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갈맷길을 걸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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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새마음, 새각오로 운동화끈 조여매고 길걷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에는 지역마다 걷기좋은 갈맷길들이 많이 있다. 해운대에는 동백섬을 한바퀴 돌고나서 해운대해수욕장- 미포- 문탠로드-청사포-구덕포-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갈맷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청사포, 구덕포,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갈맷길은 숲이 울창해서 소개하고 싶은 갈맷길이다.
청사포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 가는 갈맷길의 입구는 두군데다. 하나는 해송교 다리 밑에서 시작하는 갈맷길이고, 다른 하나는 해월정사쪽으로 가는 갈맷길이다. 전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전형적인 산길이고, 후자는 넓고 편안한 길로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다.
송정해수욕장까지 가려면 산등성이 하나는 넘어야 하므로 체력안배를 위해서 해월정사쪽으로 가는 갈맷길이 좋다. 지난 가을만 해도 잎새들이 곱게 물들어 운치가 좋았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잎새들이 모두 떨어진 나목들만 길가에 서 있다. 모든 것을 비우고 추운 겨울날 빈 몸으로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이야말로 겨울산의 진정한 매력이리라. 빈가지들 덕분에 청사포의 푸른 바다와 흰색과 붉은색의 등대가 바로눈앞에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해남부선이 지나갈 때 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었는데 지금은 그 소리마저 사라져 정말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려온다.
이십여분 걷다보면 청사포 전망대가 나타난다. 큰 바위와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전망대다. 옆으로 구덕포마을과 송정해수욕장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온통 바다뿐이다.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있어 잠시 쉬어가면서 동해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이정표를 지나가다 보니 나무가지에 리본들이 매달려 있다. 잠시 멈춰 읽어보니 울산, 대구, 광주 등지에서 이곳을 다녀갔음을 알리는 리본들이었다. 부산사람들도 아직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타지역의 사람들이 벌써 알고 다녀갔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다. 아마도 이곳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나 있는 모양이다.
구덕포를 향해서 걷다보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저절로 눈길이 따라간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만큼의 청정한 느낌이 든다. 바다 옆으로 길게 뻗은 철길 위로 간간히 사람들이 지나간다. 동해남부선이 폐선되자 철길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다.
송정해수욕장으로 가려면 산등성이 하나는 넘어야 한다. 좀 가파른 산등성이가 나타난다. 그러나 숲길은 겨울인데도 따뜻하고 포근하고 조용했다. 소나무가 많아 서인지 스치는 바람결에 솔향기가 진하게 풍겨온다. 어느 식물학자는 우리몸에 좋은 '피톤치드' 라는 물질은 편백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에서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좀 힘들긴 해도 기분이 무척 상쾌해진다.
드디어 구덕포에 도착했다. 아홉포구 중의 하나로 함안조씨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라 한다. 보호수로 지정된 장군나무가 있고 그 나무를 기리는 거릿대 장군제가 열린다고 한다.
구덕포을 빠져나오면 바로 송정해수욕장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겨울바다의 정취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 연을 날리는 아이들도 간간히 보인다.
두시간정도의 산행이었는데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좋은 것을 그동안 자주 행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새해를 맞이해서 아이들과 함께, 혹은 부부끼리, 혹은 친구나 동료끼리, 아니면 혼자서라도 집 근처의 갈맷길을 걸으면서 건강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4-01-1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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