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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300살 팽나무 '수송작전' 나루공원에 새 보금자리

대형 바지선 두 척 8시간 항해 우동항으로
'귀한 몸' 다칠까 신호등·전깃줄도 걷어내
보호수 지정 … 명품 나무로 특별 관리키로

내용
강서구 가덕도 율리마을의 300살 팽나무 두 그루가 지난달 29~30일 대규모 '수송작전'을 거쳐 해운대 APEC 나루공원으로 옮겨왔다(사진은 새 보금자리에 자리잡은 팽나무).

강서구 가덕도(행정명칭 천가동) 율리마을의 300살 팽나무 두 그루가 지난달 30일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으로 무사히 옮겨와 자리를 잡았다.

한 그루가 밑동 지름 1.5m, 높이 20m, 무게 70t에 달하는 이 팽나무는 그동안 율리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가덕도에 일주도로를 내는 공사와 항만공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린 부산'을 선포한 부산시가 수백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노거수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이식키로 한 것. 부산의 대표 명품수목이자 저탄소녹생성장의 상징물이 될 팽나무를 옮겨갈 장소는 노거수가 생존하기 좋은 입지, 상징적 의미가 큰 장소, 운반과 식재작업이 용이한 곳을 물색한 끝에 해운대 APEC 나루공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거대한 팽나무 두 그루의 이식 작업은 말 그대로 대규모 수송 작전. 그 작전은 해운대구가 맡았다.

지난달 29일 오전 7시 뿌리 밑둥치를 통째로 파낸 팽나무를 한 그루씩 나눠 실은 대형 바지선 두 척이 율리항을 출발했다. 팽나무가 주민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300년 이상 함께 해온 마을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귀한 몸인 만큼 팽나무 가지 하나라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대신 바지선 모서리 쇠기둥을 잘라낼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수송이었다. 바지선 두 척은 몰운대~영도~오륙도~광안대교를 거쳐 60km 구간을 장장 8시간 동안 항해한 뒤 오후 3시 해운대 우동항에 도착했다. 팽나무는 통행량이 적은 30일 새벽 대형 트레일러 두 대에 실려 1km 떨어진 APEC 나루공원으로 향했다. 팽나무는 육상수송에서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우동항 인근 수영2호교~신세계센텀시티 600m 구간 도로의 교통통제가 이뤄진 것은 물론, 4개 교차로의 신호등과 전깃줄, 전화선까지 모두 걷어냈다 다시 설치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가도로. 한 그루는 무사히 통과했지만, 가지가 더 많은 한 그루는 두 차례의 시도에도 통과하지 못해 아쉽게도 잔가지 일부를 잘라낸 뒤에야 통과할 수 있었다. 어렵게 어렵게 APEC 나루공원에 도착한 팽나무는 30일 오전 8시 새 보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고향을 떠난 지 25시간 만이었다.  

팽나무 수송과 이식작업에는 경찰인력, 구청직원, 공사 관계자 등 모두 40여명이 매달렸다. 여기에 대형 바지선 두 척, 대형 트레일러 2대, 굴착기, 크레인 등이 동원됐다. 들어간 비용은 모두 2억5천만원.

한편, 천가동 주민들은 팽나무를 떠나보내기에 앞서 지난달 11일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팽나무의 무사 이식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낸 것.

박진만 천가동노인회장은 "잘 옮겨가고, 목신도 잘 따라가길 바란다"며 "해운대에 가더라도 잘 살아달라는 부탁밖에 없다"고 팽나무의 안전을 기원했다. 김영수 천가동 주민은 "보내는 게 너무 섭섭하다"며 "기분이 허전하고 동네가 너무 낯설다"고 아쉬워하기도.

부산시는 팽나무를 보호수로 지정, 온 시민과 함께 특별히 관리키로 했다. 수백년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도 변하지 않는 풍성함으로 시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작성자
구동우
작성일자
2010-04-0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41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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