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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통권 122호 부산이야기호 전체기사보기

“싸고 맛있는 칼국수 한 그릇, 꽁꽁 얼었던 몸 사르르∼”

I♥Busan / 부산을 맛보다! / 시장 칼국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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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국수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칼국수는 6·25전쟁 당시 전쟁구호물자용 밀가루가 반입되면서 대중화 됐다. 싸고 맛있어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허기를 채우기 안성맞춤이다.

 

 

쫀득쫀득 씹히는 식감이 기껍다. 오래 끓인 진한 멸치 육수가 사람 입맛을 환하게 한다. 춥고 허기진 날이나 비바람 불고 찌뿌드드한 날, 뜨거운 면을 후후 불어 한 그릇 뚝딱 먹으면 참 좋은 음식, 칼국수.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화되고 널리 사랑받는 서민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6·25전쟁 이후 대중화  서민음식 대표

칼국수의 사전적 의미는 ‘밀가루를 반죽해 홍두깨 같은 방망이로 얇게 밀고, 칼로 가늘게 썰어 육수나 장국 등에 끓여서 먹는 음식’이다. 특히 겨울을 나는 서민들의 따뜻한 한 끼 식사로, 쫄깃한 면발과 뜨끈한 육수가 일품인 정겨운 토속음식 중 하나이다.

칼국수는 조선시대 가장 오래된 한글조리서인 ‘규곤시의방’에 ‘절면(切麵)’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한다. 당시 칼국수의 주재료로는 메밀가루였다. 밀가루는 점성을 더하기 위해 섞어서 쓴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절의 밀가루는 매우 귀한 식재료였기에 그렇다. 

밀가루를 내는 밀은 추운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곡식이라,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대량생산이 어려웠다.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쓴 고려견문록 ‘고려도경’에서는 ‘고려에는 밀이 적기 때문에 화북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밀가루의 값이 매우 비싸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기술한 것을 봐도 짐작할 수가 있다.

그 귀한 밀가루 음식들이 대중화 과정을 거치는 시기는 6·25전쟁 즈음이다. 6·25전쟁 당시 전쟁구호물자용 밀가루가 반입되면서, 국수와 칼국수, 수제비 등 밀가루를 식재료로 한 음식이 서민음식으로 널리 자리 잡게 된다. 특히 부산은 서민의 경제활동 공간인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게 된다. 부산의 향토음식인 밀면 또한 메밀가루 대신 밀가루로 만든 음식인 것을 보면, 당시 밀가루의 활용도나 의존도가 꽤나 높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1970년대 정부의 분식장려정책은 다양한 밀가루 음식이 식탁에 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밀가루 음식이 ‘시장 칼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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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칼국수는 부산지역 시장마다 특색있는 맛을 자랑한다. 화교의 영향을 받은 짜장칼국수,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 해물칼국수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시장 칼국수를 먹고 있는 시민 모습)

 

 

시장마다 특색 있는 칼국수 별미 

부산의 시장 칼국수의 특징은 지역 시장마다 조금씩 다른 메뉴들에 있다. 기본 칼국수 외에 해물을 넉넉히 넣고 끓인 해물칼국수, 걸쭉한 짜장소스를 얹어 비벼먹는 짜장칼국수(일명 칼짜장), 팥을 진하게 쑨 팥죽에 칼국수를 넣고 끓인 팥칼국수, 칼국수와 당면을 함께 섞어 식감을 최대화 시킨 당면칼국수 등이 그것이다.

해물칼국수는 풍부한 수산물이 나는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고 있고, 짜장칼국수는 화교들의 부산 정착에 영향을 받아 유독 짜장면을 좋아하던 부산사람들의 식성을 대변하고 있다. 팥칼국수는 전라도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부산의 산업화 과정 속, 전라도 출신의 노동인력이 대거 부산에 정착하면서부터 영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음식이다. 그 중 영주시장과 서면시장은 40∼50년을 훌쩍 넘긴 시장 칼국수 집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특히 영주시장은 시장 전체가 칼국수 집들로 채워져 있다.

 

들쭉날쭉한 굵기 면발 씹는 재미 더해

잘 반죽한 밀가루를 넓게 펴고 무심한 듯 숭덩숭덩 썰어내는 칼국수는 면발이 굵고 통통하다. 면의 굵기가 들쭉날쭉 해 식감이 다양하므로 씹는 재미도 꽤 있다. 굵은 면발은 쫀득쫀득하고, 얇은 면발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아주 그럴싸하다.

특히 멸치, 밴댕이를 섞어 우려낸 육수는 시원하면서도 짙고, 구수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 최고의 국물 맛을 선사한다.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심한 숙취를 시원하게 가셔주는 해장용으로도 손색이 없다.서면시장의 칼국수는 가설시장 때부터 장작불에 가마솥 걸어놓고 팔았으니 5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맛에 대한 장인정신이 칼국수 한 그릇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곳이다. 시장 한구석에 당면 섞인 칼국수 한 그릇 시킨다. 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가 식탁에 놓인다. 구수한 멸치국물 냄새와 참기름이 조금 들어간 양념장 냄새, 향긋한 파 냄새가 어우러져 벌써 입안에 군침이 맴을 돈다. 한 젓가락 집어 올려 입에 넣으니,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화끈 와 닿는데, 겨울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당면도 함께 섞여 있어 한 입 크게 먹으니 쫄깃쫄깃 꼬들꼬들 씹는 맛이 일품이다. 

국물을 그릇째 들고 후후 불어대며 마신다.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오히려 시원함이 돈다. 멸치국물의 깊고 진한 맛을 보다 보면, 어느새 이마와 목덜미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다.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면서도 정겨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 시장 칼국수. 싸고 맛있는 칼국수 한 그릇으로 이 겨울, 춥고 허기진 배를 달래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다. 

 

작성자
최원준
작성일자
2016-11-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통권 122호 부산이야기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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