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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나를 키운 건 마을의 공공도서관

내용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한글문학이 금지당한 시대. 한글로 이름을 적고 읽는 것조차도 감시받아야 했던 암울한 민족의 밤. 한글 시를 적어 낸 청년 윤동주. 일본 경무국에서 끌어가고 731부대 마루타 생체실험으로 주사기로 바닷물 염분을 주입받다 옥에서 타계한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올해, 시인의 저항정신과 자기성찰로 우리민족에게만 아니라 일본인들과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고 윤동주시인.

우리의 생활 곁에서 그의 시집을 함께 읽어보고, 삶을 새롭게 하는 '느리고 깊게 읽기' 남구도서관 인문학 수업에 참여했다. '바쁘고 얇게 읽는 것'이 유행이 되어가는 시대, 느리고 깊게 읽기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강사는 여러 시집들도 소개하고,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와 '남자의 자격- 남자 그리고 시'로 보여주며, 어릴 적 아버지가 남겨준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오래된 고서의 서향이 나는 시집을 함께 돌려보기도 한다. 작은 충격에서 찢어질까 고서를 나무막대로 넘겨 읽었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자 한자 새겨진 글귀에서, 일제강점기 학도병으로 끌려간 친구들, 강제징용으로 생사를 알지 못하는 동료들, 그 가운데서 만주에서이주 노동자로 힘겨운 노동을 하며 어렵게 보내준 어머니의 학비로 연희전문대(현 연세대)와 일본 도시샤 대학을 다니며 문학을 했던 시인. 그 고뇌와 아픔의 깊이를 이 시대에 되새겨 보게 한다.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왔다. 개교기념일 도서관 인문학 수업에 와서 윤동주의 '자화상'을 낭독한다. 이민아 전 부경대 입학사정관으로 있었고, 신춘문예작가로 국문학을 공부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다. 함께 와서 책을 편 이름 모를 이웃들, 하지만 '느리고 깊게 읽기'를 통해 삶의 의미와 깊이를 되새기는 수업에 함께한다.

사뭇 인문학 열풍에 고전의 바람까지 불어온다. 스펙과 취업의 현실주의에 밀려 문사철 즉,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대학의 원조에서 대학의 학과폐지내지는 통폐합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 일상속으로 인문학이 새롭게 파고 드는 모습이다.

첫날에는 생덱쥐베리의 <어린왕자>를 통해, 세상을 보는 어린이의 낯선 시선을 들춰보았고, 앞으로는 실학파 박재가 선생의 '궁핍한 날의 벗', '나의 스승 설리번 선생'이라는 책도 계속 함께 나눌 예정이다. 특히, 남구도서관은 부산최초의 점자도서관이 있는 곳이라, 헬렌켈러의 스승이었던 애니 설리번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고 이민아 강사는 들추었다.

시카고 대학은 노벨상왕국이다. 동문교수 중 노벨상 수상자가 70명이나 된다. 시카고 대학은 타대학에 비해 역사도 짧고 지리적으로도 분리한 곳에 위치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총장이 된 로버트 허친스 박사가 교양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고전 100권을 읽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불변하는 진리를 발견하고 그러한 진리탐구에 필요한 역할 모델을 발견케 한 것이다. 위대한 인물을 고전 속에서 만나게 한 시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 빌게이츠는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우리 마을의 공공도서관 이었다'고 했다. 지역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나 고전읽기 혹은 글쓰기학교가 이뤄지는 풍경이 삭막한 사회를 조금은 따스하게 데워준다.

작성자
김광영/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5-04-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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