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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부산시민의 꿈은 이루어졌다

내용

십몇년 전만 해도 부산은 도심 한가운데에 군부대가 주둔하는 이상한 도시였다. 철조망이 쳐진 긴 담벼락, 누군가를 감시하는 듯한 망루, 거기다가 총을 맨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어서 심약한 사람들은 그곳을 지나칠 때면 공연히 걸음을 빨리 하기도 했었다. 그곳이 바로 하야리아 부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야리아 부대를 시민공원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국가안보가 최우선인 나라에서 미군이 물러난다는 것도 꿈같은 이야기였고, 아파트를 지으면 엄청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황금싸라기 땅에 시민을 위한 공원을 만든다는 것도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꿈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2014년 5월 1일 부산시민들의 꿈은 이루어졌다. 월드컵 때 우리가 만든 주술적 신조어인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또 한번 입증된 것이다

나도 지난 주 부산시민공원을 찾았다. 공원 구석구석을 제대로 둘러보기에는 체력의 한계를 느낄만큼 공원은 크고 광활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몰라 그냥 발길 가는대로 걸어보았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첫인상을 이야기하듯 내가 만난 부산시민공원의 첫인상은 이랬다.

첫째는 이렇게 넓고 광활한 공간이 부산의 한 복판에, 그것도 시민 모두가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시민공원으로 탄생되었다는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제 부산에도 제대로 된 공원 같은 공원이 하나 생겼다는 생각에 행복하기도 했었다. 거기다 도시철도 1호선만 타면 쉽게 공원에 접근할 수 있는 편리성도 마음에 들었다.

둘째는 공원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산책이나 하고 아이들 놀이기구나 즐기는 기존의 공원과는 달리, 역사와 문화, 예술이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공원이었다. 공원을 이렇게도 꾸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바닥에도 부산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서 시민공원이 얼마나 부산의 역사를 강조하고 싶었는지 이해할 만 했다.

셋째는 낡고 오래된 것을 깨부수고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개발보다는 그것들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재생의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장교클럽이 공원역사관으로, 하사관 숙소가 문화예술촌으로, 오래된 망루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재활용은 생명의 연장이고 그것이 바로 인문학적 관점이 아닌가.

넷째는 공원 구석구석이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되었다는 점도 좋았다. 이름표를 달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 물보라를 일으키는 폭포와 분수들, 푸른 진디밭, 백사장, 벤치 대용으로 사용되는 바위들, 심지어는 밧줄은 엮어서 만든 오솔길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자연친화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다섯번째는 관이 일방적으로 만들고 시민은 그냥 와서 놀면 된다는 식의 공원이 아닌, 시민참여형 공원이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시민들로부터 나무를 기증받기도 하고, 시민들의 꽃밭을 분양하기도 하면서 시민들에게 공원에 대한 애정을 불어 넣었던 것이 그런 것들이다. 특히 공원의 이름이 부르기에도 좋은 '부산시민공원'이란 점도 좋았다.

이외에도 사려깊은 사람들은 공원의 매력을 더 많이 발견했을 것이다. 아마도 명품공원이라 칭해도 크게 손색은 없을 것 같다.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한번은 둘러보아야 할 관광명소가 될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들이 이 공원을 얼마나 잘 가꾸면서 이용하는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벌써 음료수병과 과자봉지 등이 나뒹굴고 있고, 잔디밭에서는 젊은이들의 과도한 애정행위도 눈에 뛴다. 그걸 보면서 앞으로 나무가지나 시설물은 훼손되지 않을런지, 금연과 금주는 잘 될런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시민의식이 좀 더 성숙해 졌으면 좋겠다. 백년만에 되찾은 부산의 땅이고 공원이 아닌가.

작성자
정헌숙/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4-05-0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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