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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510호 전체기사보기

맛이 모이고 모여서 거리가 되고 길이 되다

미식도시 부산 '맛 따라 길 따라' ① 광안리

내용

바다와 강이 만나고, 산과 숲이 울창한 부산은 예로부터 맛의 도시였다.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미식을 찾아 부산을 방문한다. 부산광역시는 ‘미쉐린 가이드 부산’ ‘착한가게’ 등을 통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미식도시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부산시보 ‘부산이라 좋다’는 부산의 맛을 찾아 떠나는 기획 ‘맛 따라 길 따라’를 연재한다. 첫 번째는 부산 관광1번지, 광안리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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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광안리해수욕장 전경. 


빵천동~회센터~밀락더마켓 


부산은 맛의 도시다. 부산의 동쪽에서 서쪽까지 맛 아닌 데가 없다. 동부산에서 원도심을 거쳐 서부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부산의 맛을 따라서 이어지는 길. 부산의 길은 그 어디라도 명품이듯 부산의 맛은 그 어디라도 명품이다.

부산의 맛은 다의적이다. 바다의 맛이면서 육지의 맛이고 지역의 맛이면서 세계의 맛이다. 청춘의 맛이면서 청추(靑秋)의 맛이고 신록 파릇한 맛이면서 절정 단풍의 맛이다. 부산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다의적이 되고 그 누구라도 깊어진다.

부산의 맛을 찾아가는 길. 그 어디라도 맛 아닌 길이 없기에 한 군데를 온전히 걸으면 그 누구라도 부산의 맛을 온전히 본다. 오늘 걷는 길은 동부산. 동부산 중에서도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 5번 출구로 나와서 해수욕장을 거쳐 민락동으로 이어지는 길이 오늘의 ‘맛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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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천동 홍옥당의 단팥빵. 
 

달콤폭신 빵천동


빵천동은 남천동 애칭이다. 지금은 금련산역에서 해수욕장에 이르는 거리가 빵천동이지만 애칭을 처음 사용한 2010년대 중반은 범위가 훨씬 넓었다. 재개발로 상권이 변하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지금은 많이 좁아졌다. 좁아졌긴 해도 토박이 빵집의 고집은 한결같다. 달콤하면서 폭신한 고집으로 똘똘 뭉친 빵집 거리가 남천동이며 빵천동이다. 


빵천동 시작은 금련산역 5번 출구. 거기로 나와서 스타벅스 샛길로 접어들면 된다. 여기저기 보이는 ‘빵’ 또는 ‘빵집’ 간판은 격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 빵천동 빵집은 격이 높다. 품격은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자기만의 고집과 절제, 추구하는 가치가 일체화 되면서 달콤해지고 폭신해진 게 빵천동 빵이고 빵천동 빵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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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과점과 옵스 남천 본점. 


스위스제과. 사거리 모퉁이 이 빵집은 특히 격이 높다. 부산 최초 ‘희망의 빵’이다. 오상도 대표는 배가 고파서 빵집에 취직했고 고생 또 고생 끝에 1983년 여기서 빵집을 시작했다. 배고픔을 알기에 배고픈 아동을 도왔고 그게 ‘희망의 빵’으로 나아갔다. 사거리 건널목을 건너서 좀 가다 보면 길이 갈라진다. 이 길도, 저 길도 ‘빵 장인의 길’이다. ‘since 1954’를 내세우는 가게며 국산 붉은 팥을 홍옥(紅玉)으로 받드는 가게 등등 하나같이 심성이 지극한 빵집이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의 끝은 중국음식점. ‘40년 전통’을 내세운다. 도로 건너편 해변엔 ‘빵천동’ 홍보 간판이 달콤하고 폭신하다. 갈맷길 스탬프 찍듯 ‘인증샷’ 한 컷! 해수욕장 오른편 남천 B상가시장의 ‘순쌀빵’은 부산 최초 쌀빵집. 스토리텔링이 넘친다. 2002년 에이팩(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최애’ 빵을 여기서 댔다. 좀 멀지만 남천해변시장 맞은편엔 옵스 1호점이 있다. 옵스 옆 남천할매집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떡볶이 명가다. 골목 안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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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락회센터 모습. 


광안리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해산물. 생선회는 전국 바닷가 어디에서나 팔지만 부산 바다의 회는 부산만의 그 무엇이 있다. 수심 진한 동해와 물살 거친 남해가 만나는 부산 바다에서 장만한 횟감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탁 트인 동해와 다도해 남해가 만나면서 빚은 화통하면서 다정다감한 부산의 기질이 고스란히 스며든 부산의 회는 한 점 한 점 그 식감이 화통하면서 다정다감하다.


세계 최대 횟집 밀집지역


횟집이 많기는 많다. 해수욕장에서 민락동으로 이어지는 해변을 따라서 곳곳이 횟집 거리고 횟집 타운이다. 1·2·3층 횟집도 많고 민락회타운·성진회센타·민락어패류시장·민락씨랜드회센터·민락어민활어직판장 등등 건물 전체가 횟집인 데도 많다. 자부심 역시 대단하다. 전국 최대는 물론 세계 최대라는 자부심은 여기가 생선회 특화지역이며 세계 최대 밀집지란 조형물로 드러냈다.


횟집은 두 종류. 말 그대로 횟집이 있고 초장집이 있다. 초장집은 손님이 인근 활어시장에서 사 온 횟감을 장만해 주고선 양념값, 채솟값 합쳐서 1인당 얼마씩 받는다. 회도 두 종류다. 자연산과 양식이다. 좀 비싸고 좀 싼 차이다. 양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디서 먹든 횟감을 고르는 최고의 노하우는 ‘제철’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다. 단골 횟집 주인장은 봄 도다리, 여름 농어, 가을 전어, 겨울 방어를 주구장창 고집한다. 물회, 회덮밥 맛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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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락횟집 생선회 차림. 
 

활어와 아귀 경매장. 30년 가까이 활어와 아귀를 경매하는 위판장도 근처에 있다. 해수욕장에서 민락수변공원 가는 길에 보이는 ‘부산시수협민락위판장’이 거기다. 위판장과 맞닿은 선착장을 1999년 5월 조성하면서 경매를 시작했다. 경매는 배가 나가지 않는 날 빼고 매일 열린다. 여기 횟감이 특별히 신선한 이유다. 


통상 아귀잡이는 새벽 세 시쯤 출어해 오후 서너 시쯤 입항하고 통발어선과 삼치잡이, 도다리잡이 등은 새벽 다섯 시쯤 출어해 오후 서너 시쯤 입항한다. 경매는 입항 시간 맞춰서 열린다. 아귀 먼저 경매하고 30분 후에 활어를 경매한다.

경매장 바로 앞은 등대. 민락 바다는 안개가 많아서 좌우 방파제 끄트머리에 붉은 등대, 흰 등대를 세웠다. 


‘좌-붉은 등대, 우-흰 등대’는 한국 공통이고 세계 공통이다. 나가는 배는 흰 등대 쪽에 붙어서 나가고 들어오는 배는 붉은 등대 쪽에 붙어서 들어온다. 그렇게 해서 충돌을 방지한다. 충돌은 사람 사이에도 있다. 당신은 그런 사람 없는가. 잘 지내다가 사소한 일로 멀어진 사람. 


후 불어 안개를 걷어내면 / 당신과 나 사이 / 눈빛이 닿을 만큼 가깝다 / 당신에게 이르는 길 / 멀어서 먼 게 아니라 / 안개에 가려서 멀고 / 보이지 않아서 멀다 / 때로는 오해하고 / 때로는 미워하며 / 당신과 나를 가로막는 안개 / 내가 불어대는 입김은 / 당신에게 내미는 손 / 더 늦기 전에 / 오해도 풀고 미움도 풀자며 /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소리 

  - 동길산 시 ‘민락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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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락더마켓 내부. 


밀락더마켓은 ‘뉴 핫플’이다. 젊은 취향에 100%, 아니 120% 맞춘 새로운 트렌드다. 다루는 음식도 신개념에 맞췄고 기념품 잡화도 신개념에 맞췄다. 그러기에 ‘부산 1등 핫플’을 내세우고 ‘핫플 마켓 나이트’를 내세운다. 

어둑해지는 저녁 7시부터 열리는 마켓 나이트 야시장은 자리가 없을 정도다. 관중석 같은 계단에 앉으면 통유리 바깥으로 보이는 광안대교 야경. 한 폭의 동부산 진경산수화다. ‘민락’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밀락은 은밀한 즐거움 밀락(密樂)이기도 하다. 


동부산 광안리의 맛은 다양하다. 지금도 성업 중인 콩나물해장국이며 이면도로 언양갈비, 남천동과 민락동 일대 독불장군 같은 해외 음식점 등등 하나같이 자기만의 고집과 절제와 가치관으로 맛을 낸다. 육지의 맛과 바다의 맛이 여기 모였고 지역의 맛과 동남아며 유럽 등등 세계의 맛이 여기 모였으며 청춘의 맛과 청추의 맛이 여기 모였다. 


다양하고 다의적인 맛이 모이고 모여서 거리를 이루고 길을 이룬 곳, 여기는 동부산 광안리 맛길이다. 


글·동길산 시인

작성자
조현경
작성일자
2025-10-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51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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