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202310호 전체기사보기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잠시 쉬어가도 좋아

북극곰 조각 변대용 작가

내용

15변대용작가1 

△변대용 작가의 북극곰 시리즈는 지구온난화로 파괴돼 가는 위기에 처한 자연과 점점 살 곳을 잃어가는 북극곰을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상처와 아픔을 감싸는 위로와 위안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구온난화 풍자 북극곰 상처 받은 ‘인간 삶’ 은유


앙증맞은 하얀 엉덩이에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고, 추잉 껌 같기도 한 반질반질 분홍색 응가를 붙인 북극곰을 본 적이 있나요?

파스텔 톤 분홍색 응가를 붙인 몽실몽실한 북극곰을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참 재미있어 미소가 절로 나올 거에요.


만화로 한글 깨친 미술 지망생
“그동안 크고 작은 개인전을 50회 정도 한 거 같아요. 대학 졸업하고 돈 좀 벌어보려고 잠시 한눈 판 것 외에는 쭉 대학 강의와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극곰 작가’로 불리는 변대용 작가. 20년 넘게 조형작업을 해 오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덩치가 큰 조각 설치작품이란 걸 생각해 보면 ‘개인전 50회’라는 숫자는 그가 얼마나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 왔는지를 말해 준다.

“초등학생 때 한글이 좀 늦었어요. 만화 보면서 글자를 깨쳤는데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게 되었죠. 친구들이 제가 그린 만화를 참 좋아했어요. 5학년 때 밀레 그림을 보고 ‘아! 나도 화가가 돼야지’ 하는 생각을 했죠.”
“왜 조각 작가가 됐냐구요? 조소를 해보겠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고등학교 입학식 때 교정에서 본 돌조각이 제 마음을 확 흔들었죠. 너무 멋있고, 너무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 길로 바로 ‘조소부’에 들어갔어요. 아마도 그게 평생 조각가로 살게 된 운명인 거 같아요. 하하하.”

그가 발표해 온 일련의 북극곰 시리즈는 지구온난화로 파괴되어 가는 위기에 처한 자연과 점점 살 곳을 잃어가는 북극곰을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상처와 아픔을 감싸는 위로와 위안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가 환경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저 역시도 환경에 대해서 자유롭지 않은 재료를 쓰고 있으니까 완전한 친환경 작가라 하기는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풍만한 형태의 천진한 흰곰은 마치 반려동물과 같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마력이 있다.


15부산사람 - 인터뷰변대용 조각가 (7)


행복,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외형은 양감(표현 대상의 부피감, 무게감, 덩어리감)을 가진 곰이지만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인간에 대한 어떤 연민 혹은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그런 상태와 마음을 담으려 했어요. 저 자신이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웃고 있어도 뭔가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으로 불안한 면이 늘 있었어요. 제 작업은 그런 걸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던 거 아닐까? 해요. 지금은 마음도 생활도 많이 편안해졌죠.”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 그는 정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치적인 이야기, 권력에 대한 이야기, 기후온난화 이야기, 색을 통해서 문화와 문화, 사람과 사람을 대비하는 작업 등 세상에 억눌렸던 것들을 자기 방식으로 풀어내 왔지만 여전히 그는 인간 존재 내면에 대한 탐구와 새로운 실험 도전에 갈증이 난다.


“행복의 가치 기준은 내가 하고 싶은 거를 하는 거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순수한 마음으로 저의 아픈 가족사와 제 자신을 온전히 표현했던 ‘당신의 위로와 위안’ ‘고요하고 고요한’ 전이에요. 제 작품에는 6·25전쟁 때 한쪽 다리와 손가락을 잃으신 제 아버지를 표현한 작품도 있어요. 말년엔 앞을 못 보셨는데 언젠가 아버지께서 휠체어를 타고 제 전시회에 오셔서 한 쪽 팔이 없는 축구선수를 표현한 작품을 만지시는 거예요. 그것도 팔 없는 쪽을…, 울컥했죠.”


제작 과정, 예술적 고행의 길 같아
적당히 부푼 양감, 부드러운 선, 동화 속 풍경 같은 색깔, 매끈한 질감, 도자기 공장에서 막 찍어낸 것 같은 그의 작품 탄생 과정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온몸을 녹여 작품을 만드는지 느낄 수 있다. 그의 작업 방식은 ‘원시적’이라 할 만큼 아날로그적인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조감도처럼 스케치를 하고,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들고, 석고로 틀을 짠다. 다시 거기에 플라스틱 원료를 발라 굳혀서 형태를 만든 뒤에 수십 번 갈아내고 닦아내며 매끈하게 샌딩 작업을 한다. 마치 기와를 갈아서 거울을 만들 듯.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고, 남모르는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한 그의 작품 제작 과정이 마치 예술적 고행의 길을 걷는 수행과 치유의 길 같다. 지난한 과정과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뒤에 탄생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치유와 휴식,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기후변화 경각심…‘치유의 시작’
큰 성과를 내며 성황리에 마친 ‘제1회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는 평가다.
변대용 작가의 북극곰이 기후온난화 문제를 풍자하고, 한편으론 우리에게 연민과 힐링, 기쁨을 주듯이 ‘제1회 기후산업 국제박람회’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환경문제의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기후변화는 재해와 사회 갈등을 부른다. 식량 위기, 전염병 확산, 에너지 전쟁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 부산이 먼저 저탄소 그린 스마트도시로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기후산업국제박람회는 기후변화 ‘치유의 시작’이 아닐까?
지구촌 곳곳이 폭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변대용 작가는 지금 대만에서의 개인전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5-20230524_095340406_11
 

글·사진:원성만


작성자
이귀영
작성일자
2023-06-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310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