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별천지 백화점으로 떠나는 박물관 나들이
‘백화점, 근대의 별천지’전
- 내용
부산근대역사관(관장 나동욱)이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백화점, 근대의 별천지'를 지난 2일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은 오는 8월25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백화점, 근대의 별천지'전은 한국 근대사에서 새로운 소비·여가 문화의 중심지였던 일제시대 백화점의 모습을 상세하게 조명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일상에까지 파급된 '근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근대 당시 백화점 옥상 정원을 재현한 모형. 포토존으로 사용할 수 있다.전시 구성은 △백화점의 탄생, 일본계 백화점의 등장 △백화점의 시대, 한국백화점의 성장 △근대문화의 소비지, 백화점 △백화점과 조선사회 등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전시유물로는 △미쓰코시경성 개관기념 연상 △화신백화점 겨울 카탈로그 △미나카이백화점 와이셔츠 등으로 근대백화점 관련 유물 270여 점이다.
미나카이백화점 그림엽서(왼쪽), 경성 미쓰코시백화점 층별 안내도.한국에서는 1930년을 기점으로 근대적 의미의 백화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특히 대도시화가 진행된 경성에는 한일합방 이후 사업을 확장해 온 미쓰코시(三越), 조지야(丁子屋), 미나카이(三中井), 히라다(平田) 등 일본의 대형 상점들이 연이어 백화점을 설립했다. 일본 백화점 진출을 계기로 시작된 일본 상업자본의 침투로부터 민족자본을 지켜내기위한 국내 기업인들의 대응도 이어졌다. 일본 상업자본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인 경영가들이 화신백화점(和信百貨店), 동아백화점(東亞百貨店), 평안백화점(平安百貨店) 등을 잇따라 개점했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백화점들의 사업 확장으로 소형 자본으로 운영된 많은 조선인 경영의 상점 중 다수가 부도 또는 폐업의 길을 걸어야 했고, 백화점으로 상징되는 소비사회의 출현은 '백화점 절도' 와 같은 새로운 사회문제를 초래했다. 별천지로 여겨진 백화점의 등장, 그 이면에는 이처럼 식민지 조선이 가진 사회·경제적 모순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제시대 백화점은 상품 판매와 소비의 중심지이자 고급문화와 유행의 발원지로서 대중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전망대, 식당, 옥상정원, 갤러리 등 각종 근대식 편의·문화 시설을 갖춘 도시의 명소로 뚜렷이 각인됐다.
지방 사람들 사이에서 '화신'은 금으로 칠해진 호화판 건물로 인식됐다는 이야기나 인구 75만인 경성에서 화신백화점, 경성미쓰코시백화점, 미나카이백화점의 하루 출입 인원수가 각각 10만 명이 넘었다는 한 잡지의 기사는 백화점이 고급 상품과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일부 부유한 엘리트층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볼거리 가득한 '별천지'였음을 잘 보여준다.
근대역사관 이상훈 학예연구사는 "백화점은 근대를 대중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 판단해서 전국 최초로 백화점 주제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훈 학예연구사가 들려주는 근대의 풍경은 오늘날의 그것과 비슷하다. 일례로, 당시 경쟁 관계에 있던 화신·동아백화점이 바겐세일을 앞두고 동아일보에 실은 광고를 보면, 화신백화점은 기와집을, 동아백화점은 문화식 별장을 경품으로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경쟁관계에 있던 두 백화점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가의 경품을 경쟁하듯 제공하는 판매방식이 요즘의 그것과 똑 떨어지게 닮았다.
"요즘의 생활방식이 바로 근대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호하게 잡히던 근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는 것이 이상훈 씨의 설명이다. 전시관람 포인트는 당시 최현대식으로 지어진 백화점 건물 및 당시 도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옥상정원의 모습이 재현된 대형 사진이미지, 그리고 모형물로 재현한 일제시기 백화점 엘리베이터로 관람객들에게 마치 80여 년 전의 어느 백화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부산근대역사관 특별기획 '백화점, 근대의 별천지'전 8월25일까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253-3846)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3-07-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 제1584호
- 첨부파일
-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