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우울하면 괴정 회화나무 샘터공원에 간다.

내용

인터넷에서우울하면 그냥 광화문에 간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광화문과 그 주변을 거닐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서울이 아닌 부산 사하에 사는 나는 이와 비슷하게 울적할 때면 집 근처에 있는 괴정 회화나무 샘터공원을 찾는다. 구불구불한 가지를 뻗은 회화나무와 곁에서 잔잔히 흐르는 샘물이 있는 곳. 그곳에서 신나게 공놀이하는 어린아이들, 운동하는 어르신, 강아지와 산책하는 자매, 집에서 묵혀뒀던 빨래를 한 아름 가져와 빨래하는 이들을 바라본다. 그러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화났던 마음은 가라앉고, 울적했던 마음은 차분해진다. 무엇이 나를 그리 위로하는 걸까?


KakaoTalk_20240621_112447206_03

 

시간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변화 속에서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사느라 정작 정말로 중요한 것들은 놓쳐버리고 만다. 어쩌면 중요한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 이런 시대에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일까? 공원의 나무와 빨래터에 흐르는 물길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괴정이라는 지명 또한 이 회화나무에서 왔다고 하니, 이미 오랜 세월 전부터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역할을 회화나무가 해왔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언제부터 회화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을까? 자그마치 6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한 곳에서 오고 가는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와 수다를 들었을 것이다. 60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절이 수천 번 바뀌는 동안 누군가의 질투, 뒷담화, 애정 어린 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무수히 많은 언어와 이야기들이 주변을 맴돌았겠지. 나무의 나이테 어딘가에, 잎사귀 한편에 이야기들은 배어 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무는 때로는 울었을 것이고, 때로는 웃었을 것이고, 또 때로는 분노했을 것이다. 불완전한 인생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나무의 나이가 되면 불완전하고 흐릿한 현실이, 인생이 좀 선명해질까?

 

회화나무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런 설명이 있다.

회화나무는 빨리 자라면서도 수형이 아름답고 깨끗한 품격을 지니고 있으며, 다듬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운 모습을 하는 나무다.’

스스로 아름다울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자신의 힘만으로 끊임없이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숱한 노력을 동반해야 할까. 혼자서도 강하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바람과 비를 인내해야 했을까.

 

어쩌면 샘터공원에서 나무의 드넓은 그늘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회화나무와 내가 함께 나누는 필담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 체계를 쓰지만 아마도 나무가 내게 하는 말은 이런 말일 테다. 이 그늘은 몇백 년 전에도, 오늘도, 언제나 여기 있으니 편하게 찾아오라고. 여기서 당신을 지치게 하는 햇빛도 잠시 피하고, 바람을 피해 숨고, 사람들 사는 소리도 듣고, 물이 그저 흘러가는 모습도 보라고. 결국엔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가고 사라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처럼 의연해지라고, 그래도 된다고 말이다.

 

그러자. 우리는 회화나무에게서 배우자. 인생의 지혜를, 미덕을.

 

오늘도 괴정 샘터공원을 찾는 이들이 의연한 회화나무를 닮기를, 마음속에 회화나무가 자라날 수 있기를 염원한다.

KakaoTalk_20240621_112447206_02
KakaoTalk_20240621_112721818
▲ 괴정 회화나무 샘터공원 / 빨래터

작성자
우수경
작성일자
2024-06-2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