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공구길, 친숙한 커피향 사이‘불쑥’ 다가오는 감성에 관광객 반했다
넓고 좁고, 낮고 높고, 현대적이고 빈티지하고 칙칙했던 공구 골목의 깜찍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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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으로 들어선다. 가게마다 노천카페 풍의 탁자가 햇빛을 받고 있다. 알록달록한 화분에는 화사한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있고, 푸른 덩굴 잎들이 가게 앞 기둥을 감고 싱그러운 그늘을 만든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골목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간다. 이 골목들 따라 작고 아기자기 예쁜 가게들이 줄을 지어 올망졸망하다. 바로 부산진구 ‘전포공구길’의 풍경이다.
△'전포공구길'은 공구상가와 공존하는 지역으로 이곳을 찾는 젊은 이용객에게는 생경하면서도 복고풍 분위기가 꽤 매력적이다. 전포공구길 전경.
부산 최대 공구상가로 유명했던 곳
부산진구 ‘전포공구길’은 전포대로와 서전로, 동천로 사이에 있는 여러 골목을 품고 있는 지역으로 일명 ‘전리단길’로 불리는 곳이다.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오래전 기계 부품과 공구들을 사고팔고 수리하던 점포가 밀집되어 있던 곳으로, 한때 이 일대 주변 전부가 ‘부산 최대의 공구상가’로 유명했던 곳이다.
일명 ‘서면 뒷골목’으로 불리던 서면 번화가 뒷편, 서면 공구 골목은 인근 전포동에 대우자동차 전신이었던 새한자동차가 소재하고 있었고, 현 시민공원 자리에 미군 보급부대 캠프 하야리아가 있어서,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다양한 기계 부품점과 수리, 판매점들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았던 곳이다.
그러던 것이 급격한 도심 개발과 공구상가들의 쇠퇴, 이전 등으로 다양한 음식점과 유흥가가 대신 들어섰다. 그중 전포동 방면의 공구골목은 공구상들이 떠나간 후 공동화현상으로 슬럼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는데, 이곳에 청년창업자들 가게가 하나둘 가게를 열게 된다. 이렇게 집단화된 장소만 하더라도 전포동 카페거리, 전리단길, 전리단 사잇길 등이 있다.
특히 이들은 부산 중심 도심 중 하나인 서면 주변이란 ‘장소성’ 때문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트렌디 하고 개성 있는 취향의 다양한 점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가게들 모두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중 요즘 가장 ‘핫’한 지역이 ‘전포공구길’이다. ‘전포공구길’은 기계와 부품, 공구 관련 점포 100여 곳이 공구상들이 떠난 자리에는 청년 창업 점포 300여 개가 새로 들어서고 일부 오피스텔 등과 함께 혼재하고 있다.
△'전포공구길' 입구.복고풍과 최신감성 섞여 매력
아직도 공구상가와 공존하는 지역으로 이곳을 찾는 젊은 이용객에게는 생경하면서도 복고풍 분위기가 꽤 매력적이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전포공구길 상인회’의 허준(37) 회장을 만났다. 2년 전 공구골목에 들어와 독특한 아이디어의 주점을 개업·운영 중으로, 올해 초 회장으로 선임되었단다.
“현재 ‘전포공구길 상인회’ 회원 점포는 약 150곳 정도 됩니다. 작년만 해도 50여 곳 남짓일 정도로 회원 참여율이 저조했는데, 이번 임기의 운영진이 살림을 맡은 후 참여도를 3배로 늘려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허 회장의 설명이다.
상인회에서는 회원 간 영업활동의 정보 공유, 공구길 내의 환경미화, 다양하게 발생하는 주변 민원 해결 등이다. 주점 운영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연장 영업하자는 의견도 공유하고,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 문제나 골목을 막는 불법주차와 관련된 업무도 주요 일과 중 한 부분이다. 이런 다양한 민원과 문제들을 상인회에서 공식적으로 중재, 해결하고 있기에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회원들 대부분이 30세 전후의 1~2인이 운영하는 33㎡(10평) 미만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패기와 열정, 성실성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대부분이 오너 셰프를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전문가라서 아이디어 상품 개발도 직접 수행할 정도로 전문 식견을 가진 이들이란다.
실패를 도전의 기회로 만들 지원과 관심을
이들이 모여 서로의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소통하면서, 창의적인 볼거리, 먹을거리를 개발·제공하기에, MZ 세대가 공감하고 찾아주는 문화거리가 형성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젊은 대표들이 참여해 계절마다 색다른 플리마켓도 기획, 운영하고 있다. 6월에는 ‘술과 음식이 함께 하는 밤의 거리 페스티벌’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에게 지속적인 상권 활성화 방안을 물었다. “우리 동네에서 커피 마시기, 우리 동네 카페 돌기, 우리 동네 음식점 도장 깨기 등 전 점포를 통해 이용자 대상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상권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상생의 상권 활성화 방법 아닐까요?” 생각이 드넓고 올바르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인다면, ‘젊은 창업자들이 땀으로 일궈놓은 문화 골목 위에 부산시의 꾸준한 관심이 더해지면 더욱 발전적인, 부산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굳건히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여운 짙은 속내도 언뜻 내비치기도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고 실패는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글·최원준
- 작성자
- 이귀영
- 작성일자
- 2023-06-0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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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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