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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통치 속죄의 마음, 부산박물관에 유물 기증

일본인 미야자키 사츠키 씨, 문방사보 유물 300여 점 부산박물관에 기증
광복절 68주년 앞두고 문화재 통한 한일 화합 계기

내용

“갑자기 편지 드려서 실례합니다. 소생이 약 20년간 문방사보를 수집했습니다만, 내 나이 82세 고령이므로 이 보물을 받아줄 수 있는 단체를 찾고 있습니다. 물론 무상 기증합니다. 부산시립박물관은 어떻습니까? 기증하고 싶은 문방사보는 별지와 같습니다.”

별지에는 또렷한 글씨로 "1. 붓 약 100점(상아, 비취, 옥석, 칠보 등) 2. 묵 약 100점(고묵, 신묵, 장식묵 등) 3. 벼루 약 100점(홍계연, 흡주연, 단계연, 징니연 등) 4. 인감 약 100점(비취, 상아, 마노, 수정, 청천석 등) 5. 기타 여러 가지 보물이 있습니다. 일본 돈으로 약 5천만 엔입니다"
 

지난 5월22일 부산박물관(관장 양맹준)에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거주하는 미야자키 사츠키(82) 씨.

편지를 읽은 부산박물관은 흥분했다. 별지에 적혀있는 목록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편지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곧장 전화를 걸었다. 송수화기 건너편에서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빨리 와서 가져가시오."

기증의사가 진실임을 확인한 부산박물관은 백승옥 학예연구실장 등으로 방문단을 꾸려 지난 6월18∼19일 미야자키 씨 자택을 방문, 기증의뢰 유물 조사와 기증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일본인 미야자키 사츠키 씨, 문방사보 유물 300여 점 부산박물관에 기증
광복절 68주년 앞두고 문화재 통한 한일 화합 계기

일본 기타큐슈에 있는 미야자키 씨 집에서 부산박물관 백승옥 학예연구실장과 미야자키 씨가 기증 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미야자키 씨의 순수한 기증의사를 확인한 부산박물관은 곧장 유물 운송계획을 세웠다. 지난 7월15∼16일 백승옥 학예연구실장 등 3명이 다시 미야자키 씨 자택을 방문, 유물 선별 작업을 거쳐 벼루 51점·먹 49점·붓 103점·인장 93점 등 총 296점을 최종 기증 받았다. 기증유물은 일본세관의 통관 절차를 밟아 인천공항을 거쳐 지난 9일 부산박물관에 도착했다. 편지 한 장으로 전해온 유물이 박물관 수장고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는 순간이었다.

일본 식민통치 사죄위해 기증

미야자키 씨가 타국에 수억원 대의 유물을 기증하게 된 것은 비극적인 한일 관계에 대한 한 양식있는 지식인의 양심선언과 같은 일이다.

"과거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못할 짓을 너무나 많이 했습니다. 종군위안부가 단적인 예입니다(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 미야자키 씨는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은 게 일본입니다. 정부를 대신하여 일본의 한 국민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20여 년 동안 모아온 이 보물들을 기증하고자 합니다."

팔순의 일본인이 눈물을 흘리며 사죄의 말을 할 때 부산박물관 방문단은 저절로 엄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부산박물관 방문단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었음은 물론이다.

일본의 식민통치를 사죄하기 위해 귀중한 문화재를 기증한 일본인 미야자키 씨 부부.

한국에 기증위해 20년동안 수집

유물을 기증한 미야자키 씨는 일본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도쿄와 기타큐슈에서 치과의사로 일했다. 정년이 없었지만 60세가 되자 퇴직, 중국 하얼빈으로 건너가 하얼빈 국립치과병원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면서 명예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하얼빈 의료봉사 당시에도 수 억원 대에 달하는 의료기구들을 기증했다. 중국에 대한 사죄 방법이었다는 것.

중국에서 생활한 20여 년 동안 중국 각지를 다니며 평소 관심이 많던 서예관련 문방사보를 수집했다. 수집 당시부터 이 물건들은 장차 한국에 기증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미야자키 씨는 20여 년 동안 수집한 귀중한 유물을 과거사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가장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 부산박물관에 기증했다.

문방 관련 주요 유물 확보

이번 유물 기증으로 부산박물관은 문방 관련 중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부산박물관 양맹준 관장은 "앞으로 유물이 담고 있는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더욱 밝히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광복 68주년을 맞이하는 8·15 광복절을 전후해 양심 있는 일본인에 의해 이루어진 기증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밝혔다.

부산박물관은 기증절차에 따라 기증증서 발급 후, 부산광역시장 감사패 수여, 명예시민증 수여 등을 통해 기증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예정이다. 또 10월께 기증 유물전을 열어 시민들에게 유물은 물론 기증자의 뜻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기증유물 도록 간행도 추진하고, 일본인들의 양심을 일깨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일본 내에도 홍보할 계획이다. (610-7136)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3-08-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9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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