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키워낸 역사와 아픔, 오롯하게 담아
정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30년대~70년대 부산 모습 생생
고은사진미술관 내달 18일까지
- 내용
부산 사진 1세대 사진가 정인성(1911∼1996) 탄생 100주년 기념전 ‘정인성, 부산 사진의 여명’전이 고은사진미술관 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부산 사진계를 일군 거인에게 바치는 헌사로 불릴만하다. 전시장에 걸린 그의 흑백사진은 150여 점. 193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항구도시 부산의 생생한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다. 사진으로 보는 부산 근대사 혹은 인문학적 보고서라 불러도 가히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 부산에 피란 온 사람들의 힘겨운 삶 혹은 용두산 꼭대기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판잣집, 고된 일상에 지친 여인들의 애환이 깃든 40계단 등 부산이라는 도시를 키워낸 지난 시대의 아픔과 역사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정인성 작 ‘영도’.다른 한켠의 사진들엔 피란민들이 흩어졌던 가족들과 만나는 약속 장소이자 삶의 위안처가 되었던 영도다리 부근의 풍경들도 자리잡고 있다. 영도다리에서 이산과 실향의 아픔을 달래거나 혹은 날마다 영도다리 아래에 나와 잃어버린 가족들을 기다리며 사주팔자 보기로 소일했던 아낙들의 애절한 모습이 사진 곳곳에 담겨 있다.
전시장에 걸린 흑백사진은 일체의 연출 을 배제한 채 현실을 객관적으로 포착한 리얼리즘 사진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러나 리얼리즘에 앞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사물과 인간을 향한 그의 따스한 시선이다. 모두가 헐벗고 남루한 풍경 속에서도 한 줄기 희미한 희망의 빛이 비치듯 그의 시선이 잡은 인물과 풍경은 선하다. 곤궁한 부산 어촌과 산비탈의 능선은 소담하게 정겹다. 인간에 대한 그의 굳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정인성 작 ‘초량동’.정인성은 경남 양산 출신으로 1935년 일본 도쿄사진학교를 졸업하고 1937년 부산으로 이주한 뒤 창작활동을 지속했다. 전시기간 3월18일까지. (746-0055)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2-02-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 제1514호
- 첨부파일
-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