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순절도, 숨은 그림을 읽어보다

내용

지금 부산박물관에서는 임진왜란 7주갑을 맞이해서 '임진왜란'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임진왜란이 처음 시작된 부산으로서는 무척 의미있는 전시회라는 생각이 든다.

전시내용은 순절도 5점과 수안역사에서 발굴된 유물, 그리고 임진왜란 관련 서적들과 사진들이다. '순절(殉節)' 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충절을 위하여 목숨을 버림' 이라고 되어 있다. 부산진순절도, 동래부순절도란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을 그린 그림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순절도 5점은 이렇다. 1760년 변박이 그린 부산진순절도(보물 391)와 동래부순절도(보물 392), 송씨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는 동래부순절도, 1834년 변곤이 그린 동래부순절도, 1834년 이시눌이 그린 임진전란도 그렇게 5점이다. 이 중에서 임진전란도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다대포 전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부산진순절도와 동래부순절도는 본래 부산에서 그려진 임진왜란 전투 그림인데 정작 부산에는 진본이 없다고 한다. 변박의 그림은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변곤의 그림은 울산박물관에, 임진전란도는 규장각에, 그리고 송씨 문중에 각각 보관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은 씁쓸했다.

변박이 그린 두개의 순절도를 보고 있으면 임진왜란 당시의 전투장면도 자세히 볼 수 있지만 1592년 당시 부산의 지형들도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먼저 부산진순절도를 보게되면 그림 왼쪽은 왜군들의 배들이 빽빽히 그려져 있다. 워낙 촘촘히 그려져 있어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임진왜란에 관한 기록들을 보면 '부산포 앞바다에 왜군들의 배가 새까맣게 몰려왔다' 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이 그림 속의 배들을 세어보니 40여척 정도인데 실제는 700여척이 몰려 왔다고 하니 그림 밖으로 얼마나 많은 배들이 몰려왔을까....그걸 생각하면 '새까맣게'라는 표현이 결코 틀린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뒤쪽 산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동래부순절도에 나타난 산은 끝이 뾰족한데 부산진순절도의 산은 끝이 편편해서 마치 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산이 바로 증산(시루甑), 혹은 부산(가마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흑의장군이 서 있는 곳이 남문인데 이 남문은 지금의 정공단 자리라고 한다. 바다가 남문 가까이에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좌천역 근처는 옛날 바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부산진순절도.
임진전란도.

동래부순절도는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붕에 올라가 기왓장을 던지는 여인들을 보고 있으면 다른 여인들은 그냥 보고만 있었을까.... 아마도 다듬이 방망이나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와 싸우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엄마들이 그렇게 싸우는데 용감한 아이들은 그냥 있었을까....모르긴 해도 숨어서 새총이라도 쏘지 않았을까 싶다. 그걸 생각하니 동래성전투는 남녀노소 군민 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처절하게 싸웠던 눈물 나는 전쟁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북문으로 도망가는 이각을 보고 있으면 경상좌수사였던 박홍이 떠오른다. 박홍 역시 수영성을 버리고 도망을 간 인물이다. 이각의 계급이 경상좌병사이고 박홍의 계급이 경상좌수사인것을 보면 당시 경상도 군인들의 정신적 해이가 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래성 안에도 초가집들이 보이지만 서문과 북문 사이에도 초가집들이 많이 모여있다. 서문은 예전 동래전화국 자리였다고 하니 지금의 명륜동과 온천장 근처에 민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동래부순절도.

그 외에도 두개의 순절도를 보면서 활 쏘는 자세, 총 쏘는 모습 등을 비교해 보는 사람들도 있고, 성의 모습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부산진순절도와 동래부순절도는 단순히 임진왜란 당시의 전투 장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고 1592년 당시 부산의 지형, 문화, 삶의 모습등을 생생히 보여주는 소중한 역사의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모처럼 좋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7월 29일까지 라고 하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 찾아가서 좀더 자세히 그림들을 살펴보다면 420년전 전쟁을 치룬 부산진성과 동래성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
글 정헌숙·사진 정헌숙·황복원/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2-06-1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