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구 “신공항 앙금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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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범일 대구시장이 동남권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빚은 앙금을 털고 손을 잡았습니다. 두 도시 시장은 15일 오후 5시30분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성공개최 및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영남이 뭉쳐야 공동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많은 언론들은 사실 며칠 전부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두고, 두 도시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데 ‘과연 앙금을 털어낼 수 있을까? 협약식 분위기가 서먹하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협약식 분위기 괜찮았습니다. 협약식에는 두 도시 고위간부 10여명씩 20여명이 배석해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협약식은 30여분간 진행됐는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대구시가 준비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동영상을 보고, 대구시립합창단원 두 명이 대회 주제가를 부를 땐 양 도시 간부들이 함께 박수를 치고, 더러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제 옆에 앉은 한 기자는 저에게 이렇게 속삭이데요. “대구 참 뻔뻔하다. 싸움박질할 땐 언제고, 뻔뻔하게 이제 와서 부산시에 도와 달라카느냐”구요. “박수치는 부산시 간부들은 배알도 없느냐”는 심사틀린 이야기도 합디다만, 저는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협약서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개최 및 부산-대구 상생발전을 위해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육상대회 입장권 판매와 공무원 상호 파견, 공무원과 부산시민의 단체관람 같은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구육상대회에 많은 부산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두고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오는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간 열리는데, 212개국 6천여명이 참가한다고 하네요. 혹,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질주장면, ‘러시아의 미녀 새’ 이신바예바가 하늘을 나는 경기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공항 갈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은 끈질기게 이어졌습니다. 두 시장은 담담하게 질문을 받아냈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역 이익을 위해 작은 시·도간에, 심지어 형제간에 다투기도 한다”며 “그거는 그거다. 다른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허 시장은 또 “그동안 국민과 시·도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제 그런 거 없다”며 “큰 틀에서 영남권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5개 시·도 단체장을 이달 말 부산으로 초청해 발전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아직 못을 박은 것은 아니지만 오는 27일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5개 시·도 단체장이 모이는 것으로 부산시는 계획하고 있는 듯 합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인사말에서 “허 시장님의 별명이 '소리 없는 불도저'라고 들었는데, 맞느냐”고 운을 뗐습니다. “허 시장의 리더십으로 제2의 도시, 부산이 날로 웅비하는 데 경의를 표한다”고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분위기 좋았지요.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더 노력하겠다. 영남이 흩어지면 손해고 단합해야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했다”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허 시장과 김 시장을 비롯한 두 도시 간부 공무원들은 협약식이 끝난 뒤 부산 동래구의 한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녁을 함께 하며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윗도리를 벗고, 시원한 맥주에 ‘부산소주’ 시원으로 가볍게 가슴을 열었답니다. 좋은 자리에서 안 좋은 과거를 이야기 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이야기는 누구도 아예 꺼내지 않았다고 하네요. 저녁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저는 오늘 아침,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부산시 한 국장님을 통해 분위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 작성자
- 박재관
- 작성일자
- 2011-06-1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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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80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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