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자본·인력·기술로 만든 제대로 된 부산영화
■ 2016년을 여는 부산 영화-‘로큰롤 할배’ 촬영 현장을 가다
- 내용
"어휴∼,그게 아니지!"
순둥이 감독의 입에서 낮은 탄식 소리와 함께 감독이 들고 있던 무전기가 책상 위로 던져졌다. 아주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감독은 곧장 촬영 현장으로 뛰어 갔다. 감독의 오케이 사인은 나지 않았고, 다시 촬영은 반복됐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지루한 반복의 연속, 그러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흔한 풍경일 뿐. 감독도 배우도 스태프도 당연한 몫으로 받아들인다. 감독의 고함 소리는 오래 가지 않았고, 모두들 정신이 바짝 들었다. 다시 촬영이다.
▲부산의 자본과 인력, 기술로 만든 본격적인 부산영화 '로큰롤 할배'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뚫고 촬영을 끝냈다. 새로운 도전을 여는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영화 '로큰롤 할배'는 기획 단계부터 '부산'이라는 두 글자를 영화의 심장에 새긴 영화다. '부산 영화', '부산 사람들이 만든 영화', '부산의 자본으로 만드는 영화' 임을 천명했다. 부산의 지역 방송사인 KNN이 제작을 맡았다. 일차적으로 TV영화로 제작 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한 후 일반 영화관 상영은 물론 TV를 통해 방영할 계획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로 활용하는 '메이드 인 부산 콘텐츠 멀티 유즈' 모델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부산 영화와는 궤도를 달리한다. 일반 영화관 상영을 목표로 삼아 부산에서 제작되는 거의 첫 장편 극영화라는 점, 자본-인력-기술을 부산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부산 영화사에 기록될 대단히 유의미한 도전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영화 '로큰롤 할배'는 노인·청년·어린이의 사랑과 소통 방법을 알려준다.영화 '로큰롤 할배'는 부산, 기장 사람들의 꿈과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다. 기장 바다에 깃들어 살고 있는 부산사람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매개를 빌어 담아낸다. 서울에서 실패하고 낙향한 청년 '호태', 그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죽성리 바다를 떠오르는 아침 태양보다 뜨거운 야망이 꿈틀대지만, 사람에게 상처받은 후 고향 바닷가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전설의 록 밴드 리더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어 은퇴한 후 고향 바다에서 숨어 지내는 '태수'가 영화의 두 축이다. 두 사람은 이십대와 육십대, 평범한 기장 사람들의 꿈과 열정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가슴 속에 불덩어리를 품고 사는 부산 청년과 청년의 오래된 미래가 될 노인의 만남과 갈등, 화해와 연대의 드라마가 기장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어찌보면 단순하고 낯익은 스토리를 부산의 정서로 치환시키는 일등공신은 바다다. 20회차로 짜여진 촬영 스케쥴은 온통 기장이다. 칠암마을, 일광해수욕장, 죽성 왜성, 죽성 해송, 좌광천, 동백등대, 구목정공원까지 아름다운 기장의 속살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장소로 빼곡하다.
현장을 찾은 날은 14회 차 촬영이 진행됐다. 영화의 재미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인 만큼 배우와 스태프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해거름까지 계속됐다. 몇 분에 불과한 장면을 찍기 위해 감독과 배우는 겨울철 바깥에서 추위와 싸우며 지겹도록 촬영을 반복해야 했다. 영화의 미학적 승패가 이날 촬영분에서 가늠 날 터였다.
촬영팀이 섭외한 장소는 죽성리 해송 바로 앞 야산. 기장군의 보호수이자 마을 지킴이인 죽성리 해송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촬영 현장을 감싸고 있다. 고된 야외 촬영에 지친 배우와 스태프를 토닥이는 듯하다. 수령 오백년 거송이 지켜주고, 멀리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촬영 현장은 소박하다. 총 제작비 4억원 규모의 저예산 영화를 찍는 현장에는 전설의 밥차도, 팬들의 선물도 없이 소박했다. 그러나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부산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감독과 스태프의 자긍심과 의지가 겨울 찬바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스토리가 너무 좋았어요. 사람을 향한 애정에 심장이 다시 벌떡 뛰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기꺼이 참여했지요. 저예산 영화라서 더 좋습니다. 영화 '로큰롤 할배'의 정신이 바로 그거잖아요."
충무로를 대표하는 개성파배우 오광록이 말하는 영화 참여의 변이다.
이장희 감독은 새로운 감독상을 보여준다. 모니터와 카메라 사이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그는 감독은 디렉터스 체어에 앉아 있는 이가 아니고 배우와 스태프 사이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사람이어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 영화의 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컷!' 소리는 감독이 카메라 앞으로 달려온다는 메시지와 일치한다. 부산에 대한 사랑과 부산 영화에 대한 애정은 '진정성'이라는 세 음절로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산 영화라는 정체성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부산에서 찍었다고 해서 부산 영화가 아니잖아요. 부산 사람과 부산의 역사와 부산의 문화, 그리고 부산하면 떠오르는 부산사람들의 끈끈한 인간애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2015년 부산영상위원회 제작 지원 작품으로 선정됐고, 20회 차 촬영을 끝으로 힘든 촬영 일정을 마무리했다. 역시 부산에서 후반작업을 마치고, 2016년 10월 개봉할 예정이다.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6-01-0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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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11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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