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신공항? 강요된 찬성 많다”
밀양농업발전보존연구회원들이 전하는 밀양 민심
유치 찬성주민 많아야 20~30%, 밑바닥 민심 과반수가 반대
민심외면 지역인사들 도 넘어
- 내용
-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결사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경남 밀양시 내이동 밀양농업발전보존회 사무실 외벽.
“밀양 공항을 찬성하는 사람은 많이 잡아야 20~30% 정도다. 일부는 관심이 없고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밀양에 공항을 유치하는 것을 반대한다. 다만 반대하는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찬성하는 사람만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분위기에 눌려 강요된 찬성이 대부분이다.”
윤상진(39) 밀양농업발전보존연구회 공동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은 밀양 현지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17일 ‘밀양 신공항 유치반대 기자회견’이 열린 날에는 기자회견을 막으려 경남도와 밀양시가 귀찮을 정도로 회원들에게 휴대폰 전화를 걸어와 아예 전화기를 껐다고 했다. 건물 밖에는 ‘신공항 밀양유치 결사반대’ 현수막을 내걸었고, 어깨띠도 착용했다. 상급기관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뛰어넘는 결연한 의지였다.
회원들은 “밀양지역 농업인은 물론 지역주민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양시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도를 넘는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운동을 사생결단식으로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는 입은 있어도 지역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눌려 마음속으로만 반대할 뿐 감히 신공항 밀양유치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밀양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시내에는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회원들은 목청을 높였다. 현수막을 내건 기관과 단체, 기업 등을 보면 자발적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는 것. 주유소나 식당들도 동남권 신공항을 밀양에 유치하자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지만 자발적인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밀양 시민들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밀양농업발전보존연구회는 밀양지역에서 십수년 이상 시설채소나 화훼, 사과 등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가입한 단체다. 현재 축산농가들도 가입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회원들은 6개월 전부터 이런 단체 결성의 필요성을 느꼈고, 최근 사무실을 열었다.
“사실 우리 농업인들은 오래전부터 '공항을 밀양에 유치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함께 논의하고 토론해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 농민들은 한결같이 전통문화와 충절을 숭상하는 유서 깊은 고장이자, 수려한 자연경관을 간직한 축복의 땅인 밀양을 파괴하는 공항 건설은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농민들이 나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대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회원들은 “밀양 하남지역은 누구나 인정하는 경남권의 곡창지대로 신공항이 유치되면 약 17.5㎢의 농지가 훼손된다”며 “농민이 아닌 지주는 토지보상을 받고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농민들은 밀양 어디에선가 농토를 사거나 빌려 다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17.5㎢이 사라지면 결국 농지가 부족해지고, 임대료만 2배이상 폭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이 더 이상 침묵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회원들은 지역의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작심하고 반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대로 밀양에서 살았고 밀양에서 학교를 다녔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우리도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있고, 고향 밀양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부산,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간 출향인사들이 고향을 찾아 하는 말은 ‘밀양에 공항이 오면 고향 망친다’는 것이다. 밀양에 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것은 삶의 터전인 농토가 사라지기 때문이고 얼음골, 표충사, 가지산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밀양이 파괴되며, 작약산 무척산 월봉산 같은 밀양을 둘러싸고 있는 20여개의 명산이 목이 날아가거나 가슴이 패어 정기를 잃고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작성자
- 박재관
- 작성일자
- 2010-11-2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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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50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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