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네 수녀님을 아세요?
- 내용
시내버스 29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안창마을이다. 이곳에서 약간 비탈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오른 편으로 흰색의 이층건물이 보인다. 1층은 마을 주민들의 행사를 위한 광장과 무대가 설치돼 있고 2층이 루미네 수녀님의 기념관이다.
기념관은 아주 단순하다. 벽면에 수녀님과 마을 어린이, 어르신, 주민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고 군데군데 수녀님을 소개하는 글들이 적힌 안내판들이 서 있다. 반대편 문을 열면 베란다에서 수정산 산기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안창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루미네 수녀님은 독일 오스나브퀴크 출신으로 한국 이름은 ‘백광숙’이다. 수녀님이 안창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처음에는 도시빈민들을 돌보며 동구복지관의 간호사로 활동하다 1999년 5월 이곳에 6.6㎡ 정도의 판잣집을 얻어 공부방을 열고 12명 아이들의 엄마와 선생님 역할을 했다. 그게 2009년 마샬군도로 떠나기 전까지 계속 이어져 왔으니 거의 20년쯤 되는 셈이다.
수녀님이 직접 쓴 ‘나는 안창 백 씨입니다’라는 글은 무척 감동적이다.
“도심 변두리 깊숙이 틀어박혀있는 안창마을에서 나는 부산을 만났습니다.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부모가 일터로 나가 혼자 맡겨진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 주는 것, 학원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되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국에서 온 나를 가족처럼 품어준 안창마을.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희망' 이라는 씨앗을 심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자기가 낳은 제자식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학대를 하는 비정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 요즘, 가장 구석진 곳에서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을 소리 없이 껴안으며 20여 년 동안 엄마와 선생님이 되어준 푸른 눈의 루미네 수녀님.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면서 참사랑의 실천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다.
루미네 수녀님 기념관은 부산시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삼정기업에서 건물을 무상으로 지어 동구에 기부했다고 한다. 2015년 12월 30일 개관을 했지만 사정이 있어 그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고 한다. 이달 말부터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문을 연다고 하니 관람을 해보면 좋겠다. 혹시 문이 잠겨있으면 마을입구에 있는 호랭이마을회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6-02-1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