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전체기사보기

무더운 여름, 매콤한 낙지볶음으로 원기회복!

부산을 맛보다! - 조방낙지
낙지 '갯벌 속 산삼' 여름 보양식 제격… '얼큰·쫀득' 뛰어난 식감 입맛 살려

내용

가스 화로의 푸른 불꽃이 '분기탱천' 끓어오르고 있다. 냄비뚜껑이 들썩이며 기분 좋게 매운 냄새를 '보글보글' 풍기고 있다. 가게에는 한여름 복더위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화로 주위에 삼삼오오 둘러앉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사람들 얼굴에는 흡족함이 가득 묻어있다. 범일동 낙지볶음골목에서 뜨겁고도 매운 낙지볶음을 맛있게 먹고 있음이다. 바야흐로 '낙지볶음 삼매경'에 푹 빠져 있는 것이다.

무더위에 입맛이 없는 여름에는 매콤한 낙지볶음이 제격이다. 낙지볶음은 타우린이 많아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사진은 낙지새우볶음).

범일동 '조방 앞'에서 시작된 조방낙지

부산시 동구 범일동 일대. 부산 사람들은 부르기 쉽게 '조방 앞'이라 부른다. 일제강점기 시절 동양 최대 규모의 '조선방직'이 있었던 자리이다. 자유시장과 평화시장, 중앙시장이 자리하고, 부산의 최대 귀금속 상가와 유명 백화점도 있는 부산의 대표 쇼핑 지역이다.

이곳에서 50여년 부산의 입맛으로 자리 잡은 음식이 바로 '조방낙지볶음'이다. 1960년대 초 '원조 할매집'이 고무공장 노동자와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낙지볶음을 팔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조방낙지볶음'이라는 브랜드로 그 명성이 전국에 자자하다. 특히 서울 '종로낙지볶음'과 쌍벽을 이루는 '조방낙지볶음'은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특유의 깊고 진한 육수와 화끈하게 매운 양념 맛이 입맛을 제대로 살려준다. 검은 프라이팬에 잘 손질한 낙지, 그리고 마늘, 고춧가루가 듬뿍 든 양념을 넣고 양파와 대파를 수북이 얹어 끓여내는 '낙지볶음'은 한 끼 식사라기보다 든든한 보양식 한 그릇 먹는 느낌의 음식이다.

예부터 낙지는 보양음식, 스태미나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맛도 맛이려니와 낙지 두어 마리면 주저앉은 소도 벌떡 일으킬 정도로 기력이 쇠할 때 먹으면 아주 좋은 음식이라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낙지는 여름과 가을이 제철이다. 여름철 약해진 기력을 보충하고,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이기에 그러하다. 맛도 이즈음이 좋다. 오죽하면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 했을까?

낙지볶음은 김과 함께 밥에 비벼 먹어야 제맛이다.

단백질·철분·칼슘·타우린 많아 피로회복 도움

'자산어보'에 보면 낙지는 '맛이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포를 만들기에 좋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고 했다. 맛과 영양 모두 좋으며 다양한 음식으로도 조리해 먹을 수 있어 즐겨먹던 어족이다.

해안지방 사람들은 이 낙지를 '갯벌 속의 산삼'이라 부르며 귀하게 대접했다. 이들은 산모에게 낙지를 넣은 미역국을 끓여먹였고, 김장 때는 필히 낙지를 '김치 속'으로 쓰기도 했던 것이다.그만큼 낙지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인, 철분, 칼슘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고 타우린, 알기닌, 글리신 등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위장을 튼튼히 해주고 근육을 강화시키며,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도 있다.

여름, 가을 보양식으로 먹는 낙지는 회로도 좋지만 볶음이나 탕으로 먹으면 더욱 좋다. 연포탕은 시원한 국물에 부드러운 낙지가 잘 어우러지고 낙지볶음은 화끈하게 매운맛과 함께 이열치열의 음식으로 그저 그만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원조 낙지볶음집에 들어선다. 한가한 시간임에도 꾸준히 사람들이 드나든다. 차림표는 '낙지볶음' '낙새(낙지와 새우)볶음' '낙곱(낙지와 곱창)볶음' 세 가지다. '낙지볶음'은 낙지의 쫄깃한 식감을 즐기고 싶을 때 좋고, '낙새'는 새우의 들큰함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낙곱'은 낙지의 식감과 곱창의 고소한 맛을 함께 느끼기에 좋다. 소주 안주로도 그저 그만이다.

입맛 따라 사리 골라먹는 재미 쏠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낙새볶음'과 소주 한 병을 시킨다. 검은 프라이팬에서 '낙새'가 파르르 끓는다. 화기가 화끈 다가온다. 곧이어 강한 양념냄새가 군침을 돋운다. 국물 한 입 후후 불어 떠먹는다. 짙으면서도 시원하다. 낙지를 한 입 씹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쫀득하니 식감이 좋다. 낙지는 화기에 오래두면 질겨지기 때문에 익는 즉시 먹어야 한다. 새우는 고소하면서도 아주 부드럽다. 낙지와의 어우러짐이 조화롭다.

조방 앞 낙지볶음집에서 낙지볶음을 즐기는 시민 모습.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당히 먹었을 때쯤 육수에 사리(당면·우동·라면)를 넣어 먹으면 좋다. 양념이 제대로 밴 면발을 입맛대로 다양하게 즐기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기 때문이다.

소주 두어 순배 돌다보면 양념 국물이 걸쭉해진다. 그 양념 국물에 밥을 넣고 김 가루를 얹어 쓱쓱 비빈다. 당면과 양파 등 속을 같이 넣어야 제 맛이 난다. 밥에 짙은 간이 배어 짭조름하다. 밥 한 술에 입 안이 온통 맛있게 시끌벅적하다. 참 흐뭇한 음식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 값싸게 제공했던 부산의 착한 음식. 돌아서면 배고프던 시절, 고무공장 여공들의 뱃속 사정을 알뜰하게도 챙겨주었던 조방낙지볶음. 음식 속에 들어있는 그 시절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씨가 오롯하게 읽히는 이 '낙지볶음'이, 지금에 와서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무더위가 한창이다. 당연히 입맛도 잃어버릴 시기다. '화끈하게 맛있는' 부산의 향토음식 '조방낙지볶음'으로 잃어버린 여름입맛을 되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작성자
글·최원준 시인/사진·김도근(주)드론프레스
작성일자
2015-09-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