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竹>이 많아 죽동 … 죽이 맞아 행복마을
마을 연극단·이야기책·스토리텔링 산책로 … 주민 힘 모아 문화마을 만들어
- 내용
“명령만 내려 주시면 도깨비불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한 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장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대사 한 마디. 약 50년 전 강서구 죽동1구 행복마을에는 연극대본을 쓰던 작가가 있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각자 역할을 짜고 연습을 해 곳곳으로 연극공연을 다녔다.
‘혹부리 영감’, ‘토끼와 거북이’ 등 우리 전통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연극을 공연했었는데 한순간에 사라져 아쉬움이 컸었다. 그때의 향수가 지금의 죽동1구 행복마을의 원동력이자 마중물이 됐다.
▲강서구 죽동1구 행복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가꾸고 있는 마을입구 화단.정체성 위기 극복, 행복마을 추진
부산광역시 강서구 죽동동에 있는 자연마을인 죽동 마을의 정확한 형성 시기는 알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가락동(옛 가락면 지역으로 법정동인 죽림동·봉림동·식만동·죽동동을 관할) 지역에서 가장 먼저 생긴 마을이다. “대나무, 갈대밭, 강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했습니다. 형성시기는 조선후기 1646년(인조 24)에 세워진 대변청(조선후기 가락동에 있던 전함과 군기를 건조하던 곳)보다 100년 정도 앞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을 앞까지 배가 들어와 선창가, 장터가 형성돼 김해평야 중 제일 중심지였습니다.”
마을 통장이자 행복마을 회장을 맡고 있는 윤수철 씨의 이야기다. 그의 표현대로였다. 나지막한 오봉산 아래 대나무 숲이 마을을 감싸듯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마을 초입에는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풀리자 빈 집터를 사들여 공장들이 제일 먼저 들어섰다. 마을의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몇십 년 동안 대를 이어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50여 가구 주민들이 나섰다. ‘점점 왜소해지고 작아지는 마을을 옛날처럼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어보자’
죽우회·옛이야기·역사성 살린 문화마을로 차별화
그렇게 행복마을 사업이 추진됐다. 행복마을 예비대상지로 선정된 후부터 두 달 동안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여 명의 열혈 회원들이 빠짐없이 참석해 매주 1~2회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다. 이른바 ‘우리 마을 탐구시간’. 우리 마을에 대한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가락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진 마을답게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풍부했고, 전통적인 문화마을임을 증명하듯 주민마다 가슴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한두 가지씩은 있었다. 대사부터 의상, 소품을 직접 준비해서 1960년대까지 연극공연을 다녔던 연극단 ‘죽우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죽우회 활동이 어느 정도 탄력이 붙으면 마을축제 대동회와 연계시켜, 죽동1구 행복마을만의 자랑거리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그 외에도 마을의 상징인 정자나무, 관수대, 침전제, 충효각 등을 바탕으로 마을이야기책을 발간하는 등 앞으로 진행해나갈 사업 이야기를 하는 주민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오봉산에 근린공원과 함께 스토리텔링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도 주민들의 또 다른 소망이다.
▲죽동1구 행복마을을 화사하게 만들어준 담장 벽화 앞에서 주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열정과 적극적인 의지 … 마을 변화 자랑스러워
죽동1구 행복마을은 2015년 행복마을로 선정됐다. 그래서 보여지는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마을이다. 행복마을로 선정되면서 마을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좁고 구불구불해 차 한 대 다닐 수 없던 골목이 넓어졌고, 행복마을 마중물사업으로 마을 표지석이 세워져 자긍심을 더했다.
낙동복지관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낡은 담장이 벽화가 그려진 예쁜 담장으로 재탄생, 마을을 화사하게 만들고 있다. 지저분하게 방치돼 있던 마을입구 정비로, 지난해 겨울 심었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마을을 찾는 이들을 맞고 있다.
죽동1구 행복마을이 지금껏 이룬 결과물들이 다른 행복마을의 번듯한 사업들에 비하면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죽동1구 마을주민들은 겉으로 드러난 사업결과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고 자부한다. 바로 ‘하니까 되는구나’,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일이든 몸소 나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넘쳐난다는 점은 주민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명령만 내려 주시면 도깨비불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죽동1구 행복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도깨비불을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들이 어떤 도깨불을 가지고 돌아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볼 일이다.
- 작성자
- 이무형
- 작성일자
- 2016-06-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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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16년 7월호 통권 117호 부산이야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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