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새콤·달콤… 여름 더위야 물렀거라!
어부들 즐겨 먹던 '노동음식'에서 유래… 여름 건강 보양식으로 안성맞춤
- 내용
- '물회'는 해물의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몸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얼큰 새콤한 양념으로 입맛까지 돋워주는 음식이다. 부산은 동해권과 제주권의 중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국의 물회를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은 여름이 되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음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입맛도 찾는, 두 가지의 여유를 만끽했던 것.
보양식 재료로는 닭, 장어 등이 대표적이지만 해물을 재료로 한 보양식도 다양하다. 갓 잡은 제철 생선을 쓱쓱 회를 떠서 먹는 것도 일품이겠지만, '해물 매운탕'이나 '맑은 생선국' 등의 탕 종류도 있고, 활 전복이나 소라, 생선살 등을 넣고 만든 '해물 죽', 생선을 넣은 '어죽'도 있다. 이렇게 보양식 한 그릇 하고나면 아무리 사나운 여름이라도 맥없이 지나가곤 한다.
그 중에서도 얼큰 시원한 '물회' 한 그릇 '뚝딱'하는 것만큼 좋은 여름철 별미도 없었을 듯싶다. 무더위에 입맛도 없고 체력도 떨어지는 여름, '시고, 맵고, 달콤한' 물회는 입맛을 돋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지역마다 물회 재료 · 만드는 법 달라
'물회'는 해물의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몸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얼큰 새콤한 양념으로 입맛까지 돋워주는 아주 지혜로운 음식이다. 특히 해안가 어부들이, 일을 하다 출출할 때 한 그릇씩 먹는 '노동음식'이었기에, 서민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음식이기도 하다.
물회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먹는 음식이다. 각 지역마다 주재료와 만드는 법이 다르다. 우선 그 지방에서 많이 나는 싱싱한 해산물을 물회 재료로 사용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갯가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해물로 손에 잡히는 대로 설렁설렁 만들어 먹으니까 그렇겠다. 그중 대표적인 물회를 꼽으라면 동해안의 '가자미 물회'와 '오징어 물회', '해산물 모둠 물회'가 있고, 제주도에서는 '자리 물회'와 '소라 물회' '한치 물회'가 유명하다.
물회를 만드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싱싱한 해산물에다 오이와 무 같은 찬 성질의 야채와 배 등을 채 썰어 넣고, 양파, 마늘, 파 등 갖은 양념에 고추장, 식초, 설탕 등을 기호에 맞게 넣는다. 그리고 그 위에다 살얼음 육수나 시원한 냉수를 부어 먹는다. 어떤 곳에는 물을 넣지 않고 야채에서 나오는 물로 자작하게 만들어 먹기도 한다.
동해식 물회는 새콤달콤한 살얼음 육수를 먹기 전에 부어서 맛을 내고, 제주식 물회는 육수에 된장을 풀어 고소하고 담담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은 주로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므로 맵고 자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각 지방마다 즐겨먹는 물회는 제각각이다.
물회는 부드러운 생선회와 무, 오이, 배 같은 과일과 채소가 어우러져 식욕을 돋워준다. 맛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새콤하면서도 개운하다. 한참을 먹다보면 매운 맛에 입안이 얼얼해진다.고추장 양념으로 만들어 얼큰한 부산 물회
부산은 해안도시이기도 하지만, 동해권과 제주권의 중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국의 물회를 다 맛볼 수 있다. '자리 물회'나 '가자미 물회' '오징어, 한치 물회', '소라, 전복물회' 등 다양한 물회들이 있어 가히 '전국 물회 전시장'이라 할 수도 있다.
그 중 부산식 물회를 굳이 꼽으라면 일명 '빨간 고기'로 불리는 살이 부드러운 '눈볼대'를 사용한 '눈볼대 물회'가 '부산식 물회'로 통용되고 있다. 이 물회를 집단적으로 판매하는 골목이 있는데, 영도 남항동에 있는 '물회 골목'이 바로 그 곳이다.
영도대교를 건너서 남항시장 가는 도로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물회' 골목이 있다. 제주식 '자리 물회'와 동해식 '오징어 물회'를 하는 곳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눈볼대 물회'를 내놓는다. 오래된 집은 벌써 40여년을 훌쩍 넘은 곳도 있다.
물회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꽤나 더운 날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물회 먹기에 정신을 팔고 있다. 앉자마자 물회 한 그릇 시킨다. 큰 대접에 무와 오이, 배를 보기 좋게 채 썰어 놓고, 그 위에 빨간 눈볼대 회를 소담스레 얹었다. 그리고 마늘, 땡초, 파 등을 다져서 주위로 알록달록 둘러놓았다. 통깨에다 참기름 몇 방울도 고소하게 떨어뜨려 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빨간 고기' 부드럽고, 갖은 채소 아삭
우선 태양초 고추장을 듬뿍 떠서 얹고, 식초 두어 숟갈 붓는다. 그리고 흑설탕도 입맛에 맞게 살짝 넣은 후, 이 모두를 함께 쓱쓱 비빈다. 눈볼대 회가 고추장에 붉게 물이 든다. 바다를 헤엄치던 붉은 눈볼대가 푸드득 튀어오를 것만 같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 간다. 한 젓가락 먹어본다. 부드러운 생선살이 씹히고, 무, 오이, 배가 사각~사각 거린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새콤하면서도 개운하다. 한참을 먹다보면 매운 맛에 입안이 얼얼해진다. 이럴 때는 '눈볼대 맑은 국'을 한 술 떠먹는다.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구수한 뒷맛이 입안 내내 돌고 돈다. 그리고 얼얼한 입안을 부드럽게 다스려준다.
그리고는 남은 물회에 밥을 쓱쓱 비벼 상추, 깻잎에 싸서 크게 뜨고 나면, 배가 불뚝 일어선다. 이렇게 물회와 맑은 생선국을 겸하며 먹다보면, 어느새 물회 한 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우게 되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한 여름이다. 더워서 입맛이 없을 때, '물회' 한 그릇 드셔보시라. 잃어버린 입맛이 제대로 돌아올 것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2014년7월호
- 작성일자
- 2014-07-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첨부파일
-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