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시간
범어사 템플스테이 체험기
- 내용
살면서 꼭 한번은 해봐야겠다는 것이 있었다. 템플스테이 체험이다. 마침 해운대구청에서 범어사 템플스테이 체험자를 모집한다고 하기에 신청을 해봤다.
범어사 템플스테이 체험은 금요일 오후 2시에 입재해서 토요일 오전 11시에 나오는 1박 2일 코스였다. 범어사는 자주 가봐서 눈에 익은 사찰이지만 실제 사찰에서 1박을 하고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몰랐던 사실들이 많았다.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면 스님으로부터 사찰에서의 에티켓에 대해 배우게 된다. 법당에서 사용하는 방석을 '좌복' 이라고 하는데 이 좌복은 절할때 이외에는 발로 밟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또 법당안으로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법당쪽으로 가지런히 해놓아야 하며, 출입문은 반드시 측면의 문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절은 삼배가 원칙인데 첫번째 절은 부처님께, 두번째 절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세번째 절은 스님에게 하는 절이라 한다. 지금은 동안거 기간이라 많은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있으므로 사찰에서는 절대 조용히 해야 한다고 한다.
다음은 입재식이 있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참가동기를 이야기 하는 시간이다. 은퇴를 앞둔 중년남성, 소극적 성격을 고쳐보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40대 여성, 취직을 앞둔 대학생, 20년전 한국에 왔다는 조선족 여성, 죽기전에 한번은 해봐야겠다며 가게문을 닫고 왔다는 60대 여성 등 다양했으며, 부부끼리, 모녀끼리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자기소개가 끝나면 스님을 따라 범어사 경내를 한바퀴 돈다. 범어사를 소개하는 시간이다. 일주문과 천왕문과 불이문에 대한 설명,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석탑과 석등, 개불대, 종루에 대한 설명, 미륵전과 비로전에 대한 설명, 대웅전과 관음전과 지장전에 대한 설명, 나한전과 독상전과 팔상전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그리고 범어사에는 보물이 많다는 것과 북소리와 종소리가 다른 사찰보다는 탁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어서 저녁식사를 하는 발우공양이 있었다. 밥, 국, 반찬, 물을 담는 크기가 다른 4개의 목기와 수저가 전부였다. 음식을 먹고 난 뒤 그릇을 딱기 위해 단무지 하나는 남겨두어야 한다. 밥알 하나도 버리지 않는 사찰의 식사매너를 보면서 음식을 함부로 버리는 우리의 식습관을 반성하게 된다.
대웅전에서 저녁예불을 마치고 나면 108배를 하면서 108개의 염주알을 꿰어 염주를 만드는 체험을 하게 된다. 쉽지 않는 체험이지만 모두들 참고 끝까지 해낸다. 108배를 할 때는 자신의 소원을 기도하기 보다는 타인의 소원을 기도해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 한다. 그렇게 첫날의 일정이 숨가쁘게 지나갔다.
다음날은 오전 5시에 기상이다. 밖은 캄캄하게 어두운데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 세수를 하고 참선을 해야한다. 스님이 제시한 참선의 화두는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나기 전 나는 누구였을까?' 였다. 전생의 나를 찾아가 보는 시간이지만 전생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생각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들 30분동안 집중하며 명상과 참선 과정을 해냈다.
아침공양을 마치고 나면 금강암까지 걸어가는 워킹코스가 있다. 금정산은 바위가 많은 산이지만 금강암까지의 길은 거의가 바위로 이루어졌다. 금강암에 도착해서 약이 된다는 약사전 물을 한모금 마시고 나니 동편 산등성이에서 아침해가 얼굴을 환하게 내밀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스님과의 차담시간만 남았다. 차를 마시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시간이다. 기도에 대해, 참선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스님의 결론은 역설적이었다. 남을 위한 기도가 바로 나를 구원하는 기도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생의 평안과 안녕은 전생에 지었던 복록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야 다음생에서 복록을 누릴수 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올 12월은 그동안 남겨두었던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생각, 범어사는 내가 생각했던 절보다 훨씬 크고 상위의 사찰이었구나 하는 생각, 힘들고 어려울 때 사람들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산사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 생활하는 스님들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 그리고 지인들을 만나면 템플스테이를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해야겠다는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7-12-1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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