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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길 선택해야

Culture & Life / 인테크 / 삶의 애환

내용

2008년, KBS 1TV는 한국 현대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3주간에 걸쳐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민 애송시' 부문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1천557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윤동주의 '서시'(1천377표), 3위는 김춘수의 '꽃'(667표). 설문조사 결과로 보면 김소월은 '국민시인'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수 있는 인물일 것이다. 실제로 그가 남긴 최초이자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에는 총 126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산유화', '초혼', '먼후일', '개여울',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등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생애는 순탄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삶은 비극이었다.

국민시인 김소월 짧은 삶 안타까워

김소월은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정식(廷湜). 2세 때 아버지가 일본인에게 폭행을 당한 후 정신병을 앓게 되자 광산업을 하던 할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성장했다. 1923년 일본동경상과대학 전문부에 입학했으나 관동대지진이 일어나면서 학교를 중퇴했다. 그 후 국내로 돌아와 할아버지가 경영하는 광산 일을 도우며 고향에 있었으나 광산업의 실패로 가세가 크게 기울어 처가가 있는 구성군으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동아일보지국을 경영했지만 그것도 실패, 심한 염세증에 빠져들었다.

1930년대에 들어서 작품 활동이 저조해지고 생활고가 겹치며 김소월은 생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잃기 시작했다. 1934년, 고향 곽산으로 돌아온 김소월은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 불과 74년의 세월이 흐른 뒤 국민 애송시 1위에 오를 불후의 시를 남긴 국민시인의 삶이 이처럼 가난과 술로 얼룩지다 짧은 생의 막을 내리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어찌 김소월뿐이랴. 태양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소낙비', '동백꽃'을 쓴 천재작가 김유정은 가난과 폐결핵에 시달리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2011년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중 굶주림으로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최고은 작가의 마지막 쪽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번번이 죄송하지만 쌀이랑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그녀의 나이 불과 32세였다. 가난과 죽음, 그리고 예술가의 삶은 영원히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숙명임에 틀림없으리라.

삶의 애환, 힘들지만 묵묵히 이겨나가야

그럼에도 유독 김소월의 죽음이 애석한 것은 그의 마지막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에 의해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왜 그는 아편을 먹고 삶을 마감했을까? "나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영변(寧邊)에 약산(藥山)/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가시는 걸음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라고 노래하던 시인,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낼 때조차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고,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겠노라고 다짐하던 시인이 어찌 그리 자신의 목숨은 모질고 쉽게 포기할 수 있었던 걸까? 극심한 가난으로 인한 고통 때문이라고 이해하기에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은 노릇이다.

어쩌면 삶은, 가난은, 질병은 더없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아편이 아니라 진달래꽃이어야 한다. 아니,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진달래 꽃잎을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고, 아픔을 달래고, 삶의 애환을 묵묵하게 이겨나가야 한다. 그것이 설령 배부른 삶은 되지 못할지언정 진달래꽃을 사뿐히 즈려 밟으며 걸어가는 분홍빛 열렬한 삶은 되리라 믿으며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 가슴에 진달래꽃이 만발한 마음꽃 부자 말이다.

작성자
양광모 시인·칼럼니스트
작성일자
2015-04-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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