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패총·석불사·레고마을 … 숨은 ‘보석’ 가득
부산 북구 곳곳에 남은 역사의 흔적을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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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흔치않은 다양성을 가진 도시입니다. 해운대·광안리 같은 곳부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산복도로까지. 현대와 과거가 교차하는 곳이죠. 이런 부산의 매력을 찾아 많은 관광객들이 부산 명소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곳 외에도 부산에는 아직도 숨은 보석 같은 곳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추천할 만한 곳은 부산 북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구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곳입니다. 낙동강이 물건과 사람을 나르는 통로 역할을 하던 옛날, 강을 따라 온갖 물자가 모이던 항구 구포가 있고, 부산 최초로 철도와 은행이 설립된 곳이기도 합니다. 북구의 숨은 매력을 소개합니다.
시작은 율리패총입니다. 구포일대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첫 자취가 남아 있는 곳입니다. 도시철도 2호선 율리역 4번 출구로 빠져나오면, 수령 220년 된 폭나무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 일대는 밤나무가 많아 밤나무 마을이란 의미의 율리(栗里)라는 지명이 붙었습니다. 1972년 율리의 한 야산에서 다량의 조개껍데기가 발견됐습니다. 이를 조사하다 보니 옛 사람들이 살던 흔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패총이란 '조개무덤'. 수렵생활을 하던 때, 가장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먹거리가 조개였습니다. 그 껍질을 버린 구덩이가 패총이 되는 것이죠. 조개껍질만이 아니라 깨진 토기, 먹고 남은 짐승의 뼈, 망가진 석기 등도 발견됐습니다. 일종의 타임캡슐인 셈입니다.
다음은 구포 당숲입니다. 흔히 구포 당산나무라 불리는 이 거목은 수령 600년의 팽나무. 안내문에 따르면 너비 30m, 높이 18.2m, 둘레는 5.5m입니다. 이 언덕에서 구포의 역사를 지켜본 셈입니다. 구포동 당숲은 주민들이 풍어와 만선,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던 신성한 숲.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내려와 매년 음력 정월 14일 자정 당산제를 지냅니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부산 북구에는 곳곳에 매력적인 '숨은 보석'들이 많다(사진은 만덕 골짜기를 굽이굽이 올라가 만날 수 있는 병풍암과 석불사).다음은 만덕동입니다. 만덕터널이 뚫리기 전 구포 인근의 가장 깊숙한 골짜기가 만덕이었습니다.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면 병풍암이 나오고 석불사가 나옵니다. 커다란 바위가 마치 병풍을 펼친 듯 둘러쳐 있다고 병풍암입니다. 그 병풍암에 석불을 새겨 절을 만든 것이 석불사입니다. 1930년대 최장 40m나 되는 석벽을 깎아 절을 조성했다고 하니 그 정성, 그 공력은 짐작할 만합니다.
당시 길도 변변치 않은 이 산골에 석불사를 조성한 이유는, 이 석불사에 올라 아래 경치를 한번 보시면 단번에 이해가 될 겁니다. 가까이는 광안대교가 보이고, 멀리는 영도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등산객들이 땀을 흘리면서 석불사에 오르는 이유는 석불사에서만 볼 수 있는 경치를 보고, 병풍암에 조각된 조각들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만덕사 터를 볼 수 있습니다. 만덕사는 고려시대 창건된 절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만덕사에서 밥을 하기 위해 쌀을 씻으면, 쌀뜨물이 덕천에 흘러들어 낙동강을 하얗게 물들였다는 전설이 남아있을 정도. 지금은 터만 남아 있으나, 몇 가지 유물은 남아 있어 그 위세를 짐작케 합니다. 만덕사 터에 서서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구포의 가장 안쪽 깊숙한 골짜기에 엄청난 규모의 기둥들이 서 있고, 삼층석탑 쌍탑이 좌우에 호위하는 고려의 절 만덕사를 그려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병풍암과 석불사를 보고 만덕사 터를 지나 내려오면 오른 쪽으로 만덕 레고마을이 보입니다. 레고마을이란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건물들에 붙은 별칭입니다. 만덕이 개발되던 1986년에 만들어진 국민주택인데, 설계비용과 시공비용을 아끼려는 목적으로 똑같은 건물모양에 지붕색깔만 다르게 한 것. 이런 모양새가 마치 외국 장난감을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햇살이 따스한 날이면 지붕 색깔이 화사하게 빛나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추천!
만덕 레고마을과 구포 당숲 지신밟기 행사 모습부산의 역사에 관심 있거나, 새로운 매력을 찾고 싶은 분들, 이번 주말 부산 북구의 매력을 찾아 나서보는 건 어떠세요? 분명 모르던 부산의 얼굴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 이 글의 전문은 부산시 공식 블로그 쿨부산(blog.busan.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작성자
- 황선영(톡톡부산 밴드 회원)
- 작성일자
- 2013-11-2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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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05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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