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불면 약초상에 들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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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많이 찾습니다! 이건 또 뭐 예요? 요건 익모초고 저건 헛개나무, 육모초, 당귀... 열거하는 아저씨의 말씀에 내 눈에는 하나같이 비슷비슷한 풀 모양이다.
요즘처럼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단골들의 발걸음으로 초재방 문턱도 바빠진단다. 영도 다리입구에 모여 있는 초재방은 6.25전부터 어려운 시절 서민들의 민간요법으로 70여 년 동안 형성되어 지금은 많이 줄어 25집 정도가 영업하고 있다는데 화려한 백화점과 길 건너 초재방 거리는 다른 시대처럼 느껴진다.
초재방은 한약방과 확연한 구분이 된다고 한다. 한약방의 경우는 한의사가 처방한 그야말로 약재를 다루는 약업사이고 초재방은 이름 그대로 풀초(草)의 풀이나 풀뿌리를 다루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초재방은 구입하려는 풀이나 나무뿌리의 이름인 옻나무나 황기처럼 이름을 알고 구입 하러 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간판의 이름이 참 정겹다. 박가초재, 박노인집, 합천 노씨집 등등… 그야말로 주인아저씨가 합천 사람이면 ‘합천집’ 인 것이고 성이 노씨면 또 ‘노씨집’이 되는 것 이다.
초재상 아저씨 머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궁금하기만 하다. 그 옛날 어른들이 하시는 방식으로 습기를 피해 천정에 걸어두셨다고 하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감이 오지 않는 것이 있다. 무지가 부르는 공포! 살짝 무섭기까지 한데 말린 복어라고 한다. 알고 나니 웃음이 절로 난다. 복어를 말려 약재로도 쓴다고 하는데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 들이 다 약재가 되는 것 같다.
한 초재상의 주인은 시어머니가 40년 하시던 것을 물려받아 대를 이어 20년째 운영하고 있단다. 옛날과 달리 나이 드신 분들만 찾는 것은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민간요법을 공부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찬바람불면 감기예방에 좋은 도라지 엑기스도 많이 구입해간다고 한다.
의외로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목욕재료나 마사지 재료로 쑥 종류를 찾기도 하고 구입하고 간 후에 택배 주문도 많단다. 좋은 것은 일본 사람들이 더 잘 찾나 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물어물어 찾아온다는 영도 초재방 골목. 부산에 살면서도 참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겨운 간판 이름, 우리 민간요법들이 개발과 번화가에 밀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 작성자
- 황은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1-10-0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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