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야기] 한국영화에서 세계의 영화로
한국이 자랑할 세계적 거장… 후학 가르치며 미래 영화인 키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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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거목 임권택(林權澤·75)감독. 그가 부산에 있는 동서대 석좌교수로 부임한지 2년째 접어든다.
“부산은 한국의 제2도시다. 그런데도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그런 부산이 영화제가 생기면서 달라졌다. 문화풍토가 확 바뀐 것이다. 부산은 영상도시로서의 환경을 잘 갖추고 있다. 영화를 가르치는 학교도 많다. 특히 동서대의 영화관련 교육시설에 놀랐다. 영화를 가르치려는 정신이 시설 면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임권택 영화연구소’를 개설하고 나를 초빙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다 시설이 이렇듯 훌륭하니 흔연히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사람 만든 영화 세계 내놔야
임 감독은 “대도시인데도 시민들의 애향심이 강한 부산은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을 다 갖추고 있다. 영화공부를 위해 서울로 가야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들려준다. 아울러 “우리 영화는 이제 한국적인 것을 주제로 삼아 영화를 만들어야 세계에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 감독은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세상이 굴러가야 한다는 인본주의(人本主義)를 내세운다. 그가 고뇌하는 한국, 한국인의 모습,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뇌해야 할 과제임엔 틀림없다.삶과 죽음 고비 넘긴 부산 그래서 제2의 고향
“나는 부산과 인연이 깊다. 6·25 한국전쟁 때 이곳에서 지냈고 이제 늘그막에 부산에 오게 됐다. 내 삶에서 굵은고리로 엮여진 곳이 부산이다. 무척 조심스럽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임 감독은 1934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17세 때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왔다. 노동판을 전전하다 그마저도 몸이 약해 힘에 부쳐 못하고 군화(軍靴)장사를 했다. 이 군화는 미군이 신던 것을 불하받아 한국인 체형에 맞게 개조한 것이다. 서울이 수복되어 피난 왔던 사람들이 서울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그는 부산에 남아 길거리 좌판에서 그 장사를 계속했다. 그러기를 2년간 했다. 그래서 그는 부산을 제2의 고향이라 한다.
“부산사람들은 포용력과 이해심이 커서 피난 온 각지의 사람들을 다 품어주었다. 짜증내지 않았고 밀쳐내지 않았으며 친밀감을 보여주었다. 서울에 간 이후에도(60년대) 2년에 한번 꼴로 부산에 영화 찍으러 왔다. 부산 부두를 촬영하러 온 것이다. 그 때만해도 하역작업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아 부두풍경을 별 지장 없이 언제나 찍을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임 감독은 이렇듯 젊은 나이에 부산과 인연 지었으니 부산을 남다르게 여기고 있다.
영화계 첫 발 우연히 시작되다
임 감독은 부산생활 때 영화계 사람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규환 감독이 춘향전을 찍을 때 잔심부름을 했다. 그때는 그저 “밥 굶지 않고 잠 잘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고 한다. 지독하게 열심히 했다. 그런 경험이 쌓여 60년대 초반부터 감독으로서 일했다. 그는 “좋은 감독 되고자 영화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영화계에 발붙인 것은 우연이다”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소질이 있었던가 보다”라고 한다. 한국영화 거장의 영화계 입문의 변은 이렇듯 무덤덤했다.“사람에게는 어린시절의 꿈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내게는 어렸을 때의 꿈, 꼭 이뤄야겠다는 그런 꿈이 없었다. 생존만도 행복한 시절이었는데 무슨 꿈이 있었겠는가?”
이제는 한국영화사에 금자탑을 세운 한 거장의 말로는 언 듯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으로서 한 세월을 살아온 그 연대의 어르신으로서는 수긍하고도 남는 말이다. 어떻든 그는 한 평생을 영화인으로 살아왔고 크나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영화는 밝고 건강한 쪽으로 기능해야 한다. 불건강하게 기능하게 되면 그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이다.”며 “한국 사람이 한국영화를 만들어 한국인의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후학이 새겨야 할 말이다.
(인터뷰 이진두-부산이야기 객원기자)
- 작성자
- 박혜빈
- 작성일자
- 2009-06-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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