 위치는 해운대 신시가지로 진입하는 고가도로의 소음에 노출된 공용화장실 자리였다. 화장실을 철거한 자투리땅이었지만 지금은 미술관 정문 위치를 옮겨 출입할 때마다 ‘이우환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정비했다.
‘이우환공간’의 작품은 실내·외를 합해 총 24점이다. ‘이우환공간’의 내부로 들어서니 커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 채광에 압도된다. ‘이우환공간’이 특별한 것은 건물을 짓기 전에 작가의 의사를 반영해 공간 구성을 했다는 점이다. 벽면을 유리로 설치해 작품을 둘러싼 빛의 양을 조절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은 자연이 빚은 또 하나의 창작품이다. 앞뜰에는 이우환 작가의 신작 ‘관계항-안과 밖의 공간 20’이 전시돼 있다. 야외 전시물의 소재가 주로 철과 돌인 것은 자연과 산업을 예술과 연결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다. 돌 자체가 몇 십 억년 시간의 덩어리가 뭉친 것이니 우주가 점에서 시작해 점으로 끝난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렇게 주위 공간과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여백’을 중요시한 이우환 작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인 이우환 작가는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지만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 부산시립미술관의 외관은 파도를 형상화 했다(사진은 시립미술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건축투어 참가자 모습).굽이치는 파도 형상화한 ‘부산시립미술관’
시립미술관 건물의 특징은 부산의 랜드마크인 바다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데 있다. 미술관의 V자형 지붕 4개는 마치 파도가 굽이치는 듯 보이기도 하고 갈매기가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 같기도 하다. 미술관 1층 로비를 거쳐 2층으로 올라가면 4개의 방이 있다. 이외에도 역사전시실과 3층에는 상설전시실과 공예전시실 등이 있는데 특이점은 2층과 3층이 관통되도록 설계된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상설전시장이란 성격과 맞물려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물결처럼 변화를 꿈꾸는 공간이다. 새로운 에너지로 끊임없이 몸짓을 하는 파도처럼 말이다.
전시실 구조는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 대형 전시실이 나오고, 다시 좁은 곳으로 이어져 반복과 변화를 주었다. 파도의 이미지를 딴 연속성이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출렁인다. 작품이 전시된 방을 나오면 복도와 긴 벽을 만나는데 이것은 감상의 여백을 제공해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선 또한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감상한 후에 다시 되돌아오면서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보는 방향에 따라 작품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암시한다. 이렇게 관객들의 입장에서 감상의 다양성을 중요시한 인간중심의 미술관이 바로 부산 ‘부산시립미술관’과 ‘이우환공간’이다.
▲ 신세계 센텀시티몰은 지하연결통로·지하광장·지상브릿지를 설치해 기존 백화점과의 긴밀한 조화를 보여준다. 센텀시티몰 옥상정원을 둘러보는 건축투어 참가자 모습.부드러운 곡선·자연광 어우러진 ‘신세계 센텀시티몰’
시립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도심 속의 휴양지로 쇼핑뿐만 아니라 스파, 골프, 빙상 등 여러 가지 레저를 골고루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전국의 유명 맛집에서 해외 맛집까지 입점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2016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의 백화점’으로 등재됐다. 신세계 백화점을 지나면 지난해 개장한 ‘신세계 센텀시티몰’이 나온다. 건축투어의 주인공은 바로 ‘신세계 센텀시티몰’이다.
센텀시티몰은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로 신세계면세점, 일랙츠로마트, 어린이 직업체험 공간 키자니아 등이 들어서 있다.
1층에서부터 3층, 4층의 넓은 야외테라스, 그리고 7층의 옥상정원에 이르기까지 조경공간을 군데군데 배치해 친환경적이다. 또한 지하연결통로(지하3층)와 지하광장(지하2층), 지상브릿지(지상3~4층)를 설치해 기존 백화점과의 긴밀한 조화를 보여준다. 기존 백화점과 두 개 층으로 연결되는 입체적인 센텀브릿지는 잔잔하게 물결이 치는 파도를 형상화한 외벽 핀들로 인해 미적기능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를 꾀했다.
먼저 조망부터 살펴보기 위해 7층 옥상정원으로 올라갔다. 수영강의 푸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화로운 수변 풍경과 APEC나루공원, 광안대교는 과연 환상적이다.
‘센텀시티몰’의 미적 구조 또한 기네스급이다. 내부공간은 두 개의 큰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층간의 연계성을 높였고, 천장을 통해 실내에 자연광을 들어오게 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입구 전면에 위치한 선큰광장은 주변과 어울려 상생하는 역동성을 강조한 공간이다. 특히 식음을 즐길 수 있는 옥상정원의 투명 유리난간은 개방감을 증대시켜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입소문을 탔다. 건물의 외부와 함께 부드러운 곡선과 면이 강조된 내부 구조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해 고객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건축물 전체가 하나의 조각작품 ‘영화의전당’
영화의 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건축물인 ‘영화의전당.’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된 오스트리아 ‘쿱 힘멜브라우(Coop Himmbel blau)’의 설계안으로 2011년 완공했다. 영화의전당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한 쪽 끝만 고정돼 있는 외팔보 구조의 지붕, ‘빅루프(Big Roof)’다. ‘빅루프’는 세계 최장 외팔보 지붕으로 기네스에 등재됐다. 영화의전당은 크게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9층 규모의 ‘시네마운틴’과 4층 규모의 ‘비프힐’, 4층 규모로 빅루프의 기둥 역할을 하는 ‘더블콘’이다.
내부는 각각의 용도를 고려해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했고, 보행자의 동선에 따라 에스컬레이터와 구름다리로 연결해 여러 개의 건물이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독립적이지만 힘을 모아 영화산업을 부흥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미지다. ‘영화의전당’을 먼 곳에서 바라보면 기본적인 사각의 틀을 완전히 탈피한 거대한 조각품처럼 보인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뛰어난 조형미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눈부시다.
영화의전당에는 시민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시설이 하나 있다. 바로 ‘단부지지시스템 10단’이다. 건축문화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태풍이나 강풍에 ‘빅루프’가 한쪽으로 쓰러질 것을 우려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빅루프 아래 ‘두레라움 광장’ 서쪽 끝 부분 아래 2곳의 바닥에 네모난 덮개가 있는데, 그곳 지하에 2개의 기둥이 숨어있다. ‘단부지지시스템’이 필요할 때 덮개를 걷어주면 기둥이 안테나처럼 솟아올라 빅루프를 떠받친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얼마나 신기한 장면이겠는가. 광장에 있는 조형물은 볼수록 신기하다. 앞에서 보면 여인, 옆에서 보면 새, 또는 갈매기로 보인다. 그래서 작품명도 ‘여인-새-변신’이다. 빅루프에는 약 4만2천600개의 LED 전구를 설치해 밤마다 화려한 빛의 축제를 벌인다. 환상적인 야경으로 부산을 홍보하는 ‘영화의전당’은 명소 중의 명소다.
▲영화의전당의 상징은 한 쪽 끝만 고정돼 있는 외팔보 구조의 지붕, ‘빅루프(Big Roof)’다. ‘빅루프’는 세계 최장 외팔보 지붕으로 기네스에 등재됐다. 건축문화해설사가 영화의전당 빅루프를 설명하는 모습.
독특한 외관 자랑하는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
영화의전당 이웃해서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가 있다. 게임 ·애니메이션·영화·영상 등 문화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문을 연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BCC)’는 지하1층 지상9층 규모다. 멀리서 보면 외관에 쳐진 그물망이 영화스크린의 빛이 지나가는 듯한 모습이다. 디지털 감성 놀이터 ‘더 놀자’를 비롯해 2층에 글로벌 게임업체 ‘넥슨’이 입주했다. ‘더 놀자’는 아이들이 체험하고 흥미로워 할 볼거리가 많아 인기 상승 중이다. 강연과 회의 공간도 마련돼 높은 활용도가 기대된다. 인접한 건물과의 조화로 인해 순응과 상생을 꿈꾸는 건물이다.
윗턱과 아래턱, 그리고 치아를 표현한 이색적인 건물이 있다. 바로 ‘디오임플란트’ 다. 지하1층 지상8층 규모로 치과용 ‘임플란트’를 생산하는 주식회사 ‘디오’의 사옥이다. 1층과 3층까지는 생산 공장, 4층과 5층은 업무를 보는 사무실, 6층은 연구와 홍보 기능을 가진 도시형 복합 공장건축물이다.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중정(물의 정원)이 포인트인데 이것은 의료산업의 생태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 마당, 물, 그리고 자연의 빛을 끌어들인 결과물이다. 생산과 업무, 연구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건축을 통해 몸과 정신의 회복, 생명과 환경의 조화에 주안점을 둔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편리함을 넘어 빛나는 예술로 자리 잡은 부산의 ‘센텀건축’은 부산 시민들의 당당한 자존심이다. 나날이 진화하는 새 얼굴을 만나면 봄꽃만큼이나 사랑스럽다.
※ 문의 : (사)부산국제건축문화제조직위원회 051-744-7728~9
- 작성자
- 이영옥
- 작성일자
- 2017-02-2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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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통권 125호 부산이야기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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