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멋있는 버스 ‘1011번’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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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해안선을 달리는 1011번 버스가 개통을 했다. 워낙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버스 노선이라 나도 한번 타봐야겠다는 생각에 개통일인 28일 장산역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버스는 출발지인 기장 청강리에서 이미 만석이 되어 더 이상 탈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어 다음날 광안대교의 일출도 볼 겸해서 아침 6시 45분 버스를 탔다.
거리는 아직 어둑어둑했고 승객은 나를 포함해 3명뿐이어서 거의 빈차로 운행하였다. 기사아저씨의 말로는 어제는 청강리에서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버스를 탈 수 있었다고 하니 시민들의 관심이 대단한 것 같았다.
광안대교를 지날 무렵 뿌옇게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일출은 안개 때문에 볼 수가 없었지만 탁 트인 부산의 아침바다가 전해주는 초겨울의 상쾌한 기분은 광안대교의 난간 사이로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감만동을 지나 부산항대교로 들어서니 부산 원도심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새로 지은 국제여객터미널과 우뚝 솟은 국제금융센터의 모습도 보인다. 부산항대교를 지나니 금방 영도다. 장산역에서 영도까지 가려면 지하철로 한 시간 이상 걸려야 하는데 25분정도 걸리니 대단한 시간절약이다. 어제 기장에서 영도로 출근하는 한 아주머니는 완전대박이라며 무척이나 좋아했다며 기사아저씨가 이야기를 덧붙인다.
버스는 남항대교를 지난다. 멀리 자갈치 회센터와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도 보인다. 반대쪽 바다에서는 아침 일찍 출항한 크고 작은 어선들이 바다에 떠 있다. 부산의 부산한 아침모습이 제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송도를 지나고 사하구로 접어드니 을숙도대교가 나타난다. 광안대교보다 더 길어보이는 을숙도대교의 양옆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짙은 갈색의 갈대들이 우거진 작은 섬들과 맑고 고요해 보이는 낙동강과 하늘을 날고 있는 철새들의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진 찍을 시간마저 놓쳐버렸다.
을숙도대교를 지나니 명지신도시가 나타난다.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해운대에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1011번을 타니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규모면에서는 해운대 신시가지보다 훨씬 더 광활해 보이며 아직도 아파트가 들어설 곳이 많아 보인다.
버스는 마지막 다리인 신호대교를 지난다. 붉은 철탑으로 된 다리를 건너니 도로는 넓고 구역은 반듯반듯하고 공장들도 많아 보인다. 신호산업단지라고 하더니 실감이 난다. 그러니까 1011번 버스는 부산의 해안을 연결하는 광안대교 - 부산항대교 - 남항대교 -을숙도대교 - 신호대교 이렇게 5개의 다리를 지나다니는 버스다.
종점은 가덕도로 진입하는 가덕대교 아래쪽 부산진해자유경제구역이었다. 주변에는 김양식장과 신항이 보이고 길게 뻗은 산책로만 보일뿐 특별히 둘러볼만한 곳은 없어서 타고 간 버스를 그대로 타고 와야 했다. 장산역에서 출발해서 자유경제구역까지 한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으니 왕복 3시간 정도의 여행이다. 휴일인데다 아침시간이어서 막히는 곳도 별로 없어 버스는 시원하게 달렸다. 1011번 버스를 타보니 이 버스야말로 해양도시 부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정말 멋있는 부산버스란 생각이 든다. 왕복 3400원으로 부산여행을 이렇게 쉽고 편안하게 할 수 있다니....번잡한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휴일날 아침시간 여행을 떠나듯 집을 나서보면 좋을 것 같다.
해운대 장산역 (14번 출구 자생병원 앞) 에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까지 1011번 버스를 타고 가면서 기사아저씨와 승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첫째, 기사아저씨 말로는 동아대학교까지 가는 좌석버스 1001번 버스와 혼동하는 승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버스번호를 외우기 쉽게 1111번으로 고치든지 아니면 다른 좌석버스와 달리 특별한 색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1111번으로 하면 타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특히 기억하기가 쉬울 것 같다.
둘째, 버스의 배차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들이 승객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다. 출퇴근시간인 7시 전후에는 20분 간격이지만 그 이외의 시간대는 40-50분 간격이라고 한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탔다는 어느 승객은 40-50분씩 버스를 기다릴바에야 차라리 전철을 타는 게 낫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시민들의 이용이 많아지면 버스를 늘려 배차시간을 좀더 줄여야 할 것 같다.
셋째, 기사아저씨는 주차장을 다시 조정해야한다고 한다. 좀더 시민들이 많이 타는 곳, 그리고 신호등이 걸리지 않는 곳, 횡단보도를 지나지 않는 곳 등으로 정류소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영도와 용당쪽에는 정류소의 증설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실제 해운대로 돌아올 때 보니 영도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탔다. 그동안 영도주민들은 해운대쪽으로의 이동이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넷째, 안전벨트 문제다. 갈 때는 기사아저씨가 안전벨트를 매라고 해서 맸는데 올 때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그냥 왔었다. 앞으로는 안전벨트 사용을 정류소 소개멘트에 드문드문 삽입시켜 보는 게 어떨까 싶다. 부산항대교는 경사가 급해 안전벨트의 착용이 꼭 필요한 것 같았다.
다섯째, 버스의 주행속도를 70킬로 이상은 못하도록 아예 제한이 되어 있다고 한다. 어떤 승객은 좀 느리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승객의 입장에서는 아주 잘 한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속도의 증속은 없었으면 한다. 또한 입석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 역시 안전을 위해서는 잘한 일 같다.
여섯째는 다른 지역과의 이동연계가 좀더 다양해져야 할 것 같다. 갈때 해운대역에서 탄 어느 여자승객은 진해 용원으로 간다고 한다. 진해 용원 지역은 부산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며 1011번이 생겨 용원으로의 이동이 한결 쉬워졌다고 말한다. 거제 쪽으로의 이동을 문의 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시티투어버스와 비교해보는 승객들도 있었고, 승용차로 갈 때 다리의 통행료를 계산하면서 1011번 버스의 경제성에 감탄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어쨌든 1011번 버스는 부산의 교통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동부산과 서부산의 연결을 아주 쉽게 그리고 아주 경제적으로 변화시킨 것 같고, 또 대중교통이지만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버스로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아저씨들의 친절의식과 안전의식이 좀더 강화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5-12-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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