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화려한 유혹, 여름 꽃 ‘백일홍’
여름 내내 빨갛게 피어 활기… 여인의 나체·청렴 두루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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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은 다른 꽃들과 달리 여름철에 피어 부산시민과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사진은 UN기념공원 안 백일홍).
오직 여름에만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배롱나무 꽃 ‘백일홍’이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다른 꽃들은 봄이면 서로 피어나려고 앞다툼을 하지만, 백일홍은 사람들이 여름 피서를 간 사이 구석구석에 빨갛게 피어 텅 빈 공원에 활기를 더한다. 한달을 채 못 버티는 다른 꽃들과는 달리 세달 동안 부산시민과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백일홍은 이름도 많다. 원래 ‘백일홍 나무’였다가 ‘배기롱 나무’를 거쳐 ‘배롱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고, 나무껍질을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 ‘간지럼 나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붉은 꽃이 100일 동안 피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꽃이 피고 떨어질 때 원뿔처럼 생긴 꽃대가 다시 봉오리를 만들어 꽃을 피운다. 이 같은 과정을 수없이 반복, 무려 3개월 동안 꽃을 피우는 것이다.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는 재미있는 이름도 있다. 나무줄기가 워낙에 매끈해서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오르기 어렵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렇다. 백일홍 나무는 나무줄기의 껍질이 매끄럽기로 유명하다. 옛날에는 여인의 나체를 연상시킨다 하여 대갓집 안채에는 심지 않았다고. 이와는 반대로, 사찰에서는 매끈한 줄기를 본 받아 세속을 다 벗어버리자는 의미에서 많이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여름 산중 사찰을 방문하면 백일홍이 없는 절은 거의 없다. 청렴을 상징하기도 해 선비들이 기거하는 집 앞마당에 많이 심어 놓기도 했다.
부산에는 부산진구 양정에 있는 화지공원 백일홍이 유명하다. ‘부산진 배롱나무’로도 불리며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되어 있다. 화지공원 배롱나무는 두 그루다. 수령은 약 800년으로 짐작하고 있고, 가장 큰 나무의 높이는 8m가 넘는다.
배롱나무는 예부터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부산진 배롱나무는 동래 정씨 시조의 묘 옆에 심어 조상을 기리고 자손들의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뜻을 가진 나무로, 생물학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도 지니고 있는 나무라 할 수 있겠다. 부산진 배롱나무는 천년 가까이 부산을 지키며 해마다 여름이면 붉디붉은 꽃들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여름꽃 백일홍하면 빠뜨릴 수 없는 나무인 것이다. 이름도 많고 얽힌 사연도 많은 욕심쟁이 백일홍. 그의 꽃말은 ‘떠나는 벗을 그리워하다’란다. 속으로 피고 지기를 반복 100일 동안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떠나는 벗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려 유혹하는 모습을 꽃말에 담았나 보다.
※ 이 글의 전문은 부산시 공식 블로그 쿨부산(http://blog.busan.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작성자
- 글·황복원(시민 블로거)/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11-08-1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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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88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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