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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함께 한 36년 물처럼 흘러갔네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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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부산시에 36년간 근무하다 지난 21일 조용히 명예퇴직한 공무원이 한 분 계십니다. ‘상수도 박사’로 통하는 박재태(59·사진)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장인데요. 정년을 1년여 앞두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공직을 떠났습니다.

그는 경남 하동 출신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1978년 부산시 수도시설관리소에서 공직을 시작, 상수도사업본부 급수계획계장, 시설과장, 급수계획과장, 시설부장, 급수부장 등 상수도 관련 요직을 두루 역임했습니다. 북구청 도시국장도 지냈습니다.

박 부장이 ‘상수도 박사’로 불리는 이유는, 공직생활 36년 동안 30년을 부산시민이 먹고 사용하는 물 공급에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부산 상수도 역사와 함께 한 셈이지요.

명예퇴직을 며칠 앞 둔 그는 “이제 좀 쉬고 싶다”면서도, ‘부산의 물’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공직생활 36년, “보람도 크고, 아쉬움도 있다”더군요.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박 부장은 무엇보다 부산시민에게 맑은 물을 넉넉하게 공급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데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부산시 수도국에 처음 발령받은 78년에만 해도 고지대에서는 이틀에 한번 물을 받아 쓸 정도로 급수사정이 나빴어요. 주민들이 물통을 줄 세워 놓고 비상급수를 기다리는 풍경이 매일 벌어졌지요. 그런 형편에 어떻게 집에 가겠어요. 매일 비상근무였지요.”

80년대 초까지 어려웠던 부산의 급수사정은 대대적인 상수도 확장사업으로 크게 나아졌는데요. 박 부장은 화명·덕산정수장을 잇따라 짓고 가동하는데 불철주야 매달렸습니다.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90년대 초 물을 부족하지 않게 공급할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페놀오염 사고가 터지며 낙동강 수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낙동강 수질이 3~4급수로 떨어졌지요.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수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그래서 국내 최초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한 거죠.”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부산시는 당시 현지 견학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미국와 프랑스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모두 도입키로 했는데요. 화명·명장·덕산정수장에 3단계에 걸쳐 이 시설을 완비하기까지 박 부장은 혼신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 부산은 세계적인 수준의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것이지요. 국내 최고의 정수처리시설임은 물론입니다.

“서울은 이제 1단계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3단계까지 갖춘 부산의 정수처리 능력은 완벽하다고 자부합니다. 더욱이 부산시 수질연구소에서는 박사급 인력 수십 명이 정수과정에서 각 공정별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연구하고, 매일 174개에 달하는 항목을 검사해 수질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정수처리시설과 축적된 기술,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부산의 물, 안심해도 됩니다.”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박 부장은 낙동강 원수 자체의 수질을 높이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바로 낙동강 오염총량제와 원수대금 수질 차등요금제 도입이 그것입니다. 2004년 8월 시행한 낙동강 오염총량제는 중점 관리지역의 목표수질을 미리 정해, 오염물질의 허용 총량을 설정함으로써 수질을 위협하는 개발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2005년부터 적용한 원수대금 수질 차등요금제는 낙동강 수질이 3급수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에 내는 원수대금(1t당 50원 가량)을 적게 내는 제도인데요. 정부는 실제 돈을 적게 받는  대신 그만큼 정화처리 비용을 지원한다는군요. 결국 정부가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부산시민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중요한 이 제도는 십수 년간 공을 들인 끝에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원수대금 수질 차등요금제 도입을 위해 92년부터 정부와 협상을 벌이며 투쟁했습니다. 2005년에 와서야 그 제도가 시행됐죠. 처음에는 정부가 정화비용을 1년에 20억씩 지원했습니다. 지금은 물이 좋아져 10억도 안됩니다. 결국 낙동강 수질을 지킨 겁니다.”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박 부장은 경남 남강댐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광역상수도사업을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 “아쉽다”고 했습니다.

“낙동강 상류에는 1천170여개에 달하는 폐수 배출 업소가 있어요. 페놀오염 같은 불의의 사고가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어요. 그때는 부산시민이 무슨 물을 먹어야 합니까. 부산시가 안전하고 건강한 수원을 찾는 건 당연한 겁니다.”

92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 직후 부산시민에게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한 광역상수도사업이 대두되기 시작했는데요. 부산시의 지속적인 요구로 합천댐과 남강댐 물을 끌어오자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추진되지는  못했습니다.

“2008년 12월 정부가 낙동강 하류지역 식수문제 대책회의를 하면서 남강댐 물을 활용하는 방안이 나왔어요. 지리산에서 일년에 24억t이 들어와 쓰고 남은 15억t을 사천만으로 흘려보내는데 아깝지 않느냐. 광역상수도로 활용하자는 것이었죠. 부산시는 당연히 OK였습니다.”

정부가 2009년 업무보고에서 공식적으로 경남-부산 광역상수도사업 추진을 발표하자, 부산시는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고 박 부장이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경남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미지수였기 때문이었죠.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20년 끌어온 부산시민의 깨끗한 물 먹기 염원을 이번에는 쟁취하자.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남는 물을 활용하는 거니까. 경남도 설득하면 될 것이다. 정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먹는 물에 경제·정치논리는 배제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국토부가 2009년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경남-부산 광역상수도사업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BC(비용 대비 편익)가 0.91로 나왔습니다. 물 이용의 경우 0.5 이상이면 타당성이 있다는 것. 부산지역 122개 시민·사회단체도 광역상수도 시민공동위원회를 발족, 부산시민의 여론을 이끌며 부산시와 공동보조를 맞췄습니다.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문제는 경남의 극렬한 반대였습니다. 박 부장은 경남을 설득하는 일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습니다. 부산은 물론 경남에서 벌어진 토론회마다 방청객으로 참석, 마이크를 잡고 남강댐 물 나눠먹기가 부산과 경남의 상생의 길임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전문가토론회에서는 한 대학교수가 “부산시는 손놓고 있다가 정부가 만든 논리만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질책하자, 방청석에 있던 박 부장이 “20년 동안 부산시가 정부에 주장하고 설득한 결과 광역상수도사업이 나온 것”이라고 그 자리에서 반박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경남의 반대로 논란이 일자, 정부가 추진 속도를 늦추며 광역상수도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진 겁니다.

“물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젭니다. 먹는 물에 정치논리, 경제논리를 갖다대면 안 됩니다. 남강댐 물 나눠먹기는 경남에 피해를 주자는 게 아닙니다. 경남에도 홍수 위험, 어장피해를 줄이는 이익이 있습니다. 저도 경남 출신입니다. 고향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라는 나부터 반대했을 겁니다.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상수도 박사' 박재태 급수부장… 정년 앞두고 조용히 명예퇴직

박 부장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주경야독으로 부산공업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부경대 대학원에서 토목공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도정수처리에 사용하는 숯인 입상활성탄을 재생해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한 그의 석사논문은, 2001년 실제 정책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1t당 130만원에 달하는 숯 수십만t을 한 번 사용하고 버리던 것을 3~4회씩 재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의 보이지 않은 또 다른 공로입니다.

박 부장은 30년 전의 일을 숫자까지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로, 상수도에 대한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었습니다. 공직사회에서 보기 드문 그야말로 전문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정년이나 명예퇴직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영원한 현역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물과 함께 한 36년이 어느새 물처럼 흘러가 이제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좀 쉬고 싶어요. 그렇지만 평생 바쳐온 부산의 상수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떠한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고 할 겁니다.”

작성자
구동우
작성일자
2011-09-2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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