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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동해남부선 폐선구간을 걸어보니

내용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에서 송정 역까지의 철길이 폐선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워낙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구간이라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사람들이 철길로 모여들었다. 나도 공연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청사포에서 미포까지의 구간을 걸어보았다.

청사포 철길건널목의 차단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건널목 사무실도 폐쇄되었고 유리창 너머로 '열차운전시간표' 라는 용지만 덩그렇게 놓여있다.

길게 뻗어있는 철길을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열차가 꽥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올 것 같다. 그러나 열차는 오지 않았다. 대신 미포에서 철길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다. 그들은 청사포를 지나 구덕포까지 걸어간다고 한다.

철길을 걸어보니 침목구간이 보폭 수준이어서 침목만 잘 밟고 다니면 걸어가는 데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다만 침목 사이로 빠져나온 자갈들이 보행을 불편하게 했다. 기차를 타고 다닐 때는 무척 위험한 구간처럼 보였는데 막상 실제로 걸어보니 철로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으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다.

가다보니 눈부신 해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후의 햇살에 푸른 바다는 보석처럼 빤짝였고, 250도 정도 빙 둘러선 수평선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철길을 걷다보니 낯선 사람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걷기를 무척 좋아한다는 한 아주머니는 개발을 하지 말고 그냥 이 상태 그대로 두고 레일 트래킹 코스로 활용하면 그 특이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란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도 목격된다. 몇몇 젊은이들이 철길 옆으로 음식물을 펼쳐놓고 유행가를 들으며 놀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음식과 유행가라니...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된다.

이십여분 정도 걷다보니 눈에 익은 풍경들이 나타난다. 이기대, 광안대교, 동백섬 등이 연이어 늘어서 있다. 모두들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지닌 부산의 명소들이다. 철로 옆으로 피어있는 갈대들도 바다바람에 몸을 흔들면서 절경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곧이어 아주 짧은 터널이 나타났다. 터널 입구에는 '달맞이제' 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한자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 '제' 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뭔가 오래되어 보이는 특이한 모습 때문인 것 같다.

터널을 지나고 나니 바로 미포다. 해운대해수욕장과 마린시티가 눈앞에 보이고 위로는 달맞이언덕과 문텐로드가 보인다. 그동안 사람들은 다닐 수 없게 해놓고 동해남부선 저 혼자 꽥꽥 소리를 지르며 열심히 다니던 그 길이 바로 이 길이었나 싶었다.

앞으로 이곳이 산책로로 개발된다고 한다. 과연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얼마나 잘 살려 개발 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훼손될까 걱정도 된다. 모쪼록 사려 깊은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작성자
정헌숙/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3-12-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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