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죽었다, 근성(根性)을 잃고…
롯데-SK 사직 2연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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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는 죽었다. 아니, 롯데의 열혈팬, 난 그동안의 로망 롯데를 마음속에서 지웠다, 2012년 9월 19일을 기점으로.
왜, '롯데는 죽었다'고 하는가. 거대재벌이 소유한 프로야구 구단 '롯데'가 사람 죽듯 죽기야 하겠나. 다만, 롯데는 프로야구 구단이 가져야 할 본성을 잃음으로써, 프로야구 팬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배반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구단이 관중의 신뢰를 잃었을 때, 그 구단은 사망선고를 받듯 스스로 자책하며 괴로워해야 할 터이다.
왜, 롯데는 9월 19일 사망선고를 받아야 하는가.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치른 SK과의 2연전 과정 때문이다. 스포츠 구단이 경기에 지는 것이야 늘 있는 일이다. 운동선수들이 경기에의 집중력을 잃는 것이야 더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롯데는 이번 2연전에서, 팀은 경기에 참패하고,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은 3류 선수의 초라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내가 정말이지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 부분을 넘어선, 그 '무엇' 때문이다.
실상 롯데의 사망을 자초한 뿌리는 너무 선명하다. 프로구단이 가져야 할 본성 중 본성, 그 근성(根性)의 상실이다. 롯데 팬들이 늘 아쉬워하는 바이지만, 롯데의 근성 상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롯데가 자랑하는 박정태며 공필성이며, 크게는 최동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공통점은 우선 철저한 근성이다. 그 운동선수의 근성 없이 투수가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기록할 수 있는가? 그 근성 없이 15회 연장전까지 홀로 공을 던질 수 있겠나? 그 근성 없이 시즌마다 데드볼을 가장 많이 맞은 선수로, '악바리'란 공인 별명을 가진 전설로 남을 수 있겠나?
롯데는 SK과의 사직(홈) 2연전에서 연패했다. 롯데도 알고 팬도 안다, 이번 2연전의 의미를. 가을야구에서 3-4위는 큰 차이가 없어도 2-3위의 차이는 크다. SK의 이만수 감독이 '개만수'라는 일각의 비하성 손가락질을 받으면서까지 최근 몇 경기에 집착하는 것도 이 '2위'의 가치 때문이다. 이만수는 이 2위를 쟁취하기 위해, 지난 며칠동안 LG 김기태 감독, 기아 선동렬 감독에게 보기 드문 수모를 안기며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난, 이만수의 동업자에 대한 배려 없음을 크게 아쉬워하는 편이지만, 정작 가슴 아픈 사실은 이 2위의 가치, 2연전의 중요성을 롯데는 가벼이 한다는 인상 때문이다. 두 팀 1.5게임 차, 2게임을 다 놓치면 2, 3위가 뒤바뀌는 그 기로에서, 롯데-SK가 진검승부를 벌인 것이다.
그 2연전에서, 롯데는 연패했다. 아니, 참패했다. 2차전 스코어가 0:7이어서 참패가 아니라, SK에 경멸을 받을 경기로 일관함으로써 진정 참패했다. 우선, 1차전 얘기. 롯데는 팀의 '1번 선수'라 할 포수 강민호가 SK 김강민의 무리한 홈 쇄도로 중상을 입어도 눈 하나 끔쩍 않는 강심장들이다.
TV 중계 화면으로 보기에도 그 홈 쇄도는 대단히 거칠었고 강민호 역시, 더하고 밸 것 없이 중상을 걱정할 상황이었는데도 롯데는 그 흔한 벤치 클리어링 한번 할 줄 모른다. 동료가 이처럼 험한 상황을 당해도 상대와 충돌할 줄 모르는 건, 그건 근성 부족 탓이라고, 난 본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나? 강민호가 경기를 포기할 때 이미 대세는 결판났다. 그 숨막힐 듯 팽팽한 경기에서, 한 팀의 대들보가 빠진 상황, 상대팀은 내심 쉬운 승리를, 롯데는 패배를 예감했을 터이다. 특히 롯데는 근성 없이 그 순간을 보낸 만큼, 그저 “이제 졌네”라며 지레 경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2차전 얘기. 스코어가 말해주듯 안방에서 참변을 당함으로써 롯데는 2위 자리를 SK에게 헌납했다. '개만수'의 그 끈질긴 집착에 근성 없이 순응했다. 난, 그 과정에 분노하는 편이다. 일단, 팽팽한 경기에서 선취점을 뺏긴 것은 결정적 에러 탓이었다. 이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0:1에서 2점을 더 헌상한 건, 정말이지 용납 못할 에러 탓이었다. 1사 만루 위기에서 상대타자의 평범한 1루수 앞 땅볼, 그건 세살 먹는 아이가 봐도 평범한 병살타 상황이었다. 이 병살타성 타구를, 롯데 1루수 박종윤은 '알까기'를 한 것이다. 이 에러에 앞서, 박종윤은 롯데의 1사 만루, 동점 취득 기회에서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날림으로써 동점 만들기에 실패했다. 이어 돌아서며 이 에러를 범했다. 누구는 박종윤, 'X맨' 아니냐고 허탈해하기도 했지만, 그가 일부러 잇달아 이적행위를 하기야 했으랴.
문제는 그 다음 상황이다. SK는 2점을 더 얻고 다시 1사 1, 3루 찬스를 맞아 스퀴즈를 시도한다. 이 상황, '개만수'의 동업자에 대한 배려 없음, 오직 프로야구의 존재이유를 승리에서만 찾는 그 '못난 근성'을 그대로 드러낸 순간이다. 이런 상황을 겪어도 롯데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 그건, 근성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난 본다. 그런 상황에서 롯데가 경기를 뒤집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팀에서 어떤 경멸, 어떤 수모를 안겨도 느끼지 못하니, 그 무슨 투지인 들 생겨날 것인가. 이 상황에서, 차라리 롯데는 절반 정도의 1진을 2진으로 교체, 아예 지레 경기를 포기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어떤 상황에도 아무런 근성이 없으니, 어떤 팀이든 롯데를 경멸해도 그건 롯데의 자업자득이다.
난, 기대한다. 쉽진 않은 일이지만,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근성을 드러내 보여주기를. 강민호가 그토록 중상을 당한 순간이면 그 벤치 지키는 동료들 좀 하이에나떼 움직이듯 좀 달려 나갈 수 없나? 꼭 김강민을 두들겨 패진 않더라도 “너 그러면 너도 당한다”고 눈이라도 좀 치켜뜰 순 없나?
그리고 1차전이든, 2차전이든, 강속구 투수가 등판했을 때 SK의 최정이든 정근우이든, SK의 간판선수에게 강력한 빈볼 하나 던져줄 순 없나? 피하면 어쩔 수 없고, 또 맞으면 어떤가? 강민호는 순간적으로 중상을 걱정할 만큼 위험한 순간도 겪었는데….
이런 근성 없인, 롯데는 홈이든 원정이든 가는 곳에서, 때때로 상대팀의 경멸을 받을 것이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집적거리고 도발해도 반응할 줄 모르는 롯데, 그 누가 두려워 할 것인가. 그런 상대방에의 경외, 또는 두려움 없이 그들이 왜 롯데를 두려워 할 것인가. 치열해야 할 기 싸움에서 롯데는 늘 지고 들어가는 십상이다. 가을야구? 요즘말로 안 봐도 DVD다. 올 시즌 쌓아둔 승수가 있으니 가을야구까지 가긴 가겠지. 그러나 'Run for 2012'? 이건 롯데만의 꿈이다. 롯데, 죽어도 우승 못한다. 한국 시리즈 가기도 어렵다. 이건, 야구경기 관전 40년의 경험에서 얻은 단언이다. 손가락에 장 지지라면 지질수도 있다.
롯데, 그들은 하필 부산 연고인가? 왜 부산 연고이면서 정작 부산사나이의 기질은 손톱만큼도 갖지 못했나? 프로경기는 경기만으로 즐기라고? 그건 마음씨 고운, 너네들이나 그렇게 해라. 난, 롯데 팬으로, 아니 프로야구 팬으로, 이 정도의 근성도 없는 롯데에 할 소리 한 마디는 꼭 해야겠다. 지금 롯데에 꼭 필요한 건, 최동원-박정태-공필성 같은, 정말 프로다운 근성이라고-. 그 근성 되찾기 전엔 롯데는 결코 살아날 수 없다고-.
- 작성자
- 차용범
- 작성일자
- 2012-09-2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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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54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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