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의 골목에서 만난 아동문학의 향기, 향파 이주홍 문학거리와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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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양자연사박물관에서 내려와 멀지 않은 곳, 동래구 온천동의 호젓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부산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 향파 이주홍 선생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향파 이주홍 문학거리’와 그 끝에 자리한 ‘이주홍 문학관’입니다.

향파 이주홍 선생(1906~1987)은 광복 후 동래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부경대의 전신인 부산수산대 교수를 역임하며 부산 아동문학의 기틀을 닦으신 분입니다. 1966년 부산아동문학회를 창립하며 아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문학을 강조하셨던 선생의 철학은 이 거리 곳곳에 새겨진 정겨운 글귀와 조형물들을 통해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를 둘러본 뒤, 선생의 유품과 1만여 권의 도서가 소장되어 있다는 문학관 내부를 관람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며 뒤늦게 소식을 찾아보니 이곳 이주홍 문학관이 최근 꽤나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본래 이 문학관은 운영비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합니다. 심지어 여름과 겨울철에 냉난방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결국 고심 끝에 재단 측은 문학관과 소장 자료 전체를 국립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내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비용과 운영 유지비 문제, 그리고 이전 시 부산시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결국 지난 8월, 대학교로의 이전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고 하네요.

이후 이주홍 문학관은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지금의 자리인 동래구 온천동에 그대로 남기로 결정되었습니다. 현재는 동래구가 문학관을 기부채납 받아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구청의 체계적인 관리 아래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이번 탐방에서는 문학관 내부의 귀한 서화와 유품들을 직접 확인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부산 문학의 터를 닦은 소중한 공간이 사라지지 않고 동래구에 남게 되었다는 소식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행정적인 절차가 잘 마무리되어 다음번 방문 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선생의 따뜻한 문학 향기가 가득한 문학관 내부를 리포트에 담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게 되네요.
- 작성자
- 임주완
- 작성일자
- 2026-02-2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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