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공원에서 부산공동어시장까지 부산과 한국 근현대사 담은 길 걷다
I♥Busan / 부산을 걷다 / 원도심 스토리투어 ② 용두산공원·부산공동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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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한국 근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중심이었다. 1876년 개항을 통해 부산은 한국 근대화를 이끌었으며 국제도시로 우뚝 섰다. 한국의 근대화, 그리고 국제화는 부산에서 방점을 찍었고 부산에서 영글었다.
중구와 서구는 근·현대 부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중심이었다. 여기서 개항했으며 여기서 선진 문물을 받아들였고 여기서 세계로 뻗어 갔다. 부산 세계화의 진원지, 한국 세계화의 진원지가 바로 부산 중구와 서구였다.
중구 용두산공원 일대는 조선시대 일본인 거류지역, 왜관이었다. 문물이 뒤처진 일본은 조선에 수시로 손을 벌렸다. 생떼도 자주 부렸다. 조선은 그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왜관을 지어 선린을 도모했다. 왜관은 조선의 넉넉한 품성이었다.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은 대한민국 수산업의 메카.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의 원양어선은 뱃고동 힘차게 울리며 여기서 출항했으며 여기로 입항했다. 청춘을 바쳐 원양에서 벌어들인 달러는 경제대국으로 나아가는 종잣돈이었다. 공동어시장 갈 때는 무에서 유를 이룬 한 세대 이전 그 때 그분들을 생각하며 걸어야 한다.
▲ ❶ 용두산공원의 ‘사랑의 자물쇠’.
▲ ❷ 용두산공원 입구에 있는 초량왜관 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원도심 투어 참가자.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백화점 ‘부산데파트’
용두산공원 투어는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 시작한다. 부산관광공사의 ‘이야기 할배·할매와 함께 걷는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 두 번째 코스다. 이야기 할배·할매는 11명. 전문 스토리텔러다. 교대로 그리고 나눠서 투어를 진행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화력발전소가 있던 자립니다.” 동행한 이야기 할배는 한영섭 선생. 교직 퇴임 뒤 용두산공원 스토리텔러로 나섰다. 롯데백화점 자리에 용두산 꼬리, 용미산이 있었으며 한국 최초 민간 화력발전소가 있었다는 입담이 구수하다.
사실이 그랬다. 발전소는 서울에 가장 먼저 생겼지만 고종 등 황실에서 자본금을 댔다. 한국 최초 민간 설립 발전소는 부산에서 나왔다. 1901년 9월 12일 창립한 부산전등주식회사가 그것이다. 당시 발전소는 전차와 전등, 전화, 수도의 핵심 시설이었다. 백화점 다음 행선지는 왜관 선착장 자리. 한일 교역 내지는 한일 선린의 현장이다. 백화점 정문에서 건널목을 건너 도시철도 지하로 내려간 뒤 7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영화 ‘도둑들’을 촬영했던 부산데파트가 나온다. 부산데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백화점이다. 한때 일본 관광객이 단체로, 단골로 드나들었다. 부산데파트를 오른쪽에 두고 이면도로를 걸으면 선착장 자리가 나온다.선착장이 있던 곳은 지금의 봉아주차장. 주차장 안쪽 고색창연한 축대가 왜관 선착장으로 추정되는 유적이다. 그러니까 이 아래는 모두 바다였고 그것의 증명이 이 축대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1678년부터 200년 가까이 운영된 초량왜관의 부두라고 추정한다. 부두 유적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2015년 연말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 관수가는 초량왜관 최고 책임자의 처소였다. 처소는 사라졌지만 관수가로 오르던 육중한 돌계단이 남아 있다
꽃시계 추억 어린 ‘용두산공원’
다음 목적지는 관수가(館守家). 초량왜관 최고 책임자 관수가의 처소였다. 처소는 사라졌지만 관수가로 오르던 육중한 돌계단이 남아 있다. 봉아주차장에서 직진해 다명가(茶名家)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뒤 직진하면 된다. 관수가 자리는 노래방 건물 모퉁이 오른쪽이다. 돌계단이 보이고 그 위가 그 자리다. 관수가는 한일병탄 이후 부산시청 격인 부산부청이 됐다. 모퉁이 노래방 건물은 일본 경찰서 자리였다. 영화 ‘암살’의 실제 주인공인 의열단 박재혁 의사가 1920년 9월 4일 서장 면전에서 폭탄을 터뜨린 부산경찰서 폭탄 투척 의거 현장이 여기다.
관수가 거리를 빠져나오면 광복로. 인도 한쪽에 좁고 짧지만 물길을 내었다. 멱 감는 벌거숭이 아이들 조형물이 정답다. 광복로는 원래 하천이었다. 용두산과 복병산에서 발원한 물이 여기를 거쳐 바다로 스며들었다. 소나무 송, 고개 재를 써 ‘송현천’ 또는 ‘솔재내’라 했다. 용두산의 다른 이름이 ‘송현산’이었다. 광복로 오른편 에스컬레이터는 용두산공원으로 이어진다. 공원 입구에 초량왜관 터 표지석을 세웠다. 초량왜관 유래와 왜관 지도를 담았다.
“꽃시계 있는 공원이 전국 아홉 군데인데 꽃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공원은 여기가 유일합니다.” 용두산공원은 부산 사람에겐 추억이 스민 아스라한 공간이다. 장년과 노년층 부산 사람 대개는 용두산공원 꽃시계를 배경으로 사진 찍은 추억을 지니고 산다. 어릴 땐 부모형제와 함께, 학교 다닐 땐 친구와 함께, 그리고 신혼여행 사진. 한영섭 스토리텔러는 꽃시계 초침에 후한 점수를 준다. 용두산공원, 나아가 부산이 갖는 역동적 생명력의 비유이리라. 꽃시계 너머 보이는 높다란 탑은 부산타워. 높이 120m, 1973년 세운 한국 최초 타워다. 밤에는 등대가 돼 부산으로 입항하는 배를 이끈다.
타워 뒷길은 산책길. 중앙성당과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역사관은 부산의 근대를 두루 모았다. 사진과 영상, 자료 하나하나 귀하다. 역사관 건물도 문화재다. 부산시 기념물 제49호다. 일제강점기 동양척식, 6·25전쟁기 미국 대사관, 이후 미 영사관과 문화원을 거쳤다. 역사관을 나와 왼쪽 외환은행에서 우회전하면 대각사가 나온다. 1887년 세운 절이다. 근대 조선의 개화에 굵직한 획을 그은 역사적 명소다. 김옥균·박영효·윤치호·서광범 등 개화파의 일본 왕래 교두보였다.
▲ 한국전력공사 중부산지사는 한국 근대 사옥의 전형을 보여준다. 부산 최초의 엘리베이터도 이곳에 있다.한국 근대 사옥 전형 ‘한국전력공사 중부산지사’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가는 길은 서구청에서 시작한다. 대각사와 서구청은 10분 거리다. 서구청 입구 널따란 도로는 복개로다. 구덕산에서 발원한 보수천이 여기로 흘러 바다에 닿았다. 꽃상가 밀집한 구청 축담은 육지와 바다의 경계였다. 그러니까 서구청 이쪽으론 하천이 흘렀고 저쪽은 바다와 닿았다.
“부산 최초의 공원이 있던 자립니다.” 하천과 바다로 둘러싸인 서구청 자리는 풍광이 빼어났다. 덕분에 부산 최초 공원인 대정공원이 있었다.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 부산공동어시장 담당인 정남서 선생 해설은 강바람 불고 바닷바람 불어 선선하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속살을 알리는 일의 재미와 보람에 매료돼 부산관광공사 스토리텔러로 나섰다. 산복도로 해설에도 일가견이 있다.서구청 뒤편 한국전력공사 중부산지사는 명소다. 1936년 10월 7일 사옥(社屋)으로 건립한 지상 4층, 지하 1층 건물이다. 원형 보존이 잘 돼 한국 근대 사옥의 전형을 보여준다. 나라에서도 인정해 문화재청 지정 한국근대문화유산 제329호다. 지금도 한전 사옥이지만 설립 당시에도 전기 취급 회사 사옥이었다. 부산궤도(주)와 용미산에 있던 부산전등(주)을 합병한 부산와사전기(주) 본사 신축건물이었다. 일제강점기 전차 운행과 전등 가설과 가스 공급을 독점했다. 전차 운전기사는 모두 이 회사 직원이었다.
“부산 최초의 엘리베이터입니다.” 한전 사옥은 보물 덩어리다. 외벽도 그렇고 내부도 그렇다. 화강암을 이용한 르네상스식 외벽, 처마선 아래 수평 돌림띠 문양, 사각기둥과 받침, 동쪽의 청동제 현관 장식은 볼수록 감탄사를 연발한다. 시카고에서 들여온 계단 대리석 난간은 정교함을 넘어 아름답다.
현금과 유가증권, 전차 승차권을 보관하던 대형금고와 귀빈 응접실 천장의 국화 문양, 수납창구로 쓰였던 2층 사무실 창문 유리도 원형 그대로다. 미군 비행기 공습을 대비하던 옥상 방공포대는 이채롭다. 고객지원부 안상훈 부장 말대로 부산 최초로 들어선 엘리베이터도 기념비적이다. 일부러라도 타 봐야 한다. 이집트 벽화를 연상시키는 지하식당 벽면 부조, 주차장 벽면에 송도해수욕장 여인을 새긴 임호 화백의 1967년 부조 작품도 문화재급이다. 1층 전력홍보관은 전기 역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는다.
▲ 1963년 개장한 부산공동어시장은 한국 수산업의 역사이면서 대들보다. 국민생선 고등어 전국 유통량의 80% 이상을 공동어시장에서 거래한다.수산물 최대 위탁판매장 ‘부산공동어시장’
자갈치시장과 공동어시장 사이 충무동 새벽시장과 해안시장이 있다. 새벽시장은 어선에 식자재 제공을 위해 새벽 5시가 가장 활기를 띄는 시장이다. 해안시장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남부민동 해안에 있다. 한전에서 나와 송도 아랫길로 가면 된다. 한전 뒤 ‘50년 전통 함흥냉면’을 비롯해 적산가옥이 여럿 보인다. 부산에서 여인숙이 가장 많은 골목을 지나 해안시장으로 쭉 가면 공동어시장이다. 생선 상자와 갈매기가 길을 인도한다. 부산 바다의 물빛, 부산 바다의 눈빛은 언제 봐도 깊고 맑다.
1963년 개장한 부산공동어시장은 한국 수산업의 역사이면서 대들보다. 국민생선 고등어 전국 유통량 80% 이상을 거래한다. 생선을 낚아채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갈매기 눈매가 벌겋다.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뤄지는 경매는 부산을 대표하는 명장면. 장관이다. 누구든 구경할 수 있다.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는 지난호에 소개한 영도 깡깡이길·흰여울길과 이번 호에 소개한 용두산코스와 공동어시장코스 외에도 국제시장·이바구길 코스를 더해 총 6개 코스다. 참가 신청은 부산관광 안내전화 1330번이나 부산관광공사 (051)780-2175(bto.or. kr)이며 투어 비용은 무료다. 이야기 할배·할매의 입담을 들으며 천천히 부산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 작성자
- 동길산
- 작성일자
- 2016-11-3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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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통권 122호 부산이야기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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