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BIFF 미리 보기] 아버지의 자전거
부산시 공식 블로그 쿨부산 - BIFF 제대로 즐기기
- 내용
-
칭찬을 바라고 "이것 좀 봐줘요." 하는 아들의 말에 매몰차게, "그게 뭐냐"는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또 가족 간에는, 원래의 의도가 와전돼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소소하고 순간적인 행동들은 특히 아이의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차지하고, 흔히 그렇게 가족은 불화하다.
폴란드 감독 피오트르 트자스칼스키의 영화 '아버지의 자전거'도 이런 불화, 불통의 가족을 다룬 영화다. 미하엘 우르바니악*은 70대 노인이 돼서도 여전히 철부지다. 그는 술을 먹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와도, 같은 병실의 노인과 간호사의 팬티색이 무얼까 내기를 건다. 그가 쓰러졌단 소식에 아들은 베를린에서, 손자는 런던에서 각각 핀란드로 날아오고, 어머니는 어디 갔느냐는 아들의 물음에 철부지 아버지는 "떠났다"는 대답을 한다. 이에 이들 세 부자는 각각 그들의 아내, 어머니, 할머니를 찾아 이웃 도시로 떠난다.
더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미하엘은 철부지처럼 지낸다. 죽는 게 두려우냐는 손자의 물음에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혼자 화장실 가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한다. 그는 특유의 낙관적인 태도로 죽음을 긍정하고, 동시에 철부지 같은 자신의 삶도 함께 긍정한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마뜩잖다. 어릴 적 발표회 때 술에 잔뜩 취해선 금색 재킷을 입고 나타나 코를 골며 곯아떨어지던 순간부터 죽을 날을 얼마 안 남기고 술을 입에서 떼지 않는 지금까지, 그는 아버지를 향한 애증을 함께 느끼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버지의 침대 머리맡에서, 순간적으로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에 '걱정'과 '안심'을 함께 느끼는 아들의 얼굴은 이런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 미하엘이 아들을 향해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아들이 손자에게 자신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무심한 태도를 보일 때다. 그럴 때 그는 손자를 위로하고, 자신이 아들에게 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곱씹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언제나 화를 품고 사는 아들에게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묻고, 서로의 마음속에 무엇이 켜켜이 쌓였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가족은 이렇게 이해보다는 오해를 쌓기에 더 적합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또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됐을 때, 아들이 아버지가 됐을 때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세월이 쌓이면 그들은 친구처럼 함께 늙어간다. 아버지의 자전거는 눈물을 질질 짜내지 않고도 가족을 유쾌하게 풀어낸 아름다운 영화다.
*미하엘 우르바니악은 극 중 이름이 아니라 배우의 이름입니다. 극 중 이름을 찾을 수가 없어 부득이 배우 이름으로 표현한 점 양해 부탁합니다.
■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시간표
상영일시 상영관 스케줄코드 2012.10.10(수) 20:00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007 2012.10.11(목) 20:00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708 2010.10.12(금) 17:00 동서학원 소향 뮤지컬센터 805 ■ 오픈 시네마 섹션
대중적인 영화를 낭만적인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만끽할 수 있는 '오픈 시네마'는 올해 10개국 8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이번 BIFF에는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오픈 시네마를 통해 관객들을 찾아간다.※ 부산시 공식 블로그 쿨부산은 2012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프리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영화제 리뷰, 정보를 쿨부산(blog.busan.go.kr)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작성자
- 이용빈
- 작성일자
- 2012-09-2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첨부파일
-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