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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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 부산시립미술관이 약 2년에 걸친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지난 9월 17일 다시 문을 열었다. 1998년 개관 이후 부산 미술의 한 축을 담당해온 미술관은 이번 공사를 통해 전시장과 수장고를 정비하고 항온·항습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관람객 휴식 공간과 출입 동선까지 새롭게 손봤다. 469억 원이 투입된 변화인 만큼 건물 앞에 서자 이전보다 한층 밝고 정돈된 외관부터 먼저 눈에 들어왔고, 내부에서는 재개관을 기념해 네 개의 특별전이 동시에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퓨처 뮤지올로지’였다. 국내외 9개 미술관 협의체가 함께 참여한 첫 국제전으로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앞으로의 미술관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전시다. 입구를 가득 채운 굵은 영문 타이포그래피부터 기존 미술관 전시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겼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영상과 설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이 이어지며 미술관의 미래를 직접 상상하게 했다.


특히 어둠 속에서 여러 사람의 얼굴이 화면 위에 떠오르는 영상 작품은 특히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실제 인물을 바라보는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낯선 표정이 이어져 인간과 기술의 경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복잡한 기계 장치와 생명체가 뒤섞인 듯한 거대한 벽면 작품은 전시장 한쪽을 통째로 채울 만큼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고, 원형 스크린과 영상이 맞물린 설치 역시 미술이 더 이상 캔버스 안에만 머무는 장르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미지와 언어뿐 아니라 지식과 판단에까지 개입하기 시작한 지금, ‘미래의 미술관은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라는 전시의 문제의식이 공간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분위기는 2전시실의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 전시장에 들어서며 완전히 달라졌다. 1945년 광복부터 6·25전쟁에 이르는 격동의 시간을 미술 작품과 기록 자료를 통해 돌아보는 전시로, 국내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 작가 등이 소장한 작품 260여 점과 자료 46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화려한 장치보다는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표정과 삶을 담은 회화와 기록들이 차분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이인성의 ‘해당화’를 비롯해 해방과 전쟁 전후의 사회상을 담은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수많은 인물이 뒤엉켜 있는 대형 회화 앞에서는 한 시대가 지나온 혼란과 상처가 화면 밖으로까지 밀려오는 듯했다. 철망 구조물 위에 그려진 군인 형상의 작품과 벽면을 가득 채운 군중의 모습처럼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전시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역사책 속 몇 줄의 연도로 지나치기 쉬운 1945년부터 1953년까지의 시간을 당시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 하나하나의 무게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지하1층의 어린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안전기지’는 앞선 두 전시와 또 다른 감각을 선사했다. 어린이가 미술관을 낯선 전시 공간이 아니라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애착 공간’으로 경험하도록 꾸민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청록색의 커다란 구조물이 미로처럼 이어지고, 그 사이로 털이 복슬복슬한 입과 눈 형상의 조형물, 곰 인형과 오래된 텔레비전을 결합한 설치 등이 등장한다. 완성된 작품을 멀찍이 바라보는 일반적인 미술관 관람과 달리 공간 안을 직접 걸어 다니며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눈과 입, 털과 천처럼 촉각을 연상시키는 소재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어린아이들에게는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공간처럼 느껴질 법했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아도 기묘하면서 귀여운 조형물과 밝은 색감의 공간이 계속 이어져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민하기보다 먼저 보고, 걷고, 느끼도록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이 어린 관람객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밖에도 부산시립미술관이 1998년 개관 이후 걸어온 시간을 소장 작품을 통해 되짚는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에게’가 함께 열리고 있어 현재 미술관에서는 총 네 개의 재개관 특별전을 만날 수 있다. ‘퓨처 뮤지올로지’와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에게’는 2027년 3월 14일까지,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 1945-1953’은 2027년 2월 14일까지, ‘안전기지’는 2027년 5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새롭게 문을 연 부산시립미술관을 돌아보니 이번 재개관은 단순히 낡은 시설을 고친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역사와 부산 미술의 시간을 돌아보는 전시에서 출발해 인공지능과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낼 미래의 미술관을 상상하고, 어린이까지 자연스럽게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흐름이 한 건물 안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약 2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온 ‘부산시립미술관’. 익숙했던 미술관의 과거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모습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지금이 다시 찾아가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 부산 동구 김동우
- 작성자
- 김동우
- 작성일자
- 2026-10-1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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