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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철로를 기억하다

해운대 미포철길을 거닐다

내용

철로를 걷는 낭만적인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자박자박 소리가 나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근처에 있는 낭만이 가득한 곳을 찾는가? 그렇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었다. 시려오는 손을 주머니에 푹 넣고 자갈 소리를 들으며 한없이 거닐었다. 해운대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은 한 번 다녀왔던 미포철길이다. 또 가겠다고 생각한 건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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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철길은 해운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해운대역에서 솔밭예술마을을 둘러본 뒤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간 다음 둘러보기 좋다. 해운대 해수욕장 왼쪽 끝자락으로 쭉 가다 보면 해운대관광유람선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로 가지 않고 위로 올라가면 미포철길이 나온다. 반대로 송정에서 시작해도 좋다.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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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부산을 잇는 동해 남부선이 사람들이 걷기 좋은 길로 바뀐 건 2013년 12월을 마지막 운행으로 선로가 폐쇄된 이후부터다. 이를 두고 모노레일을 한다느니 공원으로 재조성한다느니 말이 많았지만, 결국 부산시민에게 무료로 철로를 개방하는 걸로 의견이 모여졌다고 한다. 이렇게 긴 철로를 걸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폐쇄된 철로가 개방된 곳이 많아도 이렇게 멋진 풍경에 긴 철로가 개방된 곳을 미포철길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무료로 철로를 개방한 건 참으로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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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 공개된 동해남부선은 5km로 길이가 긴 편이다.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제대로 걸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길을 나서야 한다. 추천하는 코스는 해운대에서 시작해서 터널까지 가는 길이다. 그만큼만 가도 걷기 딱 좋다. 가기 좋은 시간은 노을 질 무렵을 추천한다. 걷기 좋은 오후 시간 때에는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밤이 찾아오면 가로등에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지만, 그래도 여자 둘이서 다니기에는 위험하다.  


철로가 처음 개방되었을 때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얼마 없던 그곳에서 우리는 낭만에 젖어 철길을 걸었다. 오랜만에 찾은 미포철길에는 날씨가 유독 따뜻한 날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주말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하나같이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이 폐철로에 몰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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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철길의 매력은 자박자박 소리가 나는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가 넘실대는 해운대와 송도 해수욕장을 한 발짝 뒤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걷다 보면 낭만과 추억이 샘솟는다. 거친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기차가 다녔던 길을 두 발로 거닐 수 있다. 계란 하나를 꺼내서 소금에 찍어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 미포철길의 낭만은 어쩜 기차의 낭만과 같을지도 모른다.
 

첩첩산중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길을 두 발로 거닐 수 있다는 낭만이다. 거닐 수 없을 것 같은 곳, 곧 경적 소리가 울리며 기차가 올 것 같은 곳을 거닐 수 있다는 낭만이다. 더 이상 경적 소리를 울리지 않지만, 낭만은 그대로다. 하지만 철로의 낭만만을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있다. 이 철길은 일제 때 군수물자 시설로 처음 사용되었던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산에서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미포철길. 미포 건널목에서 시작된 철길은, 미포 마을, 청사포 마을, 새터마을, 청사포새길, 구덕포마을을 지나 송정역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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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방 날이 어두워졌다. 노을은 우리의 발목을 잡았고 그러는 사이 어둠이 찾아왔다. 결국 우리는 달맞이재 터널까지만 갔다 돌아왔다. 가볍게 산책 삼아 간 사람들 대부분은 달맞이재 터널을 찍고 돌아간다. 중간중간 쉬지 않고 간다면, 미포건널목에서 약 15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오래된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터널은 철길보다 더 세월이 묻어난다.

 

새색시처럼 빨간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철로에 탁하니 자리를 잡았다. 노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다. 빨갛던 노을이 주황빛을 내더니 또 보랏빛을 낸다. 이런 멋진 노을을 해운대에서 볼 수 있다니!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가로등에 불빛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이제는 정말 발길을 돌려야 할 때. 아쉽지만 어둠을 헤집고 길을 나섰다. 

 

 

 

 



 

작성자
김혜민/이야기 리포터
작성일자
2017-01-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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