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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우고 나를 세우는 그 곳, 포구

동길산 산문집 ‘포구를 걷다’… 사진작가 조강제 포구 사진 담아

내용

일상을 의미있게 잡아채는 시인과 일상을 낯설게 이야기로 담는 사진가의 만남. 특별한 울림이 있는 여행에세이 '포구를 걷다'(도서출판 예린원)가 출간됐다.

'포구를 걷다'는 부산 시인 동길산의 산문과 포토그래퍼 조강제의 사진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삶의 흔적과 추억이 서린 아스라한 부산의 포구 스무 곳이 기행문과 서정적인 사진으로 한데 어울렸다.

부산에 포구가 이리 많았나. 고요한 새 울음소리 명지, 무지개처럼 오목한 장림 홍티, 해초가 풀숲을 이룬 섶자리 남구 분포, 대원군 척화비가 있는 기장군 대변, 휘영청 달빛 쏟아지는 월내 등등. 포구의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시어가 줄줄 이어진다.

포구는 뭍과 물의 경계다. 삶의 갈림길에서 나아갈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 갈등할 때 포구에 서 보라 한다. 역으로 포구는 뭍과 물의 가운데 있기에 변방이 아닌 세상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모래는 얼마큼 밀려와야 섬이 되나. 흙은 얼마큼 씻겨 와야 섬이 되나. 나는 얼마큼 밀리고 얼마큼 씻겨야 내 안에 섬 하나를 우뚝 쌓나."

시인 동길산은 포구에서 만난 대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쉽게 풀어 독자에게 툭 던져 놓는다. 그 뿐이다. 자잘한 설명이나 충고는 없다.

이에 맞붙은 사진가 조강제의 사진은 여백이 많다. 그리고 그의 카메라 촛점 안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몸짓이 있다. 그 덕에 서정성과 이야기가 생긴다. 때로는 글을 받쳐주기도 하고 때로는 글을 이끌며 심상에 파문이 이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이 책의 남다른 매력은 바로 오랜 동안 교류한 글쟁이와 찍사가 포구라는 주제로 융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언어와 사진의 특별한 조우와 상승. 나를 지우고, 나를 세우는 힐링이 배가된다.

포구, 더 이상 밀려날 데 없는 세상의 끝에 이르러 비로소 중심이 되었다. 그렇게 '포구를 걷다'는 흔들리고 지친 이에게 특별한 울림을 준다.

작성자
박성미
작성일자
2015-07-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8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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