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과의 한 판 승부, 겨울 녹였다
국내외 3천명 참가… 해운대 바다가 들썩
□ 현장 / 제27회 북극곰 수영축제
- 내용
“짜릿하고 신납니다. 올 한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북극곰 수영축제'가 부산의 겨울바다를 달궜다. 오전 9시께부터 전국 각지에서 해운대를 찾은 수영 마니아들이 검은 반팔 티셔츠와 하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해수욕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맹위를 떨치던 한파가 잠시 물러갔다지만 이날 낮 최고기온은 영하 1도.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공식 집계된 참가자만도 외국인 200명을 포함해 3천여 명에 달했다. 노익장을 과시한 할머니부터 검은 티셔츠를 벗어던진 근육질 청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메운 해운대 겨울바다는 그 자체만으로 장관이었다. 백사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가족과 지인들도 '북극곰'들의 열기에 환호하면서 기뻐했다.
겨울 스포츠 중 이 정도 규모의 대회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길 힘들 정도다. 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겨울 바다에 잠수하거나 뛰어드는 행사가 있지만 대부분 참가자가 많아야 100여 명 내외. 북극곰 수영축제만큼 대중적이지 못하다. 2011년 BBC가 '북극곰 수영축제'를 세계 10대 겨울 이색스포츠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전 11시 개회식이 끝나고 겨울바다로 뛰어 들기 전 3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백사장에 모여 대규모 에어로빅(준비체조)을 시작했다. '강남스타일', '빠빠빠빠', '노바디'와 같은 K-pop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추위를 달래고, 파이팅을 다졌다.
부산 해운대에서 4년 째 살고 있다는 미국인 마이클 컨포미 씨는 “흥분된다. 올해 처음 참가하는데 아름다운 해운대에서 이렇게 멋진 축제를 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에서 온 유은경 씨는 “남자친구 취업 합격 기원을 위해 참가했다. 추위에 당당히 맞서는 것처럼, 취업에도 꼭 합격하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30분.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참가자들은 힘찬 함성과 함께 얼음장 같은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물장구를 치고, 유유히 물살을 갈랐다. 마치 여름바다의 풍경인 것처럼 바닷속은 즐거움이 가득했다.
대구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참가한 미국인 커트 씨는 “올해 처음이다. 너무 신나고 짜릿하다. 온몸이 따끔거리는 충격을 느꼈지만 날아갈 듯 상쾌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 축제 관람을 위해 해운대를 찾았다는 독일인 알베르츠 벤츠 씨는 “이번 행사는 축제를 떠나 세계인이 함께 소통하는 거대한 커뮤니티장인 것 같다. 훌륭하다”며 원더풀을 외쳤다.
오전 12시. 바닷물에 뛰어들어 80m 떨어진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 참가자들은 오들오들 떨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추위에 맞서 당당히 싸워 이겼다는 성취감. 그리고 올해는 뭔가 잘 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다시 한번 그들은 외쳤다. “동장군 물렀거라~ 북극곰 나가신다~!”라고.
- 작성자
- 장혜진
- 작성일자
- 2014-01-1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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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12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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