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전체기사보기

"영도대교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내용

"너,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부산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시절 들어봤던 이야깁니다. 그 시절 꼬맹이 중 몇몇은 진짜 엄마를 찾겠다며 가출을 감행, 눈물·콧물 찔끔거리며 영도다리까지 결국 가고야 말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남아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영도다리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1934년 11월, ‘다리를 번쩍 든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개통식 현장에 몰려든 인파가 6만여 명이나 되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유명합니다. 당시 부산인구가 16만 명이었다고 하니 가히 구름 같은 인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또한 영도다리는 일제의 수탈이 심해지자 많은 조선 사람들이 투신,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이별의 장소였고 한국전쟁 때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행여 헤어진 가족을 만날까 서성였던 기다림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파란만장 과거사 덕분이겠지만 영도대교는 오늘날 한국영화의 촬영배경으로도 곧잘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넉넉하지 않았던 가난의 현대사까지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영도대교가 이제 곧 사라집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동안 숨겨왔던 모습까지 더해, 시민과 만나는 마지막 고별의 의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간의 철거모습을 담은 사진과 복원 이후 조감도와 함께 영도대교 해체공사 현장을 이달 13일(일)까지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 겁니다.

영도대교는 2003년 실시한 정밀진단에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D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또한 인구증가에 따라 도로확장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결국 2007년에 리모델링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영도대교(길이 214.7m?폭 18.3m)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륙교(連陸橋: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면서 더불어 현재까지도 국내 유일의 도개교(跳開橋: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로 열리도로 한 다리)입니다. 또한 지난 2006년 부산시지정 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됐습니다. 이런 문화사적 가치 때문에 영도대교의 리모델링은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 건축물인 만큼 그 원형을 복원하고 후세에 남기기 위한 뜻이지요. 때문에 해체공사 기간도 일반교량에 비해 배 이상을 소요했습니다.

특히 영도대교는 다리를 들어올려 배를 지나가게 하는 국내 유일의 도개굡니다. 육중한 쇠다리가 하늘로 치 솟는 도개의 장관은 하루 7차례, 매 15분씩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상수도 관로 매설 등의 이유로 영도대교의 도개모습은 1966년 9월을 마지막으로 흑백사진 속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도개기능을 담당했던 기계실 내부 모습을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계실 천정을 걷어내는 해체작업을 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계실 내부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무거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 본 기계실 내부는 오래 묵은 먼지의 매운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안에는 무게 축 장치를 가로로 건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4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잠들어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전원을 공급하면 바로 움직일 것 같은 당당한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민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다리 위쪽에서만 기계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영도대교는 이번 시민개방행사를 마치면 약 2달간 해체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합니다. 이후 본격적인 복원작업에 돌입해 오는 2013년 7월에 6차로로 더 넓어진 새 모습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물론 새 영도대교도 도개기능을 갖출 예정인데요. 시민과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 같은 특별한 날에 다리를 들어올려 부산의 새로운 명물이 되겠다고 합니다.

2013년 7월 새 영도다리가 열리는 그 날, 국권침탈(國權侵奪)·민족상잔(民族相殘)의 고통 속에서 배고픔과 헤어짐을 삶으로 살아 내야 했던 이 땅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사가 진정 새 희망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 때까지 영도대교야, 안녕!

작성자
박영희
작성일자
2011-03-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