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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이방인, 달맞이언덕에 갤러리 열고 ‘소통’을 얘기하다

마틴 버뮤런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 관장
부산-해운대는 고향보다 더 고향 같이 친근
코브라미술․유럽 컬렉터 문화 부산에 알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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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마틴 버뮤런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 관장.

그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이 문을 연 갤러리인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의 관장입니다. 해운대 달맞이언덕 골목길에 자리 잡은 이색 공간,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마틴 버뮤런 관장은 훤칠한 키에 상당한 미모를 지닌 훈남 아저씨입니다. 환한 미소가 조금 미안했지만, 궁금한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왜? 어떻게? 부산에 오게 됐나요?

그가 부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네덜란드에서 커피 관련 사업을 하던 그는 사업 때문에 부산을 방문하게 됐다고 하네요. 처음 부산에 올 때만 해도 부산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그, 지구상에 부산이라는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하네요. 의례적인 비즈니스 방문지의 하나일 것이라던 그의 예상은 빗나갑니다. 부산은, 특히 해운대 달맞이언덕은 너무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충격’이었고 “판타스틱!!”이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는군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보았지만, 해운대와 달맞이언덕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에만 오면 마치 고향에 온 듯 마음까지 푸근해지고, 고향인 네덜란드에 있어도 해운대가 미치도록 그리웠지요.”

네덜란드가 ‘더치 페이’의 원조라는 것, 잘 아시죠? 네 것, 내 것 똑 부러지게 나누는 확실한 경제관념이 조금 밉상일 것 같은 네덜란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그는 완화해줍니다. 뜻밖에 아주~ 낭만적인 이 네덜란드 남자는 첫 방문 이후 해마다 부산을 찾게 됩니다. 일이 없으면 일부러 일을 만들어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하니 그가 진심으로 부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십 수 년, 마침내 그는 부산 정착을 결심했다고 하네요. 스스로 부산사람이 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부산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입니다.

온전하게 ‘부산 갈매기’가 된지 4년 만에 그는 갤러리 운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사업가인 그가 어떻게 돈 안되는 갤러리를 열게 되었을까요? 더구나 그는, 친한 친구끼리라도 식사비용을 각자 계산할 정도로 경제관념이 투철하기로 소문난 네덜란드 사람 아닌가요? 이 의문에 답을 얻으려면 여기서 잠깐, 그의 조국 네덜란드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네덜란드하면 많은 이들은 풍차. 튤립. 플랜더스의 개를 떠올립니다. 아직은 네덜란드가 낯익은 나라가 아닌 탓에 우리가 네덜란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네덜란드에 대한 정보는 아주,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네덜란드는 어떤 나라일까요?

네덜란드는 미술의 나라입니다. 서양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렘브란트가 네덜란드 사람입니다. 동화 ‘플랜더스의 개’ 주인공 네로가 간절하게 보고 싶어 하던 작가가 바로 렘브란트입니다. 결국 네로는 렘브란트의 ‘자화상’ 아래에서 숨을 거두지요. 렘브란트만 있다면 감히 미술의 나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렘브란트에 앞서 브뤼겔(1528~1569),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1632~1675),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몬드리안(1872~1944), 코르넬리스 에셔(1898~1972)까지 네덜란드 출신 화가들이 서양 근대회화의 큰 기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세계 미술사의 거장을 숱하게 보유하게 된 것은 미술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집집마다 렘브란트와 고흐의 그림(모사화일지라도)이 걸려있지 않은 집이 드물 정도로 네덜란드 사람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높습니다. 마틴 버뮤런 관장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며 성장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미술 애호가’라 불리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상당한 수준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는 이같은 맥락 위에서 탄생했습니다. 버뮤런 관장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한 친구가 코브라 미술의 대가 얀슨을 소개합니다. 마침 한국을 여행 중이던 얀슨은 그와 마찬가지로 달맞이언덕의 아름다움에 빠졌고, 달맞이언덕에 대한 애정으로 급격하게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달맞이언덕에 화랑을 열기로 의기투합, 마침내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를 오픈했습니다.

마틴 버뮤런 관장은 우리나나 미술시장에서 다소 낯선 모사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렘브란트, 고흐, 피카소 등 수백원억을 호가하는 걸작들을 그대로 옮겨 그린 모사화는 유럽 미술계에서는 미술시장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는 그림을 전시·판매하는 갤러리이지만, 그것보다 한국과 유럽의 미술문화가 서로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 마틴 버뮤런

그림을 전시·판매하는 갤러리를 열면서 ‘소통’을 말하는 것은 좀 비약이 아닐까요? 버뮤런 관장은 절대 비약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가 지향하는 소통은 아시아와 유럽, 한국(부산)과 네덜란드, 한국미술과 유럽미술, 한국의 미술 애호가와 유럽의 미술애호가들이 서로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갤러리에 걸려진 그림은 버뮤런 관장이 말하는 ‘소통’을 위한 매개체입니다. 이곳에서 전시·판매하는 작품은 유럽 미술 애호가들이 그들의 집 거실에 걸어두고 싶어 하는 컬렉션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모사화로 만나는 렘브란트와 고흐, 클림트와 피카소, 코브라 미술은 유럽 미술애호가들이 그림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한 경향을 보여 줍니다. 즉, 이곳은 유럽의 미술 문화를 부산에 알리고, 유럽 컬렉터들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 부산과 유럽 미술의 소통의 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과 유럽의 소통, 부산의 컬렉터와 네덜란드 컬렉터의 소통이 가능한 이유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버뮤런 관장은  “모사화도 미술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라는 것과 “세상에는 (코브라 미술처럼) 다양한 미술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네덜란드 아트갤러리 내부.

작지만 색다른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는 새로운 부산의 화랑가로 자리 잡은 달맞이언덕에 있는 화랑과 차별화됩니다. 이곳에 오면 유럽의 미술문화, 네덜란드 가정의 거실에는 어떤 그림들이 걸려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혹시 네덜란드가 궁금하다면, 달맞이언덕 골목길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를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엽니다. 매주 월요일 쉰다고 하네요. (741-3622)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2-02-0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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