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지난 주말, 아내와 아들·딸 손잡고 부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부전시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는 북새통이었습니다.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편리하고 가깝다는 이유 때문에 집 근처 마트나 백화점에서 장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집 근처에도 팔도시장이 있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 나들이 삼아 지나다니는 것이 고작입니다.

“아빠, 마트보다 시장이 훨씬 크네. 볼 것도 많고….”

부전시장을 처음 찾은 아들 녀석의 전통시장 입성 소감입니다. 아내는 추석 음식 장만을 위해 시장의 상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립니다. 선뜻 마음 놓고 제수용품을 구입하기에는 물가가 제법 오른 것이 분명합니다.

과일가게에 들러 사과와 배를 사고 생선도 이것저것 적당히 샀습니다.

과일가게의 한 상인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추석 대목에 경기가 좀 어떤지를.

주인아저씨 왈, “태풍과 이상기온으로 과일가격이 지난해 추석보다 평균 10% 이상 올라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며 “경기가 비교적 좋았던 지난해에 비해 대량구매는 줄었지만 알뜰하게 제수용품과 선물을 구입하는 고객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생선가게 주인아주머니는 “마트 마트해도, 전통시장이 싸고 좋은 물건이 많다”며 자꾸만 저와 아내가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십니다. 생선가게 주인아주머니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탓에 고급생선을 찾는 손님은 줄었지만, 주부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을 깎으려는 주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니 가게주인과 손님들의 가격 흥정이 어느 해 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풍경이었습니다.

시장에서 가격 흥정하는 모습을 처음 본 딸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마냥 신기해합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동안 비어 있던 두 손이 묵직해졌습니다. 시장을 찾기 전 은행에 들러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했는데 흥정으로 물건값 깎은 것까지 생각하니 그냥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리의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편리함에 있어서는 마트나 백화점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마트나 백화점에 없는 ‘정’이라는 우리네 따뜻한 마음이 시장에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탓인지 아이 녀석들이 배가 고프다는 투정을 부렸습니다.

시장통 구석에 자리한 좌판에서 오뎅이며 떡볶이를 사 주었습니다. 녀석들이 맛있다며 일어설 생각을 안 합니다.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졸라댑니다.

모처럼 우리 가족이 마음껏 웃었습니다. 더불어 부산 전통시장도 활짝 웃음꽃을 피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부산경찰청이 추석을 앞두고 부산 전통시장 25곳의 주변 도로에 대해 주차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기간은 지난 3일부터 오는 11일까지입니다. 주차를 허용하는 주요 전통시장은 자갈치시장, 부산진시장, 부전시장, 반여농산물시장, 엄궁농수산물시장, 구포시장, 기장시장 등 25곳입니다. 주차 허용 시간은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시장에 따라 새벽부터 심야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부산경찰청은 이중주차와 허용구간을 벗어난 주차에 대해서는 지자체 등과 함께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 주차허용 주요 전통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