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의 '서민챙기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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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식 부산시장의 민생 둘러보기 행보가 바쁩니다. 지난 14~15일 남구 감만동 폐교,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 이어 지난 22일에는 사상구 엄궁동과 괘법동을 찾았습니다. 허 시장이 올 들어 방문하고 있는 현장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생활환경이 낙후된 지역이라는 겁니다. 허 시장은 이들 지역의 좁은 골목을 일일이 누비며, 주민들을 만나 하소연을 듣고 있습니다. 비가 새는 노후주택, 쓰러져가는 담장, 아슬아슬한 계단을 볼 때마다 ‘즉시’ ‘빨리’ 개선할 것을 지시합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여실이 드러납니다. 아픈 자식을 볼 때 가슴이 미어지는 아버지의 표정이랄까요.
엄궁동 낙후지역을 둘러보고 있는 허남식 부산시장.허 시장은 3선 부산시장으로서 그동안 도시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면, 이젠 힘들고 어려운 서민들을 품고 다독이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느낌입니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바깥에서 열심히 일만 하던 가장이, 가족 한명 한명을 세세하게 보살피는 부정 깊은 아버지로 돌아온 듯한 느낌 말입니다. 실제 허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일자리 창출’과 ‘따뜻한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특히 제도에 맞춘 틀에 박힌 복지가 아니라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를 실천하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습니다. ‘현장’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엄궁동 낙후지역 한 가정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허 시장.지난 22일 엄궁동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런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허 시장은 이날 엄궁아파트 옆 공터에서 천막을 쳐놓고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는 원래 주민 대표들이 엄궁동 3·4통 지역의 환경개선을 위한 ‘희망디딤돌 사업’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한 어르신이 마이크를 잡고 “30년 넘은 아파트에 비가 새서 사람이 살 수 없으니 재건축 허가를 해달라”며 “안 그러면 옥상 방수시설이라도 해 달라”고 주제에 벗어난(?) 요구를 했습니다. 어르신의 뜬금없는 요구에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모두가 웃음으로 넘기려했는데요. 허 시장은 오히려 진지했습니다. 그는 어르신에게 사시는 아파트가 몇 개 동인지, 지은 지는 얼마나 됐는지, 제일 불편한 게 무엇인지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아파트는 재건축을 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재건축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잘 의논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건축은 장기적으로 검토하더라도 당장 불편을 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옥상 방수시설 지원 의사도 밝혔구요. 주민들은 허 시장의 예상치 못한 약속에 “큰 보너스를 얻었다”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엄궁동 주민들과 허 시장이 천막에서 간담회를 갖는 모습.허 시장은 이날 저소득 578세대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을 샅샅이 둘러보고 주민들을 만났는데요.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을 다니며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들여다보고, 지붕이 낡아 비가 새는 집을 찾아 방 안 까지 둘러봤습니다. 골목길에 나온 한 아주머니가 “집이 30년이 넘어 너무 낡았다”고 하자 “한번 가봅시다”며 집을 둘러보기도 했구요. 손을 잡고 “수술한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픈데 집에 비가 새서 더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할머니를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골목을 지나며 쓰러질 듯 위험한 담장을 발견하고는 “담 넘어 살림집이 있느냐”며 “위험하니까 곧바로 챙겨봐야겠다”며 동행한 사상구청장에게 건의도 했구요. 폐·공가가 방치돼 불량학생들이 몰려든다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빨리 정비하는 방안을 찾겠다”고도 했습니다.
허 시장과 송숙희 사상구청장이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살펴보는 모습.허 시장이 둘러본 엄궁동 3·4통의 생활환경은 정말 열악했습니다. 그래서 사상구가 주민들의 힘을 모아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희망디딤돌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엄궁동 주민 가운데 목수, 페인트공, 도배공, 전기동 등 78명이 재능나눔봉사단을 꾸려 노후주택 수리, 도배, 장판 교체 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 같았습니다.
“엄궁동 주민들이 희망디딤돌 사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청장님께 현장을 보고 싶다고 부탁드렸다”는 허 시장. “마을을 둘러보고 어려움을 충분히 절감했다”며 마을의 노후주택 정비, 계단 보강, 안전펜스 설치, 보안등 설치, 담장 수리를 위해 2억5천만원을 즉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요구한 소방도로 개설, 지붕 개량 등도 적극 검토키로 약속했구요. 엄궁동 주민들은 “엄궁동이 생긴지 200년만에 제일 높은 어르신이 오셔서 마을이 빛난다”며 “더욱이 큰 선물보따리를 흔쾌히 풀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워했습니다.
괘법동 양지시장 상인들을 만나는 허 시장.허 시장은 이날 엄궁동 주민들이 준비한 고구마를 맛있게 먹고, 곧바로 괘법동 양지시장을 방문했는데요. 그 곳에서도 상인들이 준비한 콩나물해장국을 먹어야 했습니다. “장사 잘 되게 시장 좀 좋게 만들어 주이소”라며 부탁과 함께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요구를 들어야 하는 부산시장. 소화력이 정말 뛰어나야 할 것 같았습니다.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12-02-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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