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시간을 간직한 곳, 부산의 숨은 보석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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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따라 걷다 보면 해양 수도 부산의 정체성을 가장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에 닿게 됩니다. 바로 금강공원 자락에 위치한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입니다. 1994년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해양자연사 전문 박물관으로 문을 연 이곳은 개관 30주년을 넘긴 지금까지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수집한 26,000여 점의 희귀 자료들을 통해 바다의 신비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거대한 고래 모형과 그 곁을 지키고 있는 포경포였습니다. 한때 바다를 호령했을 고래의 위용과 이를 포획하는 데 사용되었던 차가운 포경포의 대비는 인간과 해양 생태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탐방의 시작부터 깊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네요.
시설은 크게 1관과 2관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1관은 5층 규모로 화석과 열대생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최근 30주년을 맞아 어린이복합문화공간으로 새단장한 2관은 관상어류와 기획 전시 등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1관부터 관람을 시작했는데 2층 전시실 입구에 마련된 '터치피쉬 체험존'이 먼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직접 물 속에 손을 넣어 물고기와 교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었지만 왠지 모를 생소함과 긴장감에 차마 직접 손을 넣어보지는 못하고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네요.

이어지는 화석전시실에서는 암모나이트를 비롯해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실러캔스의 골격, 그리고 각종 해양 생물의 실물 뼈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득한 지구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실감하게 했습니다.

3층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가오리와 상어류는 물론이고 오리, 펭귄, 물개, 거북이 등 온갖 해양 생물들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현실감 넘치게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바다뱀이나 거대한 대왕오징어의 표본까지 마주하니 이 정도 수준의 방대한 컬렉션을 무료로 관람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4층 열대생물 전시실로 향하는 길에는 파충류와 희귀동물의 밀반입 사례를 다룬 특별한 전시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텀블러 내부에 생물을 숨기거나 캐리어 안에 정교하게 포장해 몰래 들여오는 충격적인 수법들이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었는데요. 생물을 물건처럼 다루는 이러한 사례들을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인간의 이기심에 황당함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좁은 공간에 갇혔을 생명체들을 생각하니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열대생물 전시실은 실제 정글의 생태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환경 덕분에 공기부터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악어와 거북, 양서류, 도마뱀, 그리고 뱀류까지 실제 살아있는 생물들을 아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서식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가 다소 덥고 습하긴 했지만 생명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네요.


다른 전시관에서는 전문적인 큐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어 전시물의 학술적 가치까지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유일의 전신 골격 표본인 큰이빨부리고래나 현존 패류 중 가장 크다는 대왕조개 같은 국제적인 희귀종들을 보며 박물관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생생한 교육의 장이 해양 생태계에 관심 있는 커플들에게는 색다른 데이트 코스가 될 이곳은 부산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알찬 명소였다고 확신합니다.
- 작성자
- 임주완
- 작성일자
- 2026-02-2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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