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전국 최고 예술사관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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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소프트파워 시대’ 라고들 하지요. 소프트파워는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보다 교육·학문·예술·과학·기술 같은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소프트파워’가 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좀 어렵긴 한데 소프트파워란 말만 딱 들어도, 뭔가 크고 거창한 것 보다 작지만 부드러운 것이 힘이 있다는 것 같네요. 아마 작은 감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뭐 이런 의미 아닐까요.
아무튼 부산시가 소프트파워 개념을 도입한 행정을 펼칩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를 뚫고 다리를 놓고 대규모 공원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책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산복도로 일대에 주민들을 위한 작은 텃밭을 만들고,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당을 짓는 것도 모두 소프트파워 행정이라 볼 수 있지만, 좀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휘해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거죠.
허남식 부산시장이 폐교로 남아 있는 옛 동천초등학교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복지시설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허남식 부산시장은 올해부터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민 삶의 질과 도시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파워 100대 시책’을 추진하기로 선언했습니다. 그 첫 사업으로 남구 감만동에 폐교로 남아 있는 옛 동천초등학교 재활용 사업을 선정했습니다. 폐교를 문화·복지시설로 되살려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허 시장은 지난 14일 현장에서 이 사업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옛 동천초등학교를 문화·복지시설로 활용하는 ‘창의문화촌 @ 감만’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주민의견을 들었습니다. 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민지역 폐교 활용의 첫 사례”라며 “이곳을 전국 최고 수준의 창의적 전문 예술교육시설로 만들어 부산 문화인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내 폐교와 폐건물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이나 편의공간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약속도 했구요.
허 시장은 지난해 6월30일 민선 5기 출범 2년을 맞아 시민 100명과 가진 대화에서도 “폐교를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그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 그날 한 시민이 허 시장에게 “부산의 문화 인프라가 많이 늘어나고 있어 좋다. 문화시장으로 거듭나 감사하다”고 한 말이 생각나네요. ‘문화시장’이란 말에 허 시장이 기분좋아하는 표정도 생생합니다.
옛 동천초등학교 현장을 둘러보는 허남식 부산시장.옛 동천초등학교는 1981년 개교한 5층 건물로,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구요. 부지 8천375㎡에 교실 54개와 운동장, 소운동장, 대강당. 도서관, 테니스장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본관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별관을 지역주민 복지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인데요. 본관은 예술인들의 창작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설을 갖출 거라네요. 구체적으로 1층은 카페테리아와 커뮤니티공간, 창작품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구요. 2층은 다목적홀과 시민예술교실 같은 교육공간으로 꾸밉니다. 3층은 미술·음악 스튜디오를 만들어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하구요. 4층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창업보육실을 만들거랍니다. 5층 대강당은 무대예술 공간으로 활용,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네요.
별관은 1~2층을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공간으로 활용하구요. 3층은 사무공간, 4층은 지역주민 문화·예술 교육공간으로 이용할 거랍니다. 5층에는 자활사업장을 만들어 일하고 싶어 하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할 거라네요.
학교담장은 허물어 화단으로, 운동장은 소공원과 어르신 생활체육시설로 꾸밀 예정입니다. 테니스장은 풋살구장 등 청소년 생활체육공간으로 바꿉니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곧 관련 기관과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네요. 학교부지 매입을 위해 시교육청과 협의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바로 담장 허물기에 들어갈 거랍니다. 건물 리모델링부터 생활체육시설 설치까지 마치면 오는 10월쯤 옛 동천초등학교는 ‘창의문화촌 @ 감만’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답니다.
옛 동천초등학교가 탈바꿈할 ‘창의문화촌 @ 감만’ 조감도. 내부에 들어설 무대공간과 창작스튜디오.‘창의문화촌 @ 감만’은 완공 후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문적인 예술영재와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양성해 창업까지 지원하는 창의문화예술교육원(Creative Culture Center·CCC)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지역대학과 전문가는 물론 거물급 출향 예술인 등과 폭넓게 접촉해 전국 최고 수준의 전문 예술교육시설로 키울 거라니까 진짜 기대됩니다.
도심 폐교를 활용해 만드는 ‘창의문화촌 @ 감만’이 ‘문화·예술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온 부산 출신 예술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소프트파워 시대, 문화가 힘 아니겠습니까.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12-02-1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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