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화가, 극과 극의 만남 혹은 융합
목수 이정섭·서양화가 김태호 2인전 ‘극단의 극복’
- 내용
국제 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목수 이정섭과 간결한 언어로 명상에 빠져들게 하는 서양화가 김태호 2인전 '목수와 화가-극단의 극복'이 열리고 있는 신세계갤러리는 심연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정섭의 'Element3 Drawer2'.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그 자리에서 그러하게 자리 잡은 나무로 만든 반닫이와 책꽂이와 가리개는 서로를 응시하며 조용히 침묵한다. 벽면에는 색의 물결이다. 사각 프레임 안에는 흰색 노랑 검정의 견고한 침묵 혹은 분절된 빛을 캔버스로 끌어놓은 듯 단정한 색의 물결이 고요하게 흐른다.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 더 큰 울림으로 공명하는 나무와 색의 선명한 충돌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또한 비운다. 이 특이한 전시는 목수 이정섭과 서양화가 김태호가 조우하는 자리다.
김태호의 'scape'.나무에서 명상을 끌어내는 작가라고 불리는 이정섭과 사람의 정서와 감수성에 다가가는 그림을 그리는 김태호의 2인전은 서로 다른 장르에서 한방향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는 두 작가의 색다른 만남과 융합 혹은 차이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관심영역과 미적 관점에서 공감대를 느껴온 화가와 목수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두 작가는 세대와 매체의 차이가 크고 작가로서 걸어온 길이 다르지만 조형언어상의 통역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서로를 잘 이해했다. 기교와 매뉴얼에 따르기 보다는 지적 통찰과 미적 검소함으로 작업한다는 출발점부터 통했다. 조형의 고유함을 고집스레 지켜가는 두 작가가 나누는 교감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가구와 그림은 전시회 목적이 훌륭하게 성취되었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해준다. 겉치레 없는 화가와 정직한 목수의 교우(交友)는 오랜 벗을 만난 듯 침묵의 깊이만으로 편안한 풍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기간 12월 14일까지. 신세계백화점 6층 신세계갤러리. 문의 (745-1508)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5-11-1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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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05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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