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 서민음식 삼총사 … 쫄깃·고소·담백
I♥Busan / 부산을 맛보다! / 두투·꼼장어묵·개복치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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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투·꼼장어묵·개복치 수육은 6·25전쟁 피란시절 생겨난 자갈치시장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다.
부산은 6·25전쟁에 의해 급속하게 팽창된 도시이다. 수많은 피란민들이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막막하고 신산한 피란살이를 견뎌야 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피폐했는데, 특히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기본적인 끼니 해결이 생사를 좌우하는 큰일이었다
피란시절 생겨난 부산 향토음식
피란민들은 값싸고 양이 많거나, 예전에는 식용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식재료를 이용해 가족들을 건사했는데, 그 시절 탄생했던 음식들이 바로 밀면, 돼지국밥, 부산어묵, 꼼장어 등의 부산 향토음식이다.
메밀 대신 밀가루로 면을 뽑아낸 밀면과 돼지부산물을 넣고 끓여낸 국밥, 못 파는 생선새끼를 통째 갈아서 튀겨 팔았던 어묵 등은 예전에는 먹지 않았거나 다른 식재료의 대용으로 활용해 만든 것들이다.
이렇게 정품이 아닌, 부산물 등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당시 시장을 통해 서민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고, 나름의 입맛과 그들의 애환을 따뜻하게 다독여 줬다.
자갈치시장 입구. 신선한 생선들이 진열된 어물전 근처, 천막으로 얼기설기 지어놓은 노천상점이 몇 집 서 있다. 그중 세 집이 ‘두투’와 ‘꼼장어묵’ 등을 파는 상점들이다. 시기는 다르지만 이 음식들 또한 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생각하는 서민음식 중 하나다.
‘두투’는 상어의 부산물을 부위 별로 삶아서 수육으로 만든 음식이다. 상어내장, 상어꼬리 등이 그것. 돼지로 치자면 머릿고기, 내장수육과 같다. 이들을 오랜 시간 삶아 수육처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데,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건강식품으로도 꼽히고 있다.
상어·꼼장어 부산물로 만든 ‘두투’, ‘꼼장어묵’
부산에서 활발하게 위판되는 돔배기용 상어의 부산물이 ‘두투’의 재료가 되는데, 상어의 고기 부분은 영천을 비롯한 경북지역 상인들이 가져가고, 나머지 부산물을 먹기 좋게 재가공해 만든 것이 ‘두투’이다. 주로 귀상어와 참상어, 청상아리, 악상어 등을 식재료로 한다.
이와 함께 세트로 나오는 음식이 ‘꼼장어묵’이다. 꼼장어(먹장어)를 손질한 후, 그 껍질과 내장, 알집 등 부산물을 수거해 솥에 넣고, 은근한 불로 푹 고우듯 삶아서 굳혀낸 음식이다.
오랜 시간 먹장어 껍질을 삶다보면 그 속에 다량 함유된 젤라틴 성분이 걸쭉해지는데, 이를 식히면 탱글탱글한 묵 형태의 ‘꼼장어묵’이 탄생하는 것이다. 꼼장어묵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에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또 다른 별미로, 한번 맛보게 되면 은근하게 그 맛에 매료돼 찾게 되는 ‘서민음식’이자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두투’·‘꼼장어묵’과 함께 자갈치 ‘서민음식 삼총사’ 중 하나가 ‘개복치’이다. 개복치는 몸길이 약 4m, 몸무게 평균 1t인 거대 물고기이다. 최대 2t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다. 몸은 타원형이고 꼬리는 퇴화했으며 몸은 옆으로 납작하다. 얼핏 보기에는 복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주로 포항에서 위판되며 포항 지역에서는 별미로 통한다. 껍질은 수육으로, 살은 회무침으로, 대가리와 뼈 등은 찜용으로 활용된다.
이들을 두루두루 모둠으로 한 접시 시킨다. 상어 내장 썬 것과 꼬리, 지느러미, 그리고 개복치 수육과 꼼장어묵 등이 소복하게 나온다. 한 점씩 맛을 보는데, 각각의 식감과 맛이 전혀 달라 흥미롭기까지 하다.
‘상어꼬리’는 껍질과 껍질 밑의 진피와 살 등 세 겹이 함께 붙어있는데 각 부위별로 오돌오돌, 쫀득쫀득, 보들보들 그 맛이 달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장은 적당히 꼬득하다. 내장 특유의 진한 맛이 돌지만 제대로 삶아서인지 담담하다.
샥스핀이라 불리는 지느러미는 낚싯줄처럼 생긴 힘줄이 생선가시처럼 정렬돼 있는 형태다. 씹으면 힘줄 하나하나가 입안에서 각기 독립된 식감으로 자유롭다. 오래도록 끓여 조리한 중국 샥스핀 스프와 달리 꼬들꼬들한 식감을 최대한 살렸다.
▲ 두투·꼼장어묵·개복치 수육을 먹고 있는 관광객 모습.
오돌오돌한 식감 별미, ‘개복치 수육’
개복치 수육도 한 점 맛본다. 우선 보기에는 하얀색을 띠는 청포묵과도 닮았다. 그러나 식감은 오돌도돌 하면서도 잡 내가 없고, 맛이 깨끗하면서도 담백하다. 부산에서는 이 개복치 수육까지 꼼장어묵과 함께 ‘두투의 영역’에 두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자갈치의 대표 서민음식 ‘두투’와 ‘꼼장어묵’ 그리고 ‘개복치 수육.’ 이들은 오랜 세월 자갈치시장에서 억척스레 삶을 일구어 왔던 부산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줬던 음식들이다. 힘든 일상을 마치고 소주 한 병에 1만원짜리 ‘두투’ 한 접시 시켜놓으면 세상 무엇 하나 부럽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부산서민들을 잘 도닥이면서 주머니 생각도 해주는 부산의 참 착한 향토음식이 바로 이들, 자갈치시장 ‘서민음식 삼총사’들이다.
- 작성자
- 최원준 시인
- 작성일자
- 2016-08-3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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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16년 9월호 통권 119호 부산이야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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