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룬 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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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변' 이라는 지명을 듣게되면 누구나 한번쯤 실소를 자아내곤 한다. 왜 하필이면 대변일까 하면서 어른들도 그러한데 한창 성장기에 있는 감수성 예민한 어린이들에게는 오죽할까
기장군 대변리에 있는 대변초등학교가 54년만에 학교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 6년 동안 자신의 분신처럼 달고 다녀야 하는 학교명이 남들로부터 놀림감이 되거나 조롱을 받는 것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대변초등학교' 라는 교명 때문에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슨 대회에 나가서 대변초등학교가 호명되면 다른학교 아이들이 놀리는 것을 무척 힘들어 했다고 한다. 또 수학여행을 가다가 버스 유리창에 붙여진 학교명 때문에 휴게소에서 아이들끼리 싸움이 붙은 적도 있었다고 하니 교명 때문에 당하는 아이들의 속상함은 상황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지난 봄에 이 학교 학생 한명이 교명변경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교명변경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졸업생들과 주민들이 모두 함을 합쳐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았다.
대변초등학교에 가보니 양옆의 담벼락에는 수많은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교명변경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라는 현수막을 비롯해서 '교명변경 적극 지지한다' 라는 동창들의 격려 현수막, '선배님 교명변경을 도와주세요' 라고 적힌 호소 현수막, '동창회에 등록이 안된 선배님들은 연락주세요' 라는 알림 현수막, '총동창회 임시이사회 및 임시총회' 를 알리는 현수막까지 다양했다. 그걸 보니 이번 학교개명운동은 대변초등학교로서는 얼마나 큰 개혁이었는지 실감이 날 정도였다.
'대변' 이라는 이름 대신에 아이들이 선정한 이름은 용암, 해파랑, 대연, 큰바다, 동부산, 기장진 그렇게 6개였는데 대변의 옛 이름이 용암이라고 해서 용암을 선정했다고 한다. 내년 신학기부터는 대변초등학교는 용암초등학교로 불리게 된다고 한다.
워낙 메스컴을 많이 타는 바람에 대변초등학교 교명변경작업은 전국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는데 그걸 보면서 누가 들어도 우스광스러운 이름인데 어른들이 알아서 진작 바꿔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린 학생들이 사천명의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아야만 바꿀수 있을만큼 교명변경이 힘든것일까.... 어쩌면 어른들의 무관심과 오래된 관습이나 관행에 대한 터무니없는 선호의식 때문에 미련하게 긴 시간동안 아이들만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7-09-1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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